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이의 첫여름.
작년 여름 나는 만삭이었다.
9월이 끝나가도록 지독한 더위가 이어지던 작년 여름, 몸은 점점 무거워지고, 숨 쉴 때마다 끈적한 공기가 피부에 달라붙는듯했다. 유난히도 길게 느껴지던 그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 10월 초, 태이가 찾아왔다.
그러니 태이에겐 올여름이 첫여름이다.
조리원에 있을 때부터 '아기가 땀이 많네요.'라는 말을 들었을 만큼, 쾌적한 신생아실에서도 땀을 많이 흘리던 아이였다. 요즘은 그 작은 몸에 에너지가 가득해 끊임없이 기어 다니고, 서고, 넘어지느라 늘 송골송골 땀이 맺혀있다.
태이의 하루는 매일 뜨겁고, 바쁘다. 눈을 뜨자마자 이 방 저 방을 기어다니고, 손에 잡히는 건 뭐든 들었다 놨다 반복한다. 서서 엉덩이를 세차게 씰룩이다가 툭 넘어지고, 금세 다른 곳으로 슥슥 기어간다. 크고 반짝이는 두 눈 속엔 세상을 향한 궁금증이 가득하고, 하루하루 바쁘게 자라고 있다.
푸른 것들이 쑥쑥 자라나는 여름. 너무나 뜨겁지만 생명력이 가득한 이 계절을 통해 아이를 본다.
어느새 여름 볕에 까맣게 그을린 얼굴과 다리, 온몸에 맺힌 작은 땀방울, 새롭고 싱그럽고, 또 가끔은 숨이 찰 만큼 벅찬— 그런 여름을 닮은 아이의 시간.
태이는 기억 못 하겠지만,
엄마는 오래도록 기억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