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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임 Jul 08. 2023

두부와 나의 텃밭. 1

다이어트 D-23

비가 멈췄다.

쓰윽 텃밭으로 나갔다.


‘얘들아! 비랑 싸운 거야?’


무지막지하게 쏟아진다던 장맛비에 텃밭은 초토화가 되어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꽃들은 툭툭 건들어 봐도 움직이지 않고, 오히려 청경채, 딜, 고수, 루꼴라가, 챠이브가 길게 풀어헤친 머리를 들고 ‘난 그래도 꽃 피웠다.’ 손을 흔들고 ‘오랜만.’이라고 인사를 하네.

'너희는 지금 나오면 안 되지!'


‘나도 살아있어.’ 빨간 딸기가 가느다란 줄기에 대롱대롱 매달려 용쓴다. 

'저건 뭐야?' 딸기 뒤로, 무지막지한 녀석이 보인다. 한 장 뜯어와 크기를 쟀다. 크기가 가로 21cm, 세로 23cm ’ 깻잎‘ 김밥 김보다 크다.

엄청난 크기를 보이는 고추도 보인다. 일반 고추를 심었는데 오이고추로 변신을 했다.


내가 이렇게 농사를 잘 지었나? 아니면 장마가 지어주고 갔나?

아무래도 고추는 내가 잘 심었고, 장마는 잡초를 잘 심어 주고 간 것 같다.


비 오기 전, 잡초를 잡아다, 모두 이사를 보냈더니 다른 놈들이 자리를 잡고 나에게 살랑살랑 손을 흔든다.

‘메롱메롱’하면서. 앞이 캄캄하다.

장마, 지 새끼들 보러 다시 온다는데.

    

텃밭 재건을 시작하면 며칠이 걸릴까?

앞이 다시 캄캄해진다.   

  

산발한 허브들, 호박과 깍지콩의 전장
두부 얼굴보다 큰 깻잎  그리고 오이고추를 꿈꾸는 강 고추
나무가 된 방풍

이 텃밭을 만든 건 작년 봄.


이런저런 우여곡절로 전세로 살던 시골집을 경매받았다.

문제는 불법으로 올린 안쪽 작은 집이었다.

전 주인이 손수 지은 집이라 ‘정성이 듬뿍 들어가 있을 것 같다.’와는 정반대로 날림 그 자체였다.

음…. 흡사 세트장?


딸 같은 동생 두부와 나는 기 투합하여 그 집을 부수기로 했다.

거기까지는 좋았지….


나는 텃밭을 만들자!

두부는 풀 뽑기 싫으니 공구리치자!

며칠간의 공방전이 일었다.


난 두부를 어르고 달래보고 윽박지르며 회유하다 지쳐  갈 즈음, 두부가 좋아하는 음식을 바쳤다.

“텃밭이 생기면 말이야. 너 좋아하는 바질 페스토 들어간 요리를 가르쳐 줄게. 아니 언니가 만들어 줄게.”

“텃밭이 생기면 말이야. 너 좋아하는 루꼴라, 잘 키워 샐러드, 피자, 샌드위치, 파스타, 뭐든 다  들어줄게.”

"텃밭이 생기면 말이야. 토마토소스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를 인터넷에서 안 사도 된다. 너 내가 만든 토마토소스 좋아하잖아."

"텃밭이 생기면 말이야. 네가 좋아하는 모히또 만들어 줄게. 아참! 하이볼은 드셔 보셨나?"

"텃밭을 만들면 말이야…."

"알았어. 알았어. 하지만 조그맣게 만드는 거야!" 드디어 동생이 텃밭 만드는 계획에 동의를 했다.

"그래. 그래."     


그리하여 안쪽 날림으로 지은 집을 부수기 위해 포클레인 사장님을 셨다.

나는 수업이  잡혀있어,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섰다. 그리고 안쪽 집을 거의 수부는 과정이 끝나갈 무렵 돌아왔다.


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데 쓰레기 아니 폐기물 정리가 안 돼있었다.

“쓰레기 수거차는 몇 번 더 오는 거야?” 부서진 집 안에서 생각보다 많은 잡쓰레기가 나왔다.

“언니 벌써 5대나 나갔어.” 동생은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냐는 표정을 지으며 옷소매로 땀을 닦았다.

“두부야 그럼 저거는 포클레인 사장님이 가지고 가시는 거야?”  난 쓰레기 수거차가 왔었는지 정말 궁금했다.

“언니 뭐?”

“저 나무?”

부순 집에서 나온 합성 나뭇더미가 산처럼(나에겐 그렇게 보였음) 쌓여있었다.

“언니, 나무는 우리가 써야지?” 하며 화목난로를 가리킨다.


이 화목난로로 말하자면, 전 주인이 취미로 모은 잡동사니 쓰레기 중 하나였다.      


난감하네..

문제의 화목 난로, 나무더미 사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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