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6

by 류류류

나는 폴을 사랑할까.

안 보고 있으면 보고 싶고, 보면 귀엽고 함께 있는 시간이 되게 편하고 그렇다.

다만, 내가 서운하다고 느낄 때는 그에게 무척 못되게 구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그런 내 모습이 역겨워진다.

어제는 정말 많은 일을 쳐냈다. 폴이 출국하는 거 관련해서.


걱정했던 방 빼는 것도 잘 마무리돼서 다행이었다.

다만 어제 할머니 전화를 받고, 마음 아파하는 할머니 때문에 나도 덩달아 너무 슬펐었다.

그런데 옆에서 상대적으로 덤덤했던 폴한테 화가 났던 것 같다.

나 혼자만 슬퍼하는 것 같아서 자존심이 상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 못되게 굴었다.

또 후회했다.

이런 사이클이 계속해서 반복된다.

나로 인해서.


난 지금 어떤 관계에 있을 마음의 준비가 되되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늘 참아주고 이해해 주는 폴한테도 못할 짓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관계 안에서 지쳐있는 나도 발견한다.


폴은 다음 주 월요일에 출국한다.

끝까지 잘해줘야지. 더 큰 후회가 남지 않도록.

(지금 보면 이런 무수한 다짐들이 내 마음을 더 무겁게 했던 것 같다.)

그리고는 내 일상에 집중해야겠다.

움직이고, 내가 좋아하고 편한 일들을 해 나가고, 세상에 좋은 일을 하면서.


마음 쓰는 할머니와 부모님한테 괜히 미안하고 그렇다.

그땐 정말 잘 될 거라고 생각하고 소개시켜드린 거였는데, 상황도 그렇기도 했고.

지난 관계에서 배우는 게 있어야 한다.

(이것도 조금은 오버스럽고 강박스럽게 느껴진다.)

그렇지 않으면 아팠던 모든 것들이 쓸모없는 것이 되므로.


주식시장도 잘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잘 사용하는 것들에 투자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

그것들이 저렴할 때 사서 버티면 오르게 되어있는 것 같다.


오늘은 어제보다는 쉽게 글이 적히는 것 같다.

요즘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

사람들의 코멘트에 콧등이 시큰해지고, 눈물이 나고, 어떨 때는 또 덤덤하고 나쁘지 않다고도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함께 있으면서 나빴던 상황이 많았기 때문에.


폴이 가고 나면, 더더욱 미니멀한 일상을 가지고 갈 것이다.

적게 가지고 스마트하게 운용하며.

경철이 오라버니 갑상선에 암세포가 발견되었다고 했다.

오라버니가 수술을 잘 마치고 잘 회복했으면 한다.


인생에는 여러 가지 차질이 발생한다.


누구나.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개개인에게 달렸고, 이 개개인은 각자 다른 태도를 취하며 인생을 살아나간다.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써 어떤 태도를 취하며 앞으로 걸어가고 싶은가.

회사에서는 오래 이를 닦게 된다.

나도 참 웃기다.

내가 추진력이 좋은 건지, 폴이 가기를 기다렸다는 듯 운이 좋은 건지 올려놓은 물건들이 잘 팔린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좀 허무하기도 하다.

그렇게 채워 넣었던 생활용품들이 너무나도 쉽게 타인에게로 전달되는 과정을 보니.


옆에 같이 있던 건 일 년 남짓이지만, 3년 반 동안 함께 했다.

울고 웃으며 많은 나라를 여행하면서.

남들에 비해서 물론 남과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지만, 왜 내 연애는 힘겹게 느껴질까.

그 사람을 가족에게 소개시켜주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했고, 지금은 그래서 더 마음 아파하는 가족을 보니 내가 뭔가 죄를 지은 것만 같은 느낌이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걸 잘 알면서도 말이다.


그쪽에서 노력한 것, 많이 노력한 거 잘 알고 있다.

이제 둘 다 편하게 각자의 인생을 살아나갈 때인 것 같다고 느껴진다.

둘 다 많이 지쳐있고, 초심의 설레는 마음도 많이 없어졌기 때문에.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건 그 사람의 좋은 면과 좋지 않은 면을 두 팔 벌려 힘껏 안는 행위일지라.

나 자신이 그렇게 할 수 없을 것 같다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혼자 있는 게 더 나은 것이라.

그냥 나는 나와 가만히 연애하면서 내 일상을 내 스타일대로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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