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유독 피곤했다.
출근한 지 5일째가 되는 금요일이라서 그런 듯하다.
그리고 출근을 하니 그 사람에게 연락이 와있었다.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편안한 목소리였고, 함께했을 때와 비슷한 말투였다.
내 안부를 묻는 목소리.
많은 감정이 2분이 되지 않는 음성 메시지를 듣는 순간 흘러 지나갔다.
일을 잘하고 있고, 매니저가 될 거란 얘기.
잘하고 있다는 얘기.
나에게 매일매일 연락하고 싶었다는 얘기.
헤어진 걸 알지만 사랑한다고, 당연히.
이렇게 한 번씩 연락해도 괜찮으면 괜찮다고, 싫으면 싫다고 대답해 달라는 질문.
이 사람은 내가 많이 울었다는 것을 알까.
사실보다 부풀려서 나에게 안쓰러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은 딱히 없으므로.
좀 더 서러움과 타인의 탓으로 돌리려고 하는 마음만 스멀스멀 올라오겠지.
원하지 않는다.
내가 용기가 없는 걸까.
그 사람은 나와 잘 맞는 사람일까.
나와 잘 맞는다는 것은 어떤 걸까.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자존심이 쌔지만, 동시에 마음이 여린 것 같다.
눈물도 많고, 감성도 풍부하다.
생각도 많고 그래서 걱정도 많다.
감정의 기복도 심하다.
그래서 명상과 내 마음을 챙기는 연습을 해보려고 한다.
오이를 먹으면 몸이 깨끗해지는 기분이다.
스무 살 때부터 알고 친하게 지냈던 선배가 결혼을 한다고 했다.
가족의 소개로 만난 지 한 달 만에 상견례까지 다 마치고 식장 예약까지 다 했다고 한다.
또 결혼할 인연이면 이렇게도 되는구나 싶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부러운 마음도 잠깐 들었다.
부러운 마음이 든 이유는 아무래도 내 관계는 지금 그렇게 나아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겠지.
우리가 운명이 아닌 걸까.
우리가, 그중에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있지도 않은 짐을 들쳐 메고 혼자 힘들어하고 있는 것일까.
이번 주말에 푹 쉬면서 또 책 읽으며 명상하며 나를 더 알아 가봐야겠다.
그 사람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을까.
모든 게 잘 모르겠다.
내 마음도, 이 상황도, 내 욕망도.
모든 것이 흔들거린다.
내가 뭘 원하는지 어느 길로 가길 원하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그렇다면 나 자신은 확실한 걸까.
확실한 내 모습이란 뭘까.
내가 따르는 확실한 가치는 무엇일까.
나는 누구일까.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지금 이 공간에 잘 들어맞는 사람인가.
나는 어떨 때 가장 나다운가.
괜찮아.
얘기해도 괜찮아, 내 속에 있는 진심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들을 해볼 수 있다고.
다른 사람들의 눈과 진심도 아닌 기대에 맞춰서 내 인생을 살지 않을 거라고.
나는 그리 특별하진 않다.
내가 타인의 눈에 맞추지 않겠다고 한 건,
그들과 다르게 특별한 삶을 원한다는 말은 아니다.
결국 삶은 하루하루의 일상을 잘 살아나가는 걸로 만들어지는 거니까.
그래도 나의 성향에 잘 맞는 일상을 살아나가려면 어떤 결정이 나에게 제일 좋을까.
나에게 잘 맞는 연애.
나에게 잘 맞는 결혼.
나에게 잘 맞는 직업.
나에게 잘 맞는 취미.
나에게 잘 맞는 가족관계.
나를 알아가는 과정.
그 사람이 예전에 보냈던 편지들을 보니 눈물이 났다.
왜 그때 내 잘못된 모습들을 변화시키지 않았을까.
왜 나는 항상 행동으로 다 하고 지나고 나서 이렇게 후회하는 걸까.
왜 나 자신을 바꾸는 건 이렇게 쉽지 않았을까.
내가 그러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아님 자신을 바꾼다는 건 그만큼 어려운 것이어서 그럴까.
무엇이 문제일까.
내가 내 결정과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
내가 노력 없이 좋은 결과만을 바라는 것?
내가 고생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
내가 너무 힘들지 않았으면 하는 것?
어떤 게 맞는지 지금도 뿌옇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