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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임 Jul 10. 2023

나이 50줄에 새로운 재능을 찾았다. 3

다이어트-21

위이힝. 위이힝.

지하수 펌프가 계속 울어댄다.     

우린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언니 아까.” 두부가 토끼눈을 하고 나를 다.

“밖에 수도?” 나도 이제야 생각났다.

포클레인 사장님이 넓은 마음으로 설치해 주신 수도. ‘휴.’ 한숨만 나왔다.

우리는 밸브를 잠그고 자려고 누웠다. 잠이 안 온다.  

  

“두부야. 수도사 아저씨를 불러야겠지?”

“언니, 낮에 아저씨가 수도 설치하실 때 내가 도와드렸거든.” 두부가 말하는 품새가 불안했다.

“내가 파이프만 바꿔서 연결하면 될 것 같아.” 두부의 눈빛에 각오가 담겨있었다.

두부, 휴가 내지 말라고 할걸….    

      

다음날, 눈을 뜨자마자, 세수도 안 하고 읍에 나갔다.

“아저씨 1.5cm 수도관 하나 주세요.”     

나는 텃밭에 돌을 파내고, 두부는 새 수도관을 묻기 시작했다.

“언니 도와줘. 이제 수도에 연결만 하면 돼.” 두부가 뿌듯한 표정으로 수도 설치 마무리 작업을 끝냈다.

그리고 물을 틀었다.  이번엔 수도관에서 물이 샌다.     

“언니 그냥 아저씨 부를까?” 수도관 묻는다고 삽질을 그렇게 열심히 해대더니, 두부도 지쳤다.  


그날 오후에 수도사 아저씨가 오셨다.

“그냥 날 부르지, 그랬어요. 미장하시려고?” 아저씨 표정이 그것도 그냥 사람 부르지,라는 얼굴이었다.

“네.” 난 할 수 있다는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했다.

“오늘은 안돼. 수도가 자리 잡은 다음에. 내일이나 모래 하면 되겠네.” 우리를 훑어보시고는

“할 줄은 알고?”

"... "   난 미장을 하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갈수록 자신감이 쪼끔 없어진다. 하지만 하기로 했으니 해야지!  

“두부야 오늘은 몰탈만 사 오자.”

“그럴까.” 두부와 나는 석제 상으로 향했다.

석제 상 아저씨가 우리를 훑어보신다. “할 줄은 아는가?

“그럼요.”라고 나는 자신 있게 대답은 했다.

그러나 과연         

 

그리고 미장을 하기로 마음먹은 날, 난 아침까지 든든히 먹고 나왔다.

“일단 벽돌을 하나를 올려 보자.”라며 두부에게 도구를 가져오라 하고 나는 빨간 목장갑을 꼈다.

시멘트를 일단 조그만 바가지에 개어보았다. 신중하게 물을 조금 더 넣었다.

???

묽다. 시멘트를 아주 조금 더 넣었다.

???

오마나! 몰탈 믹스가 플라스틱 세수 대아에 한가득 들어있다.

시멘트 블록 벽돌 하나를 밭과 집 경계에 하나를 올렸다. 두 개를 올렸다. 그리고 세 개.

나 생각보다 잘하는데~     

“두부야, 언니가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멘트 블록 주워놓은 거 얼마나 있지?”

“언니 잘한다.” 동생도 내 실력에 감탄의 박수를 보냈다.

“우리 수돗가도 만들어 볼래?”

그동안 레스토랑 컨설팅하며 보고 배운 것이 있어서인지 '나' 제법 잘한다.

내가 봐도 올록볼록한 곳까지 잘 발랐다.  내가 자랑스러웠다.

아침에 나온 우리는 밤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갔다.

몸은 여기저기 쑤시고 아팠지만, 뿌듯한 마음으로 이부자리에 누었다.

그리고 생각이 안 난다.       


    

주워온 벽돌과 대리석으로 만든 수돗가


눈을 뜨니 아침이다.

난 주워 온 벽돌과 대리석으로 만든 수돗가를 보러 일찍 나왔다. 아무리 봐도 잘한 것 같다. 그렇다면!

음... 시멘트 개어줄 놈을 찾아보자. 일단 만만한 놈이... 전화기를 뒤졌다.

읍으로 출. 퇴근하는 동네 총각에게 전화했다.

“잘 지내니?”

“~”

“어머니는 어떠셔?”

