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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임 Aug 08. 2023

글은 쓰고 싶다.

레몽 크노, 문체연습

내 책장에 ‘레몽 크노, 문체연습’이라는 책이 꽂혀있다.


언제부터 내 책장에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책이지만, 읽은 기억이 있다는 건 확실히 내가  샀다는 거다.

종잇장 1/3 정도에 끼인 줄이, 내가 여기까지는 참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읽으려 애쓴 티가 난다. 아마도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야기에 지쳐, 책상 위에 던져진 책은, 분명 내가 어지러운 책상 정리하며 책꽂이에 한숨을 쉬고 꽂아 놓았을 거다. ‘이해하지도 못하는 이 책을 왜 샀을까?’ 하며.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10년 전, 한국에 돌아온 내가, 영어도 한글도 아닌 말을 지껄이는 나를 발견하고 사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9년 전, 가르치는 일을 시작하면서, 리포트 정리와 커리큘럼 작성을 위해 고른 책 중에 끼어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초판 인쇄 2020년, 3년밖에 되지 않는 이 책을 이러니 저러니 하고 생각하던 난, 이 책을 완벽하게 내 머리에서 지웠었나 보다. 아무튼, 언제 샀느냐는 중요하지 않고, ‘내가 왜 읽지 않았을까?’ 웃음이 쏟아진다. 첫 장을 펼쳐보니 기억이 다.     


서울 나들이로 항상 들리는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산 일고여덟 권의 책 중 하나였다. 난 산천에 돌아와 가장 먼저 이 책을 열었었다. 그리고 버려두고 있었다. 책장에서 꺼낸 책의 느낌, 책을 조용히 덮으며 한숨짓던 내가 그려졌다. 표지에 있는 작가의 사진만 보아도 나와는 다른 결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인데, 난 무슨 배짱으로 이 책을 읽으려 했지?     


가만히 앉아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며, 이상한 전율을 느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것도 아닌데, 이상하고 야릇한 기분이 가슴 중심에서부터 점점, 이젠 가슴 전부를 달구기 시작한다.

‘레몽 크노, 문체연습’ 너무 좋은 책이다.


이제 막 글쓰기라는 것을 좋아하기 시작한 내가, 이 책을 이해하며 공감되어가고 있는 야릇한 상황이다.

    

어떻게 두 단락의 소소한 일상을 중복하여 말하기, 조심스레, 은유적으로, 거꾸로 되감기, 깜짝이야!, 꿈이었나, 그러하리라, 뒤죽박죽, 일곱 색깔 무지개 등 99가지 플러스 10개, 다양한 각도의 시선으로 글을 적었었을까? 글 쓰는 것이 어려운 나는 이 정도의 표현밖에 못 하지만, 누구라도 이 책을 읽어보면 ‘무슨 이야긴지 당신을 이해하겠어요.’라고 나에게 말해 줄 것 같다. 난 한 가지 이야기를 두 단락으로 쓰기도 벅찬데, 레몽 크노, 대단한 작가이다. 그리고 글을 쓰는 모든 작가가 존경스러워 보인다.   

  

난 겨우 1달 하고 보름 동안 글을 써봤다.

글을 써봤다기보다,  안타까웠던 상황을 이야기가  하고 싶어, 나의 넋두리를 기록했다고 해야 맞을 거다. 넋두리에 몰입했다 생각했던 난 글쓰기가 좋아졌나 보다. 넋두리가 담긴 글을 끝낸 후, 글을 쓰고 싶은 내 손가락들이 손버둥 치기 시작했다.  그런 나의 익숙해져 가는 근육들과는 다르게, 내 머리는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정리할지 고민만 하고 있다.  그렇다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나의 직업이자 특기, 취미, 생활이 요리인 이야기를 써야 할까?


나는 요리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나에게 요리를 글로 옮긴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어려움이란 요리 사진을 찍는 것도, 요리 이야기하는 작가님들이 감각적인 글이 샘나서도 아닌 나 자신 때문이다. 나는 요리는 평가가 아닌 공감이 함께 들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요리라는 한 방향만 바라본 나에겐, 공감이란 어려운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난 비판적이고 주체성이 강한 기질이 있다. 그렇기에 나의 요리에 관한 글은 공감의 기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내 옆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친구가

“글을 써서 올리는 건, 남들이 읽기 바라서 쓰는 거 아니야?”라는 질문을 했다. 그 친구의 이야기는 독자가 읽기 바라는 방향도 같이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사실 난 거기까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나는 작은 글을 써보는 사람이지,  내가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의 대화가 잘되지 않는 내가, 글을 읽는 분들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써야 한다. 전문적인 문헌을 들이대며 쓰는 것에도 약하지만, 얼마 전 어느 작가님의 글에서 본 ‘카공족'도 모르는 내가 어떤 글을 시작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나에게 던지는 중이다.  

    

그렇다면 ‘레몽 크노의 문체연습’처럼 요리라는 주제로 다양한 문장을 적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지만 두려움이 먼저 앞선다.


이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해 난 오늘도 되지도 않는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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