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27

by 류류류

주말은 늘 그렇듯 참 빨리도 끝난다.

토요일엔 사촌언니 결혼식 피로연에 갔다 같이 귀산에서 커피 마시고 돌아오니 끝이 났고,

일요일엔 아빠 생신이라 케이크 사 와서 엄마의 하모니카 소리에 맞춰 노래 부르고

집에서 이런저런 집안일하며 슬렁슬렁 보내니 끝이 나버렸다.


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타로들을 찾아보면서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하다가,

생각이 너무 피곤해서 폰을 끄고 잠들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월요일 아침 사무실에 이렇게 또 앉아있다.

오늘 제외하고 이제 4일만 더 출근하면 9일간 여름휴가다.

엄마랑 쇼핑도 가고, 친구들과 계곡도 가고, 템플스테이도 나 혼자 2박 3일로 갔다가,

남해에 다녀와서, 수원에 결혼식에 참석하고 나면 여름휴가도 끝이다.

코로나로 거의 대부분 늘 해외에서 보냈던 내 여름휴가가 경상남도를 벗어나지 않지만,

그 어느 때보다 쉬고 싶은 마음이다.


월요일엔 늘 회사에 가져오는 짐이 많다.

어제 짧게 자른 손톱으로 키보드 치는데 뭔가 느낌이 재미있다.

조금씩 내 물건들을 처분하고 정리하는 과정이 즐겁다.

여름휴가 때 하루 날을 잡고 다락도 정리를 해야겠다.


어떻게 보면 결혼을 진행해도 되는 타이밍에 상황이었다.

그때 우리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으면서 왜 지금은 또 늘 사랑할 것처럼 구는지.

물론 내 행동으로 믿음을 주지 못한 것은 인정한다.

나도 그때의(지금과 크게 다를까 의문이다) 나와는 함께하고 싶지 않으니까.

지쳤었다.


그 사람이 하는 많은 행동들에 수가 뒤틀렸고, 아마 너무나도 많이 붙어있었던 것도 한몫했던 것 같다.

결국 우리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특별하고 남들과는 다른 것처럼 시작해도,

결국엔 남들과 비슷한 이유로 비슷한 결말을 맞게 된다.

결국 다 비슷하게 살아간다.

그게 내 삶이기에 나에게 특별한 것일 뿐.

너무 회의적인가.

난 지쳐있다.

내 마음에 더 많은 무게를 지게 하고 싶지 않다.

그건 확실하다.

확실한 것부터 시작하자.


내가 확실히 좋아하거나, 확실히 싫어하는 것을 취하고 없애는 걸로.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것.

큰 고비가 있다.

난 이 회사에서 일하는 게 즐겁지 않다.

더 잘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냥 이렇게 시간을 보내며 월급을 받고 산다.

회사를 그만두고 잘 살 수 있을까.

피곤함과 무기력함에 지쳐서 쓰러지듯 그 사람과 함께하는 일상을 선택해도 될까.

커피나 한잔 마셔야겠다.


해빙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다니고 싶었던 적은 없지만 요새 유독 더 다니기 싫다.

해빙하기가 어렵다.

사주를 보러 가볼까.

본다고 뭐 또 달라질게 뭐가 있냐 싶기도 하다.

차도 있는데 한번 연락을 해볼까. .

오후에 살짝 가볼까 싶기도 하다.

군더더기 없는 삶.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에서 시작해서 점점 내가 닿지 못했던 부분까지 정돈하는 것.

그렇게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천천히 시작하자.


내 성장기를 덤덤하게 풀어낸 책을 쓰고 싶다.

내 가슴에서 계속해서 하는 말일까.

요즘 부쩍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명상을 시작해야겠다.

되든 잘 되지 않든 24시간 중 10분만 투자해서 매일매일 꾸준하게.


오늘 점심때 좀 푹 쉬고 엄마가 싸준 사과와 삶은 계란과 바게트로 점심을 먹고,

오늘 온라인 시험을 쳐볼까, 아니면 내일 쳐볼까.

이번 주 안에는 칠 건데, 여름휴가 때 혹시 연락이 올까 좀 미루고 있는 중이다.


믿음을 가지라고 했었는데, 그게 나에 대한 믿음일까 그 사람에 대한 믿음일까.

전생연이란 게 진짜 있을까.

그래서 서로가 가장 힘들 때 만나 이렇게 지독하게 엮인 것일까.

지독한 건가.

아니면 내가 그렇게 느끼고 있는 것인가.


내 마음을 정확히 잘 알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명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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