2020.05.11

by 류류류

등이 뻐근하다. 근데 기분은 더 좋다.

내가 아닌 다른 것에 좋은 일을 했다는 사실 때문인듯하다.

버려지거나 처음부터 주인이 없었던 개들이 꽉 차 있었고,

신문지와 물티슈로 청소를 해야 할 정도로 상황은 열악했다.


내가 갔던 곳은 강아지들이 있던 방이었는데,

계속해서 설사를 하는 강아지들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저렇게 사람을 잘 따라는 아기들인데.. 싶어서.

사람 눈이 참 비슷한가 보다.

내가 가장 귀엽다고 생각하고, 만나기를 생각했던 강아지는 이미 입양이 완료되어 있었다.

입양은 신중해야 하고, 난 지금 입양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 컸기에

좋은 집을 찾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매인 여자 강아지는 귀여운 눈을 하고 케이지에 앉아있었다.

어쩜 저렇게 사랑이 넘칠까.

외로워서일까.

그래 보이진 않는다.

결핍으로 넘치는 사랑의 느낌이 아니다.

처음 보는 존재였는데 내 얼굴과 손목(방진복에 가려져 있지 않은 부분들)을 핥고 애교를 부렸다.

일상을 시큰둥하게 지내고 있는 나의 모습과 말 그대로 정반대 되는 모습이었다.

소변을 봤는데 불편하다. 방광염인지 잘 모르겠다.

우선 오늘은 무리하지 말고 물을 많이 마셔야겠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시간이 잘 흘러간다.

폴은 어제 하루 종일 컨디션도 안 좋고 하더니 늦잠을 자나 보다.

조금, 아니 아예 달라진 게 있다면 과거에 내가 그 사람을 나를 위한 사람으로 생각했다면

지금은 나와 함께 가는 또 다른 나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Spoiler Alert, 이런 감정의 손 뒤집기 수준이 어마어마하다. 놀라운 수준이다.)


물론 다른 사람이기에 나와 다르고,

내가 원하는 만큼 딱 들어맞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이해와 배려가 서로서로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왜 오랜 시간 동안 알려고 하지도 않고, 아니 왜 몰랐을까.


대학교 2학년 때 만났던 옛날 남자친구한테 10년 만에 연락이 왔다.

서로 알고 있던 친구를 통해서 연락을 받았는데, 주말 밤에 미안하다고 하면서 연락이 온다.

참 10년이라는 시간이 오늘 같은 하루하루가 쌓여 빨리 지나가버린 느낌이다.

10년 전에 나는 세상을 지배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당참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고,

지금은 그보단 좀 더 좋게 말하면 편안하고, 안 좋게 말하면 풀이 죽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지금 보면, 무척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 사람은 어떻게 살아왔을까.

지금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나는 10년 뒤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오늘 하루를 살아가고 있을까.

유기견보호센터에서의 봉사활동은 당분간은 계속해서 참석하려고 한다.

남을 돕는데 내가 도움을 받는 이 오묘한 진실 때문에 계속해서 방문할 것 같다.


나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알게 모르게 즐기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차분한 상태가 뭔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걸 보면.

싸움이 이때까지는 뭔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계속해왔던 것 같다.

결국엔 많은 관계들을 깨지게 한다는 걸 모르고.


오늘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보이는 사람들에게 작게나마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더 나은 내 모습을 나를 위해 만들기 위하여

조금은 노력하고 있다.


생각보다 피곤하고 힘이 빠지기보다는 상쾌한 느낌이다.

다만 어제 많이 쓰지 않는 상체를 써서 등이 뻐근하고

오줌 눌 때 좀 불편해서 기분이 약간 가라앉은 것 제외하면 괜찮은 하루다.


점심은 먹지 말고 낮잠을 좀 자야겠다.

어제 9시간 진짜 푹 잤는데도 처음 봉사 활동해서 그런지 대게 피곤하다.

이 새로운 봉사활동처럼 내 일상도 조금 더 새로운 것들로 채우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이직을 하고 하니, 나도 조금 더 좋은 조건에 조금 더 괜찮은,

아니면 비슷하더라도 조금은 새로운 일을 지금은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여기서 계속 퇴화하는 기분이긴 한데.

이것도 내 마음가짐이 바뀌면 나아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이번 주 출근해서 일하고, 쉬는 시간엔 책 읽고, 쉬고, 그렇게 또 일주일 살아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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