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아닌 아이
태이가 어린이집에 막 적응하던 시절, 선생님은 분명 "아이가 정말 순해요." 하셨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불과 두 달이 지난 요즘. 하원할 때 선생님은 가끔 웃으며 말씀하신다.
"집에서도 보통이 아니죠?"
맞다. 개월 수가 늘어날수록 태이의 에너지는 치솟고, 고집도 부쩍 세졌다.
남편과 나는 고개를 끄떡이며 결론 내렸다.
"얘, 더 이상 순둥이는 아니야."
어린이집 방학이 시작된 요즘, 겨우 한 주라고 방심했는데 이렇게 한 주가 길게 느껴진 적이 있나 싶게 그새 태이의 고집은 감히 '극에 달했다'라고 표현해 본다. (물론, 미래는 모르니까.) 특히, 배고플 때 이유식을 내밀면 상냥한 거절 따위는 없다. 물을 줘도 싫고, 숟가락도 싫고, 그냥 다 치워버리란다. 우렁찬 울음소리에 정신이 쏙 하고 빠질 때쯤 완성된 따듯한 분유 한 병만이 잠시의 평화를 가져올 뿐이다.
요즘은 이유식 줄 타이밍을 재기 위해, 상사 눈치를 보듯 아이의 기분을 살핀다. 적당히 배고픈 상태인가. 기분은 좋은가. 타이밍이 괜찮다 싶어 숟가락을 들이밀면 태이는 푸푸- 하고 절반을 뱉는다. 그 덕에 매 끼니마다 태이 옷은 기본이고 내 옷, 식탁, 바닥까지 혼돈의 카오스다. '이 놈- 뱉으면 안 돼.' 하고 혼내는 척해보지만, 어디 이 아가에게 씨알이라도 먹힐까. 이 조그만 몸 어디에 이런 고집과 기운이 숨어 있는지, 매일 놀란다.
앞으로 더해질 에너지와 고집에 걱정이 드는 와중에도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세상이 말하는 '보통'에 집착하지 않는 아이가 되기를. 모난 구석 하나 없는 아이보단, 자기 색을 지닌 아이로 자라면 좋겠다. 좋아하는 걸 알고, 싫은 건 명확히 말할 수 있는 사람. 그 시작이 이유식이라면, 뭐.. 그래, 견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