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주인은 무슨 생각으로 집을 지었을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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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잘했지? 내가 가져가지 말라고 했어.”
두부가 해맑게 웃고 있다.
내가 가마솥을 걸고, 바비큐 그릴을 설치해야겠다는 말에 나무를 모아 놓은 것 같았다.
내 키보다 큰 기둥들과 합판 긴 거, 짧은 거, 넓은 거, 작은 거, 모든 나무같이 보이는 건 다 모아놨다.
자세히 살펴보니 못도 박혀있네. 저 작고 반짝이는 금속 물질은 타카 심? 날림으로 지은 집이란 건 진작 알았지만, 원목은 한 토막도 쓰질 않았다.
그건 그렇고, 합성 나무가 폐기물이란 걸 두부는 몰랐을까?
이 집에 있던 간판이 생각난다. 전 주인은 집 입구에 '황토 구들 연구소'라는 간판을 달아 놓았었다.
이 집으로 이사한 지 얼마 안 돼, 고약스럽던 전 주인이 외출한 틈에 집 마당 여기저기를 구경했다. 그런데 황토방 벽에 못나게 튀어나온 굴뚝이 유독 눈에 띄었다. 짧고 휘어진 모양새가, 참 요상하게 생긴 굴뚝이었다.
두부에게 "어떻게 구들 만드는 사람이 굴뚝을 못 내지 저러면 연기가 다 안으로 들어가는데."라며 내가 굴뚝을 요리조리 살피며 설명하는 사이, 가운데 집에 살고 있던 언니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녀가 우리가 하는 얘기를 들었던 모양이다. "어떻게 알았어! 우리 집까지 연기가 들어와. 너 귀신이다."
이 집엔 세 가구가 살았다. 우리 집 그리고 주인집과 딱 붙어있던 가운데집. 주인집과 연결돼 있던 가운데 집은 구들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로 고생이 많았던 것 같다.
내가 직접 집은 안 지어 봤지만, 황토구들 장인이라는 전주인은 분명 세트장 만드는 일 하다 귀농한 것 같다. 그는 구들의 달인이 아닌 타카의 달인이었다.
'그나저나 저 나무는 어떻게 하지.'
난 하염없이 나무들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저...쪽에서 마무리 작업을 하고 계신 포클레인 사장님을 올려 봤다.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리신다.
바로 옆, 일을 도와주시던 사모님이 나는 모르는 일이라는 듯, 한쪽으로 무너진 처마를 툭툭치고 계셨다.
“저 처마는 왜?” 가운데 집 처마가 내려앉을 것 같다. 부서진 집과 연결이 돼 있었지만, 처마까지 연결해 썼을 줄은 몰랐다.
“전 주인이 집하고 처마를 이어 집을 지었더라고, 집을 철거하니 이렇게 됐네.” 사모님은 무심한 듯 말은 했지만 걱정하는 말이었다.
두부는 '내가 본건 이게 다야. 나도 모르겠네.’라는 제스처만 지었다.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사모님이 입을 떼셨다. “처마는 저 집에서 나온 쇠기둥으로 받치면 되겠네. 좀 있으면 우리 아들이 도와주러 올 거예요.”
기다렸다는 듯 처마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사장님 처마를 손을 봐야겠는데, 시간이 되시겠어요? 아니면 그냥 부시고 다시 해야 할까요?”
난처한 표정을 짓던 사장님은 “아직 해지려면 멀었응께, 아들보고 재료 사서 오라고 허요?"
“네, 부탁드려요. 두부야 처마 밑, 나무 바닥은 왜 안 뗐어?”
“언니 안 그래도 고민 중이야.”
나는 나무바닥에 올라가서 꾹꾹 눌러봤다. 뛰면 내려앉을 것 같다.
“두부야 떼자.”
포클레인이 다가왔다. 바닥을 거뜬하게 떼주신다.
이것도 나무 무더기에 올라가겠구나...
나무 바닥을 떼자, 사모님이 “미장도 해야겠네.”라며 바닥이 뜯긴 자리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첩첩산중은 이럴 때 쓰는 거였다.
“몰탈 사 와야겠죠?” 사모님이 몰탈이 뭔지 아니라는 듯 내 눈을 보고 물어보신다.
“사모님 몰탈이 뭔가요?”
“시멘트랑 모래가 섞인 건데, 물만 섞으면 돼요.” 사모님이 너희들 어쩌니라는 눈빛을 보내신다.
“몇 개나 필요할까요?” 정말 내 가슴이 답답하다.
“한 8개............. 정도.”
사장님은 담배를 피우시고, 사모님은 내 얼굴을 읽으신다.
“쉬워. 물만 넣어서 섞으면 돼요.”
‘전 몰탈도 모르는데요.’
"걱정하지 마! 내가 파는데 알려줄게. 여보 나 선생님이랑 갔다 올게요."
그렇게 나는 사모님과 몰탈을 사러 갔다 왔다.
그사이 포클레인 사장님과 아들은 처마를 손보고 계셨다. 두부는 쓰레기 정리하느라 바쁘다.
잠시, 난 생각에 잠겼었다. ‘수업을 내일로 미뤘어야 했을까?’
"선생님 걱정 마요. 내가 미장해 주고 갈게. 우리 아들 잘해."
내 얼굴에 묻은 수심을 보신 것 같다. 갑자기 사장님이 미남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너무 멋진 분이다.
처마가 수리가 끝나고 해가 뉘였 해질 무렵, 시멘트로 포장된 집 앞길로 포클레인을 몰고 나가신 사장님. 난 집에 가시는 줄 알고 깜짝 놀랐다.
몰탈 8개를 풀어 포클레인 굴삭기로 한방에 개어 버리고 두 삽 만에 옮기는 모습에 ”사모님 멋있는 남편 두셔서 행복하시겠어요.”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척척 밀고 당기며 미장을 끝내고 멋진 포즈로 돌아가신 포클레인 가족과 인사를 하고 다시 정리를 시작하며 시멘트가 깔린 바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우리 집이 황량하니까.'
'물결무늬를 넣어주신 걸 꺼야.'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야.'
‘그래, 약속 시간보다 오래 일하셨으니까.’
‘어찌 됐든 농도는….’ 깔린 시멘트를 한 번 쿡 찔러보고 비벼보았다.
쌓여있는 나무에 눈이 갔다. 그 옆에 꺼내 놓은 화목난로가 보인다.
텃밭 자리엔 크고 작은 돌들과 흙이 같이 뒹굴고 있다.
공구리 칠 걸 그랬나….
톱, 해머, 호미, 도끼, 흙손 또 뭐가 필요하지….
“두부야. 우리 미장 한번 해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