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12

by 류류류


어제 이상하게 늦게까지 잠이 오지 않았다.

와인을 한잔 마셔서 바로 잠이 들 것 같았는데,

왠지 모르게 심장이 두근두근거려 잠자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당연히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었지만,

훌훌 털어버리려고 자전거 타고 출근을 했다.

상쾌했다.


요새 날씨가 너무 좋아서.

회사에 와서 내가 나름 잡아놓은 루틴에 맞춰 아침을 시작하는 게 기분이 좋다.

엄마가 싸주는 도시락도 감사하다.

바로는 배가 안 고프지만, 회사에 자전거 타서 도착하면 배가 꽤 고프기 때문에. 하핫.


나는 이때까지 연애를 하면 내가 받기만 하는 쪽이라고 생각을 했다.

당연히 받아야 했고, 그 사람의 사랑은 당연한 것이었다.

늘 공주대접을 받기 원하면서, 대접받을만한 사람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항상 내가 기대기를 바랬고,

그 사람이 나한테도 가끔은 기대고 한다는 당연한 진실은 보려고 하지 않았다.


어제 그 사람이 얘기했다.

나도 기댈 사람이 필요하다고.

전혀 기댈 수 없게 만들었던 내 과거가 무척이나 미안해졌다.

이 타국에서 혼자 많이 힘들었겠구나.

여기에 온 오직 하나의 이유가 적어도 자기와 비슷한 마음으로 아껴주지 않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물론 지금 많은 나날들이 지나간 것은 아니지만 나의 관계가,

그 사람이, 우리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우선이 아닌 우리의 관계가 우선이 되는.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

그리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그러려면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하고, 책임지면서 살아가고 싶다.

더 이상 피해자로서 내 삶을 살아가고 싶지 않다.

주인공으로, 어느 영화의 주인공처럼 강하게 살아가고 싶다.


모두가 차근차근 인생에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나도 그렇고.

타인의 속도와 나의 속도를 비교할 필요는 없다.

처음부터 아예 다른 사람이고 아예 다른 상황이기 때문에.

비교하는 마음이 이는 건 어쩔 수 없이 내가 사람이기 때문이겠지만,

이런 생각들을 나 스스로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무 피곤하게 생각들에 끌려 너덜너덜해질 테니까.

Protect myself. 나를 보호하자.

나를 보호할 수 있도록 내 안의 메커니즘을 손보자.

지금까지는 나에게 너무 힘든 생각들에게 끌려 다녔던 것 같다.

내가 중심을 잡자.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나 하나뿐.

삶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그 자체보다 더 어렵거나 조금은 더 낫게 만드는 것은 나에게 달려있다.

그 자체는 어차피 내가 바꿀 수 없는 부분이니까.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

그리고 잘 선택하자.

그리고 선택했으면 책임을 지자.

내가 선택한 것이니까.


요즘 날씨가 너무 좋다.

마음이 햇살에 바짝 마른빨래처럼 바삭바삭하다.

잠깐잠깐 여유를 찾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 시간들이 나에게는 정말이지 소중한 순간들이다.

사람들은 많은 의견들을 가지고 살아간다.

나도 그렇고.

나도 사람이니까.


하지만 모두는 다르고, 그 모두의 의견을 다 만족시킬만한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를 충족시키고자 노력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나와 이렇게 대화하는 시간들이 점점 좋아진다.

나는 그 누구보다 나에게 흥미로운 대화상대인 것을.

나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아나가자.


그래서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스타일의 하루하루를 살아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도 나를 위해서 하자.

지금 꽤 좋은 자리에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불평불만 하지 말고 하루하루 집중해서 살아나가자.

오늘도 반이 지나갔다.


오후에는 조금 쉬고, 조금 일하고, 집으로 걸어가고, 폴이랑 공원을 지나고,

저녁도 해 먹고, 책도 보고, 그러고 하루를 마무리할 생각이다.

이번 주에 하루는 쉬어야겠다.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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