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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임 Dec 16. 2023

유투버 ‘자취남’, 우리의 전원생활에 초대했다

귀촌 이야기

어느 날

두부가 ‘자취남’이라는 유투버를 아냐고 물어봤다.

“그게 누구야?”

“이거 봐봐. 사람들 사는 모습을 찍어 올리는 거래.”라며 노트북을 열더니 ‘자취남’ 영상 플레이어를 눌렀다.

“혼자 사는 사람 찍는 거야?”

“응, ‘사람 사는 게 다 똑같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생활에 필요한 인테리어나 살림 팁도 나오고”라며 화면에 푹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두부.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언니, 지방에도 올 생각인가 봐.”

“그런데?”

“우리 집처럼 텃밭이 있는 집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너도 신청하려고?”

“할까? 하면 올까?”

“해보고 안 오면 어쩔 수 없는 거지만, 오면 그게 더 걱정인데.”

“오면 좋겠지?”

“너 카메라 보고 말 잘할 수 있어? 난 못할 것 같은데. 전에 KBS 기자가 나에게 마이크 들이댔을 때 퉁명스러웠던 나의 말투 생각 안 나?”

잠시 허공을 바라보며 생각하던 두부가 “그래도 해볼까?”

“해보고 싶으면 해?”라는 말이 끝이었다.


그러더니    

“언니, 언니, ‘자취남’ 한테 연락 왔어. 11월 말에 온대.”

이를 어쩌나. 괜히 해보라는 말을 했던 내 주둥이를 찰싹찰싹 쳐보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너 살 빼야겠다.”


어차피 ‘자취남’이 온다는 말에 흥분한 두부에게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봐.’라는 소용이 없을 것이고, 그간 쌓여있던 집안일을 몰아하기로 했다.    

 

텃밭을 정리하던 두부가 “이 정도면 되지 않아?”라고 말하면, “텃밭 자랑하고 싶다며?”라는 말로 배추도 심고 무, 당근, 시금치, 청경채, 마늘, 파까지 모조리 심었다.

거기다 따뜻한 날씨로 겨울이 오기 바로 앞까지 따 먹던 방울토마토, 고추, 가지 대를 군말 없이 걷어내고, 수확한 방울토마토소스 만들기와 가지 말리기 그리고 고추장아찌 저장까지 불평 없이 했다는 거다.

내년에 하자던 창고 벽 미장도 순순히 따라나서고, 마당 한가운데를 막고 있던 모래 산을 분산해 마당에 펴고 나머지는 마당 한쪽으로 몰아놓았다.     


그렇게 하자고, 겨울이 오기 전에 움직여야 한다는 나의 말은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더니, ‘자취남’이 온다는 소식에 몸을 바지런히 움직이는 두부다.

‘자취남’에게 집안과 밖을 깨끗이 치울 수 있게 두부를 움직여 줘서 고맙다고 해야 할까?     



‘자취남’이 오는 날.

엊저녁부터 준비하던 식사 준비하고 있는 사이, 내가 가르치는 중학생들이 유투버를 만나겠다며 집으로 찾아왔다.

요리를 배우는 녀석들이라 그런지 식사 준비를 도와주겠다며 손을 걷어 올려 감자 껍질을 까고, 쪽파를 다듬었다.


“어머! 안녕하세요.” 한 톤 업된 두부의 목소리가 들린다.

밖에서 어수선히 오고 가는 소리가 들려 나가 보니 화면으로만 보던 '자취남'이 도착해 짐을 옮기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안녕하세요. 아닙니다.”하며 자연스럽게 손이 올라갔고 우린 악수하며 '우리가 일로 만난 건 아닌데. 어른이란 무서운 거야.’라는 생각이 들며 어색하게 손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내 손에 전해진 작은 쇼핑백

“집들이 선물입니다.” 고맙게도 감사의 선물이라며 향이 좋은 바디 용품을 전해주셨다.  

   

‘자취남’에게 아이들을 소개하고, 아이들에게도 그를 소개했다.

사실 학생들이 우리 집에 오게 된 것은, 미리 그에게 부탁했기 때문이다.


시골에 사는 우리 아이들은 유투버던, 탤런트던, 가수던, 영화배우던 TV 같은 대중매체에 나오는 사람을 만나기가 힘든 지역에 살고 있다. 특히나 많은 아이의 장래 희망이 유튜버라 하니 혹시라도 폐가 안된다면 아이들과 간단한 대화의 시간을 가져달라는 부탁이었다.   

   

우리의 부탁에 흔쾌히 승낙해 준 ‘자취남’ 이서인가?

아이들과 인사는 그를 보니 생각보다 서글서글한 인상에 상냥하고 조곤조곤함에 오늘이 편하게 넘어가겠다는 생각이 든다.    

 

촬영에 관한 작은 브리핑이 있었다.

“원하는 방향이 있으면 서슴없이 말해주세요.”라는 나의 말에 “편하게 하시면 됩니다.”라고 하는데 ‘편할 리가 없잖아. 화면에 들이 하대기엔 어색한 얼굴에 어정쩡한 아줌마, 플러스, 사진만 찍어도 굳어지는 얼굴인데.’라는 나의 우려는, 촬영이 계속되고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어질수록, 저 멀리 보이는 산으로 넘어갔다.

두부와 나는 타고 난 배우처럼 가슴에 마이크를 달고 텃밭과 마당 그리고 집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우리가 땀 흘리며 일구어낸 일들을 종알대기 시작했고, 촬영이 마칠 때까지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촬영이 끝나고, 그의 아내가 애완견 유부와 함께 찾아왔다.

‘자취남’과의 촬영이 화기애애하게 끝이 나서 일까? 그가 왔을 때보다 그의 아내를 더 반갑게 맞이하고 음식이 차려진 곳으로 안내했다.


음식이 차려진 식탁 앞에 마주 앉은 생각보다 숫기 없는 유투버와 숫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나의 학생들의 만남.

하지만 이내 아이들과 유투버라는 직업에 관한 질문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단시간 프로그램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진 아이들에게 유튜브가 만들어지는 창작 그리고 단시간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걸리는 시간의 과정이 화면 밖에서 보는 상황과 다르다는 걸 알려주었다. 흥행을 위해 도덕관과 가치관을 버리면 안 된다는 사실 그리고 신중하게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는 걸 알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핸드폰이 없는 한 아이에게 안 쓰는 핸드폰이 있다며 선뜻 보내주겠다는 말.

아이들에게 ‘아니’라는 말보다 ‘그래’라는 말로 어색했던 분위기를 바꿔준 ‘자취남’ 부부에게 감사함을 느끼는 날이다.


‘자취남’ 부부와 아이들이 만족스러운 식사를 같이하고 떠났다.  

   

지금 내가 도시에 살았다면, 유투버를 초대해 아이들과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까?

정말 귀촌하기 잘한 것 같다.     


다시 한번 ‘자취남’에게 감사함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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