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슬펐고, 그 사람은 상대적으로 덜 슬퍼 보였다.
그 모습이 이해가 되면서도 동시에 섭섭했다.
이렇게 힘들게 만들어버린 내 모습이 한심했다.
지금 돌아보니 난 이 사람한테 못되게 군것들만 기억이 난다. 마음 아프게.
싸움이 3번 이상 지속되면 그 관계는 끝내야 한다고 했다.
나한테 문제가 있어서 끝난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아픈 것이다.
(난 이때 왜 이렇게 나만을 호되게 자책했을까?)
상대적으로 그 사람은 노력을 다 했기에 홀가분한 마음이겠지.
그 사람을 위해서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잘 마무리하는 것.
내가 처음부터 좋은 관계를 가질 준비가 된 사람이었고,
좋은 관계를 가지려고 노력했었다면 아마 우린 지금 함께할 수 있었을까.
어마어마한 슬픔의 감정이 아직은 나를 친 것 같지는 않다.
잔잔하게 계속 아프다. 무거운 강물처럼.
마음 한구석에서는 좋은 사람이지만 나와는 인연이 아니었다는 생각도 든다.
많은 것들이 어려웠기에.
나 자신조차도 자존감이 높지 않았고, 나에게 확신이 없어 둘 모두를 힘들게 했다.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고, 더 나은 내 모습을 만들기 위해 매일 노력할 것이다.
요즘 계속해서 6시 반에 눈이 뜨인다.
이제는 6시 반에 일어나야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10시 반에는 잠이 들고, 밤에 폰 화면을 보지 말자.
이제 2주도 남지 않았으니 잘 정리하고 좋은 모습으로 보내줘야겠다.
오늘은 회사에서 두 군데 지원서를 넣고 다음 주부터는 해야 할 일을 집중해서 하고,
폴을 보내주는데 집중해야겠다.
2월 초에 출장을 다녀와서 폴이 제시간에 버스 내리는데 제대로 와있지 못했다는 이유로
폴 짐을 밖에 놔두고 나는 밖에 나가보지도 않은 게 지금 생각해 보니 진짜 인성 쓰레기였던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한테 그렇게 대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인데 왜 그 따위로밖에 행동하지 못했을까.
한심스럽고, 별로 화를 내지도 않던 그의 모습에 더 마음이 아리다.
그래도 내일은 토요일이라 마음에 부담이 좀 덜하다.
해야 할 일이 많게 느껴지지만,
폴 말대로 하나하나씩 해나가면 Overwhelming 하게 느껴지지는 않을 거 같다.
집주인 이모와 얘기해 보기.
집안에 있는 팔 수 있는 것들 팔고 기부하여 처분하기.
인터넷 정리 가능하면 정리하기, 폰 취소하기.
다른 세입자가 들어올 수 있는지 당근마켓 통해서 찾아보기.
이 정도로 진행하면 될 것 같다.
부모님과 한번 밥도 같이 먹자고 했는데, 이는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인사정도면 괜찮을 것 같은데.
오늘은 여유롭게 Doist와 Boeing에 제대로 시간을 들여서 정성스럽게 지원을 하고,
당분간은 다른 곳에 신경 쓰지 말고 차분하게 내 안을 들여다보면서 지낼 예정이다.
폴이 나에게 무척 오랫동안 인내심으로 대해준 것을 안다.
사무실에서 같이 더 얘기하고 같이 더 웃기 시작하면서,
참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워할 것도 없었는데, 그냥 내가 미웠던 것 같다.
그래서 괜히 사랑하는 사람과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쏟아냈던 것 같다.
부정적인 감정들을.
참 함께 지내기 불편한 사람이었던 내 모습이 부끄럽다.
좀 더 어깨에 힘을 빼고 편안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나한테도, 그래서 남한테도 그럴 수 있도록 말이다.
이리저리 하다가 오전 시간이 다 지나갔다.
점심시간엔 책도 읽고 잠도 자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는 두 곳에 진지하게 지원을 하도록 준비해야겠다.
오늘 중에 두 군데 다 지원할 수 있도록.
그리고 저녁에는 폴과 함께 비행기 예약하고, 아까 적어놓은 것들을 하나하나씩 쳐내 나가야겠다.
잘 정리하자.
나를 위해서 너를 위해서.
우리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그리고 3개월 책과 연애하면서 살자.
조용하지만 진지하게.
그래. 그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