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30

by 류류류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늘 함께하는 가족.

그렇게 빡시지 않은 일.

이제는 나에게 뭐라 하지 않는 사무실 사람들.

그래서 편함.

집과 가까운 회사.

가까운 친구들.

저녁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쉴 수 있는 여유로움.

더 크게 보면 안전한 생활 등등 생각해 보면 해빙할 수 있는 것들이 무척 많다.


그런데도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뭐일까.


내가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아서 그런 걸까.

나중에 돌아봤을 때 후회할만한 일을 꾸역꾸역 해내고 있는 걸까.

나는 어떤 성향을 가지고 어떤 면에서 활동할 때 가장 행복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까.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난 대게 작은 것에도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니, 지금도 꽤 그런 편이다.


다만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회사에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게 문제다.

오늘 저녁에도 맛있는 걸 해 먹을 생각에 신나고 한걸 보면 그 외에는 꽤 괜찮은 것 같은데.

그 사람과는 헤어졌는데 헤어지지 않은 기분이다.


다만 그가 내 마음의 혼돈을 정리하고 차분히 모든 걸 정확하게 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다.

아마 그가 그러고 있어서 그런 느낌을 당연히 받는 거겠지만.

나의 하반기는 어떻게 지나가게 될까.

아니 나의 하반기는 내가 어떻게 보낼까?

내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 내 인생이다.

인생에 모든 것에 일어나는 일에 초점을 맞추면 난 수습에 급급하게만 살게 될 거고,

내가 먼저 선빵을 날려야 한다.


뭐 이렇게 과격하게 표현할 필요는 없었지만,

내가 결정하고 행동하고,

거기에 인생이 장단을 맞추어 춤추듯 일어나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번엔 이동할 수 있을 것 같은 운도 따라줄 것 같은데(늘 이직은 주도적으로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이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동하고 난 후에는 여기서 보냈던 시간들에서 좋은 점들도 많이 찾고 또 아련해하겠지.

참 나란 사람이란.


제일 그리워할 것 같은 건 편안한 시간과 여자휴게실이 될 것 같다.

점심시간 때 점심 대신 낮잠을 잘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그래 마음 편하게 먹고 내가 여기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취하면서 편안하게 지금 여기에 있자.

과거는 블랙홀이라고 했고,

미래는 내가 지금 생각하는 이 부정적인 필터를 사용해서는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이 훨씬 많은 것 같다.


그 사람이 얘기했던 내가 벌 받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은

내 친한 친구도 가지고 있던데 이는 어디서 느끼게 된 감정의 과정일까.

한국적인 것일까 아니면 본성적으로 그럴 수 있는 것일까.


아마 나쁜 일을 하면 그 후에 꼭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침에 이불을 개고 나오는 건 꽤 효과적인 것 같다.

내 쉼을 정리하고 온 기분.


오늘 하루 또 열심히 살아가고 집에 가서 깨끗한 이불을 보면 괜히 기분이 깔끔해진다.

내가 휴식을 보상받아 마땅하다는 그런 느낌.

이제 내일만 출근하면 주말 포함해서 총 9일을 쉰다.

8월 말에 가족과 다 함께 남해 아난티에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리고 11월에는 이직했으면. 하하하.

퇴직금을 살펴보니 2천만원이 조금 넘을 것 같다.

그걸로 1년 반 동안은 지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돈이 얼마 정도가 있으면 미래 걱정을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돈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어떤 걸 가지고 있어야 살아가는데 큰 걱정 없이 살 수 있을까.

미니멀리스트들의 말을 들으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껴지고,

보통의 중산층의 기준에서 본다면 아직 한참을 멀었고,

참 기준에 따라서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구나 싶다.


오늘 듣는 노래가 신나는 건 노래가 신나는 걸까 아니면 내일만 출근하면 오랫동안 쉬어서 그럴까.

뭐 어찌 됐든 좋다. 내 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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