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진 Oct 04. 2023

빙딱같이 보이지만, 초보 농사꾼 필수 아이템 '방역복'

귀촌이야기

“먼 빙이데? 들 안 덥다냐?”

우리의 텃밭 컬렉션을 내팽개친 지 이미 오래전이다. 그리고 선택한 ‘방역복’, 모기를 막아줄 소중한 방역복을 입고 일하는 우리에게 할머니들이 내던진 말이다.

“모기가 너무 많아요.”

“땀이 솔찬히 날껀디, 안 힘들당가?”

“사우나하는 기분으로 버텨요.”

손짓·발짓하며 습한 날씨에 달려드는 모기가 무서워 장착했다는 말에도 할머니들은 ‘이해 불가랑께.’라는 듯 혀를 쯪쯪 차며 돌아선다.      


두껍거나 털이 달린 몸빼를 구매했고, 온갖 모기 퇴치 약을 사서 뿌려도 보고, 커다란 선풍기를 조그만 스파크에 실어 와 틀어봤다. 하지만 모기를 이길 수가 없었다.

마당 관리가 안 된 좌우 이웃과 문을 열면 보이는 논 그리고 방치된 밭에서 자유롭게 자라나는 풀숲, 몸을 숨기고 자유롭게 활보하기 적합한 영역에서 니나노 춤을 추며 유일한 밥인 우리를 기다리는 모기를 이길 재간이 없다.


우리가 모기를 이길 방법이라곤 좌우 옆집과 싸우고, 물이 흥건한 논을 묻으라고 하거나, 밭주인을 찾아가 잡풀을 밀어 달라며, 우리 집에 모기가 안 날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 떼를 써야 한다.    

 

그러다 우연히 찾은 방역복. 그간 옷장을 따로 만들어둘 만큼 모아두었던 우리의 빨주노초파남보, 형형색색의 텃밭 패션을 버려도 좋을 만큼, 귀촌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텃밭을 가꾸기 전, 그래도 나름, 도시 여자였다.

챙 넓은 밀짚모자를 쓰고, 깔끔한 옷을 입고 어쩌다 집에 들어와 반려견이 된 길동이를 산책시켰었다. 지금은 읍에 나갈 때도 바르지 않은 입술연지도 바르고 다녔었다. 조신히 어르신들과 인사도 하고 ‘하하하’ 웃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몸빼? 그게 뭐예요?’라며 내숭 떤 적도 있었다.


텃밭을 가꾸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최애 아이템은 텃밭 컬렉션이었다. 하지만 소심했던 우린 마당 안에서만 화려한 몸빼와 꽃장식이 들어간 일 모자를 쓰고, 여러 켤레 장만해 진열해 놓은 장화를 장착할 뿐, 밖으로 신고 나다닐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모기가 두부와 나의 소심함을 바꿔놓았다.

‘너를 피할 수 있다면, 우리는 뭐든 할 수 있어!’     


폴리프로필렌이 주원료인 인체에 해가 없고 항균성, 발수성, 우수한 통기성과 여과 기능이 있는 스펀본드 부직포 사이에, 의료·보건용 마스크의 내부 필터인 멜트블로운 필터가 들어간, 삼중 구조 부직포 방역복을 장착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며 나도 두부도 필수로 입을 가리고 다니던 마스크, 그 답답했던 마스크를 온몸에 두르기로 했다.     


처음 나의 몸에 장착된 방역복은 가벼웠다. 모기가 파고들 틈 없이 턱까지 지퍼를 올릴 수 있는 원피스라는 점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발수성과 통기성이 다른 부직포에 비해 나은 감은 있었지만, 방역복 안으로 떨어지던 땀방울을 밖에서 내리는 빗방울이라 각할 정도였다는 점이 아쉬웠다.


텃밭 일을 시작하고 2분도 지나지 않아, 이내 동서남북에서 날아온 모기들이 내 몸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자동 방어체계인 두꺼운 목장갑을 낀 나의 손이 모기들을 향해 휘저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숫자의 암모기들이 내 주위를 윙윙거렸다.


일단 방호대체로 입은 방역복 성능을 실험해 보는 것이  순위 같았다.

모기가 내려앉기를 기다렸다. 우앙~ 암컷의 주둥이가 방역복을 뚫지 못했다.

