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키보다 큰 기둥들과 합판 긴 거, 짧은 거, 넓은 거, 작은 거, 모든 나무같이 보이는 건 다 모아놨다.
자세히 살펴보니 못도 박혀있네. 저 작고 반짝이는 금속 물질은 타카 심? 날림으로 지은 집이란 건 진작 알았지만, 원목은 한 토막도 쓰질 않았다.
그건 그렇고, 합성 나무가 폐기물이란 걸 두부는 몰랐을까?
이 집에 있던 간판이 생각난다. 전 주인은 집 입구에 '황토 구들 연구소'라는 간판을 달아 놓았었다.
이 집으로 이사한 지 얼마 안 돼, 고약스럽던 전 주인이 외출한 틈에 집 마당 여기저기를 구경했다. 그런데 황토방 벽에 못나게 튀어나온 굴뚝이 유독 눈에 띄었다. 짧고 휘어진 모양새가, 참 요상하게 생긴 굴뚝이었다.
두부에게 "어떻게 구들 만드는 사람이 굴뚝을 못 내지 저러면 연기가 다 안으로 들어가는데."라며 내가 굴뚝을 요리조리 살피며 설명하는 사이, 가운데 집에 살고 있던 언니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녀가 우리가 하는 얘기를 들었던 모양이다. "어떻게 알았어! 우리 집까지 연기가 들어와. 너 귀신이다."
이 집엔 세 가구가 살았다. 우리 집 그리고 주인집과 딱 붙어있던 가운데집. 주인집과 연결돼 있던 가운데 집은 구들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로 고생이 많았던 것 같다.
내가 직접 집은 안 지어 봤지만, 황토구들 장인이라는 전주인은 분명 세트장 만드는 일 하다 귀농한 것 같다. 그는 구들의 달인이 아닌 타카의 달인이었다.
'그나저나 저 나무는 어떻게 하지.'
난 하염없이 나무들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저...쪽에서 마무리 작업을 하고 계신 포클레인 사장님을 올려 봤다.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리신다.
바로 옆, 일을 도와주시던 사모님이 나는 모르는 일이라는 듯, 한쪽으로 무너진 처마를 툭툭치고 계셨다.
“저 처마는 왜?” 가운데 집 처마가 내려앉을 것 같다. 부서진 집과 연결이 돼 있었지만, 처마까지 연결해 썼을 줄은 몰랐다.
“전 주인이 집하고 처마를 이어 집을 지었더라고, 집을 철거하니 이렇게 됐네.” 사모님은 무심한 듯 말은 했지만 걱정하는 말이었다.
두부는 '내가 본건 이게 다야. 나도 모르겠네.’라는 제스처만 지었다.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사모님이 입을 떼셨다. “처마는 저 집에서 나온 쇠기둥으로 받치면 되겠네. 좀 있으면 우리 아들이 도와주러 올 거예요.”
기다렸다는 듯 처마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사장님 처마를 손을 봐야겠는데, 시간이 되시겠어요? 아니면 그냥 부시고 다시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