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 물밀듯이 다가올 때. 1

물 들어올 때 노를 젓고는 있는데....

by 류류류

마지막에 만났던 사람과 헤어진 지 1년이 다되어간다.

헤어지고 몇 달간은 연애에 대한 생각도 없었고, 최근 몇 달간은 크게 기억에 남는 인연은 없었다.


나이가 30대 중반이라 들어오는 모든 소개팅을 소중하고 감사히 생각하며

무게감을 가지지 않은 채로 가볍지만 깔끔하게 정돈시킨 모습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자리로 나간다.


첫 번째 분


어릴 적 동네 같이 자랐던 동생 직장동료의 가족분으로 5살 연상. 180이 넘고 잘생겼다고 들었다. 실제로는 178에 잘 생겼다는 의미는 좀 다르게 통용되었던 것 같다. 뭐 사람 눈은 다 다른 거니까. 나쁘진 않았고, 나보다는 더 내성적인 사람이었다. 웃음소리가 도라에몽의 진구 같았다. 인중도 도라에몽의 진구 같았고.


함께 걸으면 부끄럽고 그런 건 아니었지만, 자랑스럽고 그렇지도 않았다. 그냥 외모는 누가 더 아깝냐를 굳이 따지자면 나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외모는 다가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 책 겉표지만큼 시작을 하기엔 중요한 거니까.


소개팅을 할 때 평가자의 마인드만을 가지고 이성을 바라보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그가 소개하는 사람을 대하는 모습은 대화와 태도에서 드러나게 되고, 소개팅에서는 서로를 면접처럼 평가하고 이럴 거다, 저럴 거다.라는 유추를 하게 된다. 만날 장소를 정하는 것부터 진중한 성격의 사람 같았다. 만나서도 차분한 분위기로 이야기를 이어나갔고, 나는 그냥 편했다. 이 편하다는 느낌은 양날의 검과 같다. 정말 영혼이 안정되어 편안한 감정을 느끼는 것일 수도 있고, 이성으로 느껴지지 않아서 그냥 사람으로 대하기에 느껴지는 편안함.


첫 만남에 전자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분들도 있겠지만, 난 지금까지 대게 후자였다. 내 기준 이성적으로 크게 느껴지지 않고, 매력도 크게 느끼지 못할 때. 나는 그냥 사회생활 하듯이 상대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이고, 그 사람 말을 듣고, 대꾸도 하면서 편안한 시간을 보낸다. 감사하게도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좋은 사람이기에 그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회사생활 하는 것도 비슷하고, 형제관계에서 맞이인 것도. 자연스럽고 덤덤하게 들어내는 치부에 대한 공감까지.


늦지도 않았는데 내가 먼저 도착해 있다고 더운데 뛰어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던 모습과, 셔츠를 입어 조금 더 단단해 보였던 상체와(이럴 때 보면 나도 무척 시각적인 편에 속하는 것 같다), 처음 만났을 때 보다 훨씬 덜 긴장한 그 사람의 편안한 모습에 더해 그날 여름밤 날씨가 참 좋았다. 마음이 몽글몽글, 깰랑깰랑거렸다. 둘 나이를 합치면 75세인데 고등학교 갓 졸업한 애들 마냥 4시까지 마시고, 먹고, 얘기하며, 걸을 땐 은근히 잡아온 그 손이 내심 싫지 않은 마음에, 잡힌 채로 그렇게 오랫동안 걸었다.


모든 장점에 따라오는 단점을 이해해야 하는 것을 안다. 내가 원하는 정도로 딱. 저돌적이면서 내가 원하는 만큼의 배려를 완벽히 해내기는 나조차도 싶지 않으니까.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방식으로 나에게 마음을 표시했고, 나도 그러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고 받아주었다.


네 번째 만났을 때는 내 마음을 솔직히 전했다. 난 밖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을 그렇게 선호하지 않고 어장관리에는 관심이 없다. 여러 마리의 잡혀있는 자잘 자잘한 물고기보다는 사실 그냥 커다란 고래 한 마리가 하루를 마치고 그저 내 곁으로 돌아와 함께 쉬길 바라고 있으니까.


사실 나는 거의 첫 번째 보면 이 사람과 이성적인 만남이 가능할지 가능하지 않을지 명확히 아는 사람인데, 그쪽은 아직 잘 모르겠다고. 그러나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고 해서 관계정립을 원하는 사람한테 무작정 기다려달라고 하고 싶지도 않고, 헛된 기대와 희망을 주고 싶지도 않다고. 그러니 원하신다면 여기까지 뵙고 다른 분을 찾아 나서도 괜찮다고. 그러니 그가 대답했다. 딱 정해진 몇 번을 만나야 하는 건 아닌 거 같다고. 자기도 급한 건 없으니 천천히 이렇게 알아가 보자고.


이 사람은 매일매일 나의 안부를 묻는다. 오늘도 웨이크보드를 타고 온 나에게 근육통은 없는지 가만히 물어봐준다. 자기 이제 퇴근한다고. 오늘은 직장동료들과 선유도역 근처에서 저녁을 먹는다고 한다. 심플한 그의 일상처럼 잔잔하게. 그렇게 그를 만나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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