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김치엔 고구마가 궁합이 맞는데, 고구마를 삶을까?
배추 굴국은 한번 구운 양파를 넣고 다시마와 무를 넣어 끓인 육수에 된장을 풀고 마늘과 배추를 넣는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면 굴을 넣고 한소끔 끓인다. 소금과 잡젓으로 간을 보고 그릇에 담아 식탁에 올려놓았다.
간장에 간장을 넣어 척척 비벼 한입 넣고, 시원한 배추 굴국을 들고 마시는 두부의 모습에 힘든 하루도 가뿐하게 지나가게 됐다.
9월에 심은 배추를 학교 수업에 몇 번 활용하고, 우리 집을 찾아준 손님에게 달콤하게 맛이 들은 쌈 배추를 상에 올리고, 동네 이웃에게 나눠주고 몇 포기 남아있었다.
눈이 올 거라는 소식에 텃밭에 튼실하게 자란 자식 같은 배추에 눈이 갔다.
영양제는 고사하고 벌레도 못 잡아줬는데 너무 잘 자라 준 배추가 대견해서라도 써줘야 할 건데, 너무 미안했다.
내가 널 위해 어떤 요리를 해야 너의 뿌듯한 자람에 답을 할 수가 있을까? 하며 배추를 바라보고 앉아있었다.
작년에도 그전 년에도 이 산천에 살며 가깝게 지내는 분들이 많게는 서너 포기 김장김치를 주기 때문에 김장을 할 생각은 엄두도 못 내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미 겨울 초입부터 김 선생님이 들고 온 강원도 김장김치를 샐러드처럼 먹고 있었다.
“만드는 건 귀찮지만 언니가 담은 김치가 맛있어.”라는 두부의 말이 생각이 났다.
‘이참에 몇 포기 담아봐.’라는 생각이 잠시 스쳤지만, 그 많은 김치를 앞으로 어디에 보관할지 걱정이 앞섰다.
며칠이 지나고, 내 손에 통영에서 온 실하디 실한 굴이 들어왔다.
‘나에게 김치를 담으라는 건가?’ 어쩌면 배추의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두 포기를 잘라 처마 밑에서 손질하고, 바깥 부엌에서 김장 고무대야보다 작은 스테인리스 대야를 들고 집안 부엌으로 들어와 바닥에 대야를 내려놓고 앉았다.
“그래, 결심했어. 겉절이를 만들겠어!”
칼을 들고 대야에 뉜 배추 중심에 가져다 대자, 쩌어억, 묵직한 소리를 내며 배추가 반으로 갈라지더니 숨겨왔던 속내를 보였다.
아니, 이 이쁜 배추가 속이 얼마나 알찬지 작은 대야론 어림도 없는 양을 쏟아내고 있었다. 다시 대야를 모아둔 선반으로 가서 제법 큰 것을 들고 돌아와 커다란 대야로 잘라주던 배추를 옮겼다.
겉절이는 생배추로도 하지만 둘이 먹기엔 양이 많아져 배추를 절여 담기로 했다.
칼로 길쭉하게 톡톡 치며 한 잎, 한 잎 잘라주고, 물을 뿌리고 소금을 뿌려 주었다.
자 이제 양념을 만들어야 할 차례, 굴이 들어가니 시원한 양념을 만들기.
냉동실에 얼려둔 빨간 생고추를 꺼내 녹기를 기다렸다.
먼저 깨를 절구에 찧어 그릇에 꺼내 담아놓고, 깨가 묻어있는 절구에 마늘과 생강을 빻았다.
이젠 사과와 무, 당근, 양파 차례. 그레이터에 사과와 무, 당근은 껍질째 갈고, 양파는 껍질을 벗겨 갈아서, 면 보자기에 쌓아 즙을 꽈아악 짜냈다.
짜낸 즙을 믹서기에 넣고 녹인 빨간 생고추와 육젓 그리고 설탕을 넣고 갈아내니 불그죽죽한 맛깔난 색을 띠었다.
갈아낸 빨간 양념을 그릇에 담고, 간 마늘과 생강을 넣은 다음 고춧가루를 부었다.
