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스럽다.
나는 아직 쓸 만한데,
그가 나를 들고 나간다.
인정한다.
트렌드는 빠르고,
사람의 마음은 그보다 더 빠르다.
내가 이제
그리 세련된 외모는 아니다.(아니라는걸)
그래도 좀 서운하다.
이 집에서 나는
꽤 오래, 꽤 성실히
그 사람의 곁을 지켜왔다.
정도 없나 보다.
돈은 많나 보다.
이토록 쉽게 나를 버리다니.
나는 어디로 갈까.
운이 좋다면
다른 집의 한켠에서
또 내 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나는 아직 완전하다.
쓰레기로 불리기엔
너무 많은 시간을 품고 있다.
인간들은 말한다.
쓸모를 잃으면 쓰레기라고.
실증이 나면 쓰레기라고.
나도 묻고 싶다.
이 세상에서
쓰레기가 아닌 건
그럼 도대체 무엇이냐고.
어제의 필요는
오늘의 쓰레기가 된다.
정리란 이름의 폭력,
미니멀리즘이라는 합리화.
세상은 가벼워졌지만
버려진 것들은 쌓여간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건
그의 미소였다.
그 미소는 개운했지만,
냄새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