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29

by 류류류

그 사람에게 긴 메일을 보냈다.

왜 난 과정을 받아낼 용기와 각오는 부족하면서 그런 과정들로 만들어진 결과는 부러워하는 걸까.

아싸리 이런 면에서는 내 주관이 무척 뚜렷한 게 더 맘 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타인의 의견과 말에 흔들리는 내가 중심이 잡혀있지 않아 흔들림에 몸과 마음이,

영혼이 지친다.


내 중심은 나만이 잡을 수 있다.

나만이 잡아야 하고.


아무 간이 되어있지 않은 채소들의 풍미가 입안에서 느껴진다.

몸이 깨끗해지는 기분이다.

집에서는 브로콜리 뿌리 부분은 입에도 대지 않는데,

회사에서 이렇게 밥을 먹는 건 참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이래서 옛날에(벌써 옛날이 되었구나) 시드니에서 사람들이 점심시간에 운동하고

자기 할 거 하다가 돌아와서 몸에 건강한 샐러드와 그런 음식들을 먹었구나, 싶다.


내가 그 사람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 중 가장 큰 부분은 정이고 연민일까.

그렇게 치면 내가 사랑의 감정을 남자친구에게 느낀 적이 있었나.

나의 인생을 확장시켜 주는 모든 것이 사랑이라면,

그리고 그 사람으로 인해 이렇게 울고 웃고 가슴 졸이고 걱정하고 했다면,

난 사랑하는 것이다.


이게 사랑이 아니면 무엇일까.

내 집착이 될 수도 있을까?

이제 밤에 타로 그만 봐야겠다.

외부의 요인으로 나를 더 흔들기만 하는 것 같다.

나는 그와 함께하게 될까.

함께하지 않는 게 서로를 위해서 좋을까.


내가 지금 한 번씩 새로운 인연을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이 사람과는 끝났다는 걸 반증하는 것 같다.

이 사람과 함께하는 미래보다 새로운 삶을 생각하고 있으니까.

웃기게도 왠지 이번엔 이직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물론 이런 생각은 많이도 들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며

좀 더 자유로운 관점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은 욕구가 있다.


내 고향이, 지금은 좀 답답해졌다.

그리고 이렇게 계속 일을 한다면,

뭐 물론 이렇게 계속 편하고 불편하고 하면서 일을 하겠지만,

늘 이렇게 휴가만 바라보며 살게 될 것 같다.

그리고 난 그렇게 살기 싫다.

매일매일 미래의 쉼만을 보며 소중한 하루하루를 의미 없게 느끼면서 흘려보내는 것.

오랫동안 해와서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다.


의미를 가지고,

늘 그럴 순 없겠지만 성취감과 뿌듯함을 함께 가져가면서 일하고 싶다.

뉴욕으로 가게 된다면, 그 사람과 다시 연애할 수 있을까.

아니면 우리는 벌써 끝나버렸는데 미련에 내가 지금 이런저런 생각을 해서 더 힘든 것일까.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기로 했다.

상황이 처음부터 너무 다를뿐더러,

성향도, 원하는 것도 다른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는 것은 either 그들을 기만하며 자위하거나

or 나를 갉아먹는 행동이다.

두 가지 모두 좋지 않다.


내가 더 잘 낫다고 어떤 한 면에서 느낀다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두 면 모두에서.

결국 우리는 인생을 살아나가는 개개인이고, 결국 결론은 똑같이 난다.

우리의 삶을 마감하는 죽음으로.


아침에 이렇게 커피도 마시고,

자리에 앉아서 내 생각도 글로 풀고,

업무도 보고, 이 시간이 여유로워서 좋다.

오늘은 재킷도 입고 와서 찹찹한 공기도 산뜻하게 느껴진다.

휴가 전이라 분위기도 좀 쳐지고 너무 좋은 것 같다.


이제 내일과 모레 이틀만 나오면 9일간 쉬고 돌아올 거고,

다음 주에 템플스테이도 그렇고 기대되는 일들이 있다.

UN도 계속해서 넣어보자, 누가 이기나 보자.

내 나이만큼 서른 번 정도 넣어보고 안되면 포기하지 뭐.


이번에 생리 끝이 좀 평소와 달라서 걱정이 된다.

휴가 끝나고 산부인과 검진을 받으러 다녀와야겠다.

. 괜찮았으면 좋겠다.

정말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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