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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임 Nov 08. 2023

전원생활이 나에게 글을 쓰게 한다

못난 글

“누나, 아직도 글 올려?”

“하다 보니 그렇게 됐네.”

“학생들 얘기 끝나면 그만둘 줄 알았는데. 재미있어?”

“나도 그럴 줄 알았지…. 그런데 재미있어. 저기 내 뮤즈도 있잖아.”

길동이와 놀고 있던 두부가 “내가 언니 뮤즈야?”라더니 “길동아 내가 언니 뮤즈래~ 뮤즈”하고 길동이가 ‘나도, 나도.’ 하며 통통거리며 뛰고 있다.

“근데 왜 두부야.”

“잘 생각해 봐. 나랑 너무 다르지 않냐? 성격이나 행동 모든 게 정반대야.”    

 

그런 이야기가 오고 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황당하던 두부의 차 사고가 잘 해결되고 저녁 겸 그녀와 마주 앉아 맥주를 한잔 걸치고 있었다.

“두부야, 너 대단해.”

“왜?"

"너의 스파크 조회 수가 8,000이 넘었다.” 하며 브런치 통계를 보여줬다.

“내가 언니 뮤즈 맞네. 길동아~ 너도 한몫하고 있지?” 하더니 생글생글 웃으며 좋단다. 그 안엔 미안한 마음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다는 걸 나도 안다.

“다른 사람들은 글 쓸 소재 찾으러 다니는데, 언니는 찾아다닐 필요 없잖아! 그리고 얼마나 좋아 사람들은 평범한 거보다 나처럼 가끔 사고 치는 얘기를 더 좋아해.”라는데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지만, 한편으론 귀엽기도 하다.

“그래서 계속 사고 치시겠다고? 길동이 너도!”     


두부 말처럼, 정말 사람들은 평범한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보다, 바닥을 쳤다 성공한 이야기, 성공에서 바닥을 친 이야기를 좋아할까?

그녀가 웃음과 슬픔 그리고 성공과 실패를 클라이맥스로 걸쳐지는 가슴 졸이고 감동 어린 스토리를 찾아 읽는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겠지.

그럼 어떤 이야기가 감동과 희열을 줄까?     


하루를 조각조각 내어 살던 나의 20대부터 50대가 되기 전까지의 이야기.

어려서 부모님 말 안 듣던 이야기, 힘들게 이혼한 이야기, 돈 많이 벌 던 이야기, 실패하고 바닥을 친 이야기, 24시간 중 4시간밖에 못 자고 살던 이야기, 미슐랭에서 인정받고 일하던 이야기, 유학 시절 학교 선후배를 이끌고 다니던 이야기, 교수님이 내가 하는 요리를 구경하던 이야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이야기부터. 30년 동안 죽기 살기로 헤쳐 나온 그 시절은 생각이 나질 않는다. 간혹 그랬었지라는 생각이 들 뿐.


오히려 지금 이 산천에서 5년 동안 전원생활을 누리며 어린아이들과 부대끼는 이야기, 동네 할머니들과 수다를 떠는 이야기, 텃밭을 가꾸고 작물을 거두며 투덜거리고 뿌듯한 이야기가 내 가슴을 평화롭게 만든다.     

그리고 매일매일 나에게 웃음을 주는 두부와 길동이, 노랭이 그리고 새로 태어나 새록새록 자라나는 아보기를 바라보며 행복하기에 글을 다.


비록 아이들 이야기만 써보자 시작을 했고, 어쭙잖고 한탄 같은 글이라 하더라도 지금 행복한 상태를 글로 옮겨 좋다.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글을 쓸지는 나도 장담을 할 수 없지만, 아보기가 잘 커 나무가 되면 이 녀석의 이야기까지 써보고 싶다.


핸드폰 알림이 떴다.

‘조회 수가 10000을 돌파했습니다.’

아무래도 조회 수 50000이었던 만두 이야기를 넘어설 것 같다.

우리 동생이 큰일 했네.   

    

'아보기' 두부가 아보카도 나무를 본적 없다해서, 아보카도를 먹고 남은 씨로 싹을 틔워 나무로 키우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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