"대박이다!"


비가 오듯 방역복 안으로 떨어지는 땀방울은 온몸을 적셔주었지만, 일주일에 두어 차례 사우나에 온 기분을 느끼기로 했다. 아니 사우나에 들어갔다 나온 것보다, 때도 잘 밀리고 개운했다.


이렇게 우리의 여름은 지나갔다.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모기의 기운도 가라앉지 않았겠냐는 기대는 나의 바람이었다.


가을, 모기가 사라지기 전 가장 독기가 올라 열성적으로 피를 갈구할 때라고 흔히들 말한다. NO. NO.


뜨겁거나 추운 날씨를 싫어하고, 선선한 날씨의 적정한 온도를 좋아하는 모기.

그것들의 가장 최상의 기후인 가을.

왕성해진 기운으로 우리의 전투태세를 경험치로 알아낸 모기가 불안전 지대인  얼굴 안면 공격을 해온다. 모자 틈바구니로 비집고 들어온 암컷에게 결국 두 방 물리고 말았다.


터덜터덜한 마음으로 밤 호박 하우스로 마실을 갔다.

“언니 그거 입고 가도 괜찮겠어?”

“동네 사람들 다 아는데 뭐.”라고 말은 했지만 지나가는 사람이 없는지 살피게 된다.      

“안 덥다냐?” 밤 호박 집 이모님이 걱정스러운 듯 우릴 훑어보신다.

“모기보다 땀 흘리는 게 나아요. 모기는 못 참겠어요. 가려워서 잠도 못 자고.”

“아야 커피 한 잔 허고 가.”하며 고추 따던 손을 멈추고 우릴 끌어주신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요런 커피 안 마시제? 우짠데.”

사실 두부는 다이어트로 난 원래 믹스커피는 마시지 않지만 “없어서 못 마시죠. 우리 엄청 좋아해요.”

아저씨가 하우스로 들어오시며 슬쩍 우리를 보시고 눈길을 피하더니 “그 방역복은 왜 입었당가?”하며 이모님을 바라보신다.

“야들이 모기가 무서워 그라제, 우리야 무는 모기가 힘들지 암시랑도 않지만, 요 아가씨들은 도시에서 왔응께. 그래도 텃밭 가꾼다고 열심히 안합디요.” 항상 우리 편이 돼주시는 이모님 ‘최고입니다.’   

  

“저희 볏짚 얻으러 왔는데요.” 얼른 화제를 바꿨다.

“지금 안 돼야. 비 맞아서, 저짝 논 비면 가져가. 근디 멋할라고?”

“마늘 심어 볼라고요.”

갑자기 이모님이 “염병.”, 이 소리에 두부도 놀란 눈치였다. 그다음 말은 ‘그것까지 심어볼 참이냐?’라고 말을 할 줄 알았다.

“미리사 야그하지,” 이모님이 두 손을 모으더니 “요만큼 남은 거 남 주븠어야.”

“장에 가서 사면 돼요. 걱정하지 마셔요.”

“담엔 싸게 말혀, 그리고 나락 비면 얘기 할랑게 볏짚 가지러 와.”


고마운 이모님께 몇 번을 인사하고 하우스를 나와 농로를 걸었다.

“두부야, 남들이 우리 차림새를 보면 저기 펼쳐진 논이 다 우리 것인 줄 알겠다.”

“언니, 복장은 만 두 정도 되는 소·돼지 밥 주고 집에 돌아가는 영농후계자야.”

“크크크크크크”     


밀린 텃밭 정리하는데, 온종일 이놈에 비는 오락가락하던 비가 우두둑 떨어지고 쌀쌀함이 밀려온다.

“시금치 씨만 뿌리고 끝내야 하나?” 제법 굵직한 비가 떨어지지만, 많이 오지는 않았다.

“두부야, 비가 안 스며! 마저 마무리하고 끝내도 되겠는데.”

“언니 진짜 비가 안 스미네.”

“에고, 기특한 방역복, 한겨울엔 방한복도 되겠다.”     


10평 남짓 텃밭에서 소꿉장난하듯 꾸려나가고 있지만, 방역복이 없었다면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사랑해 방역복.‘

이전 08화 아직도 여행 중.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