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소변 눌 때 좀 불편하더니, 방광염인 것 같다.
아침에 소변을 누니 벌겠다.
기다리면 고생만 할 것 같아서 바로 택시 타고 비뇨기과 다녀왔다.
간 곳에는 무뚝뚝하고 공감능력이 그렇게 크지 않은 남자 의사와 이모 같은 친절한 간호사가 있었다.
후자의 사람 때문에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폴 잘못은 아니지만, 내가 아플 때 함께 있어주지 않은 것에 조금 섭섭하다.
전화가 와서 미안하다고 하고 걱정해 주는 모습을 보니 괜찮아졌다.
어제 샤워하면서 생각한 건데,
나와 폴이 싸웠던 수많은 과거에,
싸움의 원인이 최근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나는 나중에 이렇게 까먹을 정도로 중요하지 않은 일들로 많은 시간들을
불편하고 힘들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아. 멍청하구나 내가. 이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같은 사무실에 있는 팀장님이 내 얼굴안색이 너무 보기 좋지 않다며, 건강검진을 권했다.
요새 좀 피곤하고 그렇긴 한데 한번 검사를 받아보는 게 나을까. 싶다.
내가 잘하고 있지 않은 부분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하지 않고 있는 내 모습이 답답하다.
타인들이, 나와 같은 다른 사람들이, 같이하기에 좋은 사람으로 행동하는 것.
이제 2시간만 있으면 퇴근이다.
오늘은 비도 주룩주룩 오고 금요일이라 그런지 더 무심해진다.
점심시간에 요새는 밥을 먹지 않고 낮잠을 잔다.
피곤해서 그런지 늘 잠은 잘 자는 편이다.
이번 주말은 해야 할 일들이 꽤 많이 있다.
토요일엔 파도가 좋아 해운대에 폴과 함께 가기로 했고,
일요일엔 유기견보호소 봉사활동과 저녁엔 첫 살사수업이 있는 날이다.
어제는 폴과 하루 종일 지내면서 전반적으로 잘 지냈었다.
내가 어제 느낀 점은 내가 많이 피곤할 때는 짜증이 쉽게 난다는 점과
그 사람도 자신이 약한 부분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이해해주고 있다는 점.
온몸이 왜 이런지 모르겠다.
송곳니 위쪽 부분이 혀로 느껴질 정도로 위쪽이 비어져있고 파인 부분을 손톱으로
눌러 만졌을 때 시큰시큰해 치과에 가봐야 할 것 같다.
한 시간 반만 있으면 퇴근하는구나.
사내공고가 떠있는데 내가 갈 수는 없겠지.
두려움에 결정을 내리지 말라는 오디오북을 듣기 시작했다.
Feel the fear and do it anyway. 나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난 걱정도 많고, 두려움도 많이 느끼게 되었기에.
그만두고자 한다면 바로 그만둘 수 있는 곳인데, 점점 진흙의 늪에 빠지는 기분이다.
오늘은 집으로 바로 가서 엄마랑 같이 저녁을 먹고 푹 쉬어야겠다.
약발이 바로 받아서 참 다행이다. 한 시간 후면 집에 간다.
오늘은 유독 한 페이지의 글을 써내려 가는 게 쉽지 않다.
생각해 보니 난 연애는 늘 좋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안 좋은 소리를 듣거나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하면 화가 났다.
그냥 이렇게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고 서로 마음 상할 때도 있고 티격태격 거릴 때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니, 아 그냥 가족처럼 이렇게 지내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폴과 있을 때 그 누구랑 있을 때보다 본연의 내가 된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자유를, 숨통 트이게 해주는 것 같다.
그 사람 존재만으로, 그냥 순수한 내 모습이 된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이 참 좋다.
가족과 친척과 친구 사이에서 특정한 내 모습이 되어야 하는 것과는 다르게
폴과 있을 때는 그냥 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시간을 보낸다.
흐트러진 모습도 싫어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받아들여준다.
나도 그렇게 해야지.
한쪽만 하는 배려는 Fair 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난 내 관계가 공정하고 그래서 더 단단했으면 한다.
그런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내가 더 튼튼하고 강해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