“~”

“너 이번 주말에 뭐 해?”

“~”

“알아 연휴인 거.”

“~”

“5월 5일?”

“~”

“집들이 선물은 패스하고 걍 네가 도와주는 걸로 퉁!”

“~”

“짜장면 먹어야지.”

“~”

“그래 그날 보자. 그런데 너 뭔지 안 물어봐?”

한방에 섭외가 끝이 났다.

    

“언니 동그리 온데?”두부가 긴장한 얼굴로 날 바라봤다. 동그리가 안 오면 두부가 다해야 했다. 그런 동생에게 난 고개를 세차게 끄떡여줬다.

“언니, 그럼 우리 오늘내일은 쉬는 거야?”

난 두부를 빤히 바라보다, 마당에 쌓인 나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난 텃밭에 가서 돌을 고를 테니, 넌 톱질을 하여라.”

“네네네.” 두부, 지은 죄가 있어서인지 초고속으로 대답을 한다.


동그리가 오기로 한 날 아침    

우린 읍에 있는 공구상에 흙손을 사러 갔다.

점원 아저씨가 우릴 보자마자 달려오신다. “오늘은 뭐가 또 궁금하신가?”     

‘너희들 오늘은 또 무슨 일로 온 거지?’ 말은 않으시지만, 난 들렸다.

“시멘트 개는 믹서 빌려준다고 들었는데요.” 난 조심스럽게 설명을 했다.

카운터에 앉아 계신 사장님이 황당한 얼굴을 하고 물어보셨다. "시멘트는 샀어요?"

“네. 10개” 두부는 자신 있게 손가락 열 개를 펴 사장님께 보여준다.

 사장님 포기하라는 듯, “레미콘을 부르는 게 편할 텐데.”

“시멘트 작업할 공간이 그리 크지 않아서요.” 난 자랑스럽게 찍어 놓은 수돗가 사진을 사장님께 보여드렸다.

“10개 샀다면서요?” 사장님은 강력한 표정을 지으시며 수돗가와는 다르다고 포기를 권하셨다

“많은 건가요?” 갑자기 온몸에 불안감이 몰려왔다.

“시멘트 개어줄 친구 섭외해 놔서 괜찮아요.” 두부가 걱정 말라며 사장님께 큰 소리로 얘기했다. 사람은 모르면 용감해진다.

사장님이 여러 번 반복해서 우리 얼굴을 살펴 가며, 기계 쓰는 법을 알려주셨다.

기계 모양이 투박해서 그렇지, 주방 대용량 믹서기랑 비슷하고 사용법도 비슷했다.

“언니, 나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두부는 수돗가 미장을 하면서 몰탈을 개어봤다고 걱정하지 말란다.

“오늘 저녁까지 가져와야 해요.” 사장님은 우리가 저녁까지 못 끝낼 거라는 확신으로 말씀하신 것 같다.

“네. 사장님 저녁에 올게요.”   

      

집에 돌아온 우리는 시험 삼아 통에 시멘트를 붓고 물을 넣어 시멘트 믹서기를 넣고 돌렸다.

오. 마이. 갓. 주방 믹서기랑 다르다!

“두부야 동그리 오기 전에 몰탈 믹서 숨겨.”

“오. 오. 알았어.”    


연습 삼아 몰탈을 개어, 잔디 심을 마당과 처마밑바닥 경계에 몰탈을 바르고 벽돌을 올려 테두리를 쳐놓았다. 그사이 동그리가 왔다.

“너를 위해 우리가 먼저 작업을 하고 있었어. 고맙지?” 두부가 너스레를 떨었다.

“시원한 음료 줄까?” 난 일단 뭐라도 먹이고 시작하려 했다.

“얼마나 하시려고요?”

하하하 동그리가 내 물음엔 답을 안 한다.      

‘나, 너 이해해.’

난 손가락으로 물결무늬 시멘트 바닥을 가리켰다. “얼마 안 돼.”  

동그리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하지만 이제 녀석은 도망을 갈 수가 없다.   

그렇게 동그리는 나무 막대기로 몰탈 10포대를 갰다. 난 그 몰탈을 바닥에 투척해 최선을 다해 흙손을 움직였다. 물결무늬는 없어지고, 평평한 바닥으로 탈바꿈했다.

완벽한 미장이었다.  

   

그리고 나의 새로운 재능을 찾았다.     

나이 50줄에.

새로운 재능이 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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