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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임 Jul 11. 2023

재능러에서 프로로. 4

다이어트 -20

“두부야, 아무래도 몰탈(시멘트믹스)을 더 사 와야겠어.”

“언니 왜?”

“창고에 비가 새는 곳이 많네, 비 오기 전에 막아야겠어.”

“베란다?”

“응.”

“언니 막을 수 있을까?”

“해봐야지.”  

   

모두 전 주인이 만든 작품으로 보수해야 할 우리 집 리스트이다.

1. 비가 오면 물이 들어오는 베란다 같은 창고.

2. 금이 가서 부서져 내리는 창고 황토 외벽.

더 많고 많지만, 지금 막 자신감을 얻기 시작한 몰탈 작업을 먼저 진행하기로 했다.     


베란다에 물들어 오는 거 잡으려면 일단 비가 와야 하는데. 하늘은 비를 내려 줄 생각이 없나 보다.

비가 안 온다. 며칠째 안 온다.

나무를 톱질해 잘라 때고 때며, 텃밭 정리를 시작했다. 이젠 텃밭 정리도 힘에 부친다. 거의 기다시피 땅에 무릎을 대고 호미로 파고 있다. 이노메 돌은 파도 파도 나온다.

드디어 오신다. 비가 오신다.

오늘은 호미질도 톱질도 안 한다.

부엌 뒷문에 앉아, 마당보다 낮은 베란다 벽과 바닥 틈으로 물이 새 들어오는 걸 보고 있다. 수평이 안 맞는 바닥에 물이 고인다. '저걸 언제  다 막지?'

비가 멈춰야 벽 바깥쪽을 살펴보는데 비가 계속 온다. 우산을 들고 벽 바깥쪽을 살펴보는데, 생각보다 심각하다. 비가 멈추기 시작한다.

“두부야, 나와봐. 바닥하고 벽이음새 다 막아야겠다.”

몰탈이 얼마나 들어갈까?” 두부 몰탈 갤 일이 걱정되나 보다.

"두부야. 풀뿌리 뽑으면서 생각해 볼까?" 비가 오고 나면 잡초가 잘 뽑히는걸 두부도 안다.

하지만 노려보는 그녀, 눈이 작아 무서워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요 쪽만 뽑고, 골재상에 가서 물어보자.”

 

“사장님 안녕하세요.” 대답은 안 하고 사장님이 우릴 물끄러미 바라만 보신다.

뭐 요즘 수도사, 농약사, 공구상, 철물점 모든 사장님이 우릴 보는 표정이 똑같아 아무렇지도 않다.

“몰탈을 더 사야겠어요.”

“그걸 다 썼어요?” 그 소릴 들은 점원이 달려온다. "다 썼어?"

“사장님 사진 보여 드릴까요? 여기요. 여기.” 내 핸드폰에 담긴 수돗가와 바닥 미장을 보여드렸다.

“진짜 손으로 다 갰어요? 이젠 잘해요.” 두부가 자랑스럽게 말한다.

“이번엔 몇 개 필요한데요?” 사장님 이 부드러운 목소린 칭찬의 목소리다. 그냥 말로 잘했다 해주지.

“3개 정도 집에 황토 몰탈을 얻어왔거든요. 두 개를 섞어 보려고요.”

“이젠 섞어도 쓰시게? 사이를 메꾸려면 바닥에 까는 것보다 시멘트를 되게 반죽해야 돼요.” 하더니 웃으신다.

“감사합니다.”     


요즘 미장에 자신이 붙었다. 거의 매일 저기 저기 땜질을 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두부가 회사에 가고 없다. 몰탈을 개어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고민했다. '혼자 할까? 오면 같이 할까?' 손이 근질근질한 나는 참지 못하고 몰탈을 개기 시작했다.

와우! 이젠 나 혼자서도 잘한다.

벽돌 한 장 한 장 정성 들어 올리고 틈새 부분을 최대한 섬세하게 발라주었다. 음. 점점 프로가 돼가는 것 같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두부가 퇴근하고 오더니 쭉 둘러보기 시작했다. "언니 다 끝냈어! 혼자 다한 거야?"

난 엄지 손가락을 척 올려줬다.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하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오늘은 쉬는 거야?"라고 물어보지 않아도 쉴 거라는 걸.

두부야, 이번 주말은 창고 벽 미장할 거야.” 난 씩 웃으며 그녀를 지긋이 바라봤다.

두부가 째려본다.   

  

주말이다. 오늘은 미장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날이 될 것이다.

우리는 다시 골재상을 찾았다.

사장님께 사진을 보여 드리며, 칭찬해 달라는 말이 담긴 설명을 해드렸다.

“사장님이 말해주신 대로, 이렇게 했거든요. 그랬더니 이렇게 됐어요. 잘했죠? 저도 제가 이렇게 잘할 줄 몰랐어요.”

사장님, 그냥 기막힌 표정만 지으신다. “오늘도 사 가시려고?”

“벽에 황토랑 섞어 바르려고요. 한 3포 그리고 몰탈 액체 접착제도요.”

“접착제는 왜?” 사장님의 걱정은 받기만 할게요.

“인터넷 보니까 섞어 쓰면 잘 붙는다고 해서요.” 우리도 나름 공부를 열심히 한다.

그 소리를 들은 직원분이 다가오신다. "액체보다 가루 본드가 좋아요. 그리고 몰탈 한 포당 주방세제 한 방울 넣으면 흙손에 잘 안 묻고 좋아."

런 좋은 팁을 이제야. 새로운 팁을 받은 우리는 뿜뿜 하며 집으로 왔다.


가르쳐 주신 대로 주방세재와 접착제를 넣어 정성스럽게 반죽을 했다.

벽에 서서 어떻게 바를 건지 자세를 잡아 보았다.

누워있던 거에 바르다, 서있는 거에 바르려니 자세를 어찌 잡아야 할지 모르겠다.

점점 내 몸이 누워갔다.

던져도 봤다.

'안될 땐 잠시 멈추는 거다.'


"두부야 커피 한잔 마시자."

"저건 어쩌고?" 시멘트 믹스를 가리킨다.

"어차피 우린 금방 나올 거야."

잠시 정리를 하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물을 끓였다. 커피를 타야 하는데.

'아! 생각났다.'


레스토랑 공사 할 때 아저씨들이 벽에 회반죽 바를 때 썼던 책받침 같은 물건이 생각났다.

"두부야, 우리 집에 큰 책받침 같은 거 없어?"

나무가 싸여 있는 곳으로 나의 눈이 돌아갔다.

판자들이 쌓여있다. 온갖 나무가 다 쌓여 있었다. 납작하고 넓은 것도.


오호~ 발라진다.

황토 시멘트가 벽에 붙었다. 이젠 자신감도 붙었다.

무늬도 만들었다.

쉬지 않고 손을 와이퍼처럼 움직였다.

덩달아 두부가 재미있다고, 반대쪽 끝에서부터 다가온다.

그녀가 무섭다.

동네 분들이 지나다니며 구경하신다.

안 그래도 여자 둘이 귀촌해서 산다고 궁금해하시는데, 더 궁금하신가 보다.


우아~ 너무 잘했다.

우린 뿌듯해하며 편의점으로 맥주를 사러 갔다.

시멘트와의 이별 축하 파티를 했다.     

맥주를 한잔 마시며 생각했다.

난 미장 장인에게 고급 팁까지 가르침을 받은 미장인이다.


'난, 내가 너무 자랑스럽다.'



그 어렵다던 벽미장, 이번 장마에 황토가 부서져 내렸다.    "두부야, 몰탈 사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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