여기에 까나리와 멸치가 섞인 잡젓을 넣어주고, 맛본 간이…. 음, 육젓 국물이 들어가면 간이 맞겠다.
텃밭에서 자유스럽게 큰 덕인지, 소금에 절인 배추가 숨이 잘 죽질 않았다.
‘이것이 노지의 힘이다.’ 이럴 때마다 귀촌해 텃밭을 일군 보람을 느끼게 된다.
텃밭에서 가져온 쪽파를 다듬으며 두부가 노트북을 열고 영화를 보다, 저녁은 뭘 먹느냐고 물어본다.
“굴 배춧국하고 굴밥”
“언니, 굴밥도 준비했어?”
“지금 밥 안칠 건데. 배추는 아직 멀었네. 오늘은 못 먹겠다.”
굴밥은 먼저 깨끗이 닦은 다시마로 다시물을 내두었다. 씻은 쌀을 불려 채 썬 무와 굴 그리고 다시물을 넣어 솥밥을 했다. 굴밥에 넣을 양념장을 만들려는 나에게 두부가 “전에 언니가 다려놓은 간장 있어.”라며 꺼내 식탁에 올려놓았다. 일이 하나라도 주니 다행이라는 생각에 한숨만 ‘휴~’하고 내쉬었다.
배추 굴국은 한번 구운 양파를 넣고 다시마와 무를 넣어 끓인 육수에 된장을 풀고 마늘과 배추를 넣는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면 굴을 넣고 한소끔 끓인다. 소금과 잡젓으로 간을 보고 그릇에 담아 식탁에 올려놓았다.
간장에 간장을 넣어 척척 비벼 한입 넣고, 시원한 배추 굴국을 들고 마시는 두부의 모습에 힘든 하루도 가뿐하게 지나가게 됐다.
간장에 간장을 넣어 척척 비벼 한입 넣고, 시원한 배추 굴국을 들고 마시는 두부의 모습에 힘든 하루도 가뿐하게 지나가게 됐다.
저녁식사가 끝나고, 배추는 야들야들하니 잘 절여졌다. 서너 번 헹궈 물기를 빠지길 조금 기다리고, 남은 물기를 손으로 꼭꼭 짜서 대야에 넣어줬다.
“언니, 절이니까 확 쪼그라드네.”
“김장하고 남은 절인 배추처럼 만들어서 그래.”
다듬어 놓은 쪽파를 씻어 먹기 힘들지 않을 크기로 잘라 겉절이를 담을 대야 옆에 놓아두었다.
배추에 맛이 잘 섞인 양념장을 들이붓고 살살 비벼가며 양념이 골고루 섞일 수 있게 신중히 처리했다.
“두부야, 굴하고 쪽파 넣어줘.”
“같이 안 넣고 굴하고 쪽파는 나중에 넣어?”
“너무 비벼서 부서지거나, 쪽파에서 쓴맛이 날 수가 있으니까.”
“이제 갈아 놓은 깨 넣어줄래?”
완성이 된 듯한 배추를 굴과 함께 두부의 입에 넣고, 나도 시원하게 한입 먹었다.
“고춧가루.”
“매우면 어떻게 해?”
“고춧가루가 적게 들어가도 김치는 안돼. 어느 정도는 넣어야지.”
다시 한번 비벼, 두부 입에 그리고 내 입에 겉절이에 굴을 쌓아 간을 봤다. 작은 눈을 동그랗게 뜬 두부가 “그러네.”라며 고개를 끄덕이고 겉절이를 손가락으로 한 번 더 집어 들더니 맛있다며 좋아한다.
맛있는 음식이 별 건가, 같이 먹을 사람이 맛있다면 됐지 뭐.
이번 겨울은 텃밭에서 재배한 배추와 무, 쪽파, 당근으로 만든 겉절이와 함께 할 것 같다.
겨울 김치엔 고구마가 궁합이 맞는데, 고구마를 삶을까?
깨끗이 씻은 고구마를 솥에 넣고 삶아지길 기다리며, 오늘 하루를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