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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임 Aug 11. 2023

밥을 같이 먹어주는 행복한 사람 #3

글쓰기 연습

지인이든 일로 만난 사람이던, 같이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더라도 ‘맛’에 대한 평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질문의 요지가 필자의 직업이 요리사이기 때문에 맛 평가를 원할 수도 있다. 아니라면 맛집을 아는 자신이 인싸라 거들먹거리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맛을 평가하는 기준을 어디에 두고 질문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그중 고급식당이냐 아니면 저렴한 분식집이냐라는 기준을 두고 맛에 대해 평가를 해보자.  


예를 들어, 10불 지금은 13불 정도 된다는 스테이크집과 100불이 넘는 스테이크를 두고 맛이 어떠냐는 물음에 ‘당신은 뭐라고 말할 것인가?’라고 되물어보면 ‘100불이 넘는 스테이크가 맛있겠지.’라고 대부분의 사람이 말한다. 그렇다면 왜 대답의 끝에 단정이 아닌 의문을 간직하는 말로 끝을 맺을까? 비교 대상이 불분명할 수도 있고, 13불 스테이크를 먹어본 적이 없다거나 아니면 그 반대로 100불이 넘는 스테이크를 못 먹어봤거나, 한번 먹어본 스테이크가 정확히 어떤 맛인지 몰라 물어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풀어보자면 말 그대로 10 단위와 100 단위의 가격만 보더라도, 혹은 질문자가 먹어보지 못했다 해도 고기의 질부터 달리 느껴진다. 당연히 100 단위의 스테이크가 재료 면에서 맛이 월등할 거란 믿음이 생긴다. 그런데 질문자가 100 단위 스테이크 레스토랑을 처음 방문했다고 가정을 하자. 공교롭게도 담당 요리사는 부재중, 그 또는 그녀의 스테이크 주문을 보조 요리사가 조리했다면, 질문자는 다음 100 단위 스테이크를 다시 먹기 전까진 100 단위 스테이크의 진가를 모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모든 보조요리사가  요리를 못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른 면으로 들어가 보자, 피상적으로 본다면 10 단위 스테이크 고기의 질은 낮을까? 10단 위만 놓고 봤을 때, 당연히 고기의 질적인 부분이 낮을 수도 있고 아니면 질적으로 빠지지 않는 고기를 싸게 다량으로 들여와 저렴하게 판매할 수도 있다. 혹여 100 단위 스테이크 고기보다 질적으로 낮은 재료를 썼다 하더라도 요리사의 역량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문제다. 값이 싼 재료로도 얼마든지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내는 요리사들을 보면, 재료를 관리하고 다듬는 과정부터 다르다. 그리고 고기를 조리할 때 정확한 시간의 과정을 지키는 요리사라면 10과 100 단위의 고기는 본질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필자는 어느 곳에 기준을 두고 맛을 결정을 해야 할까?

질문자인 그 또는 그녀가 평소에 즐기는 식습관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질문의 의도를 포착할 수도 있다.

가령, 평소에 즐기거나 찾지 않는 음식, 오늘 이전에 먹었던 음식, 오늘 나에게 한정식을 사주는 이유, 오늘 요리의 평가, 오늘 서비스된 요리 중 가장 맛있었던 요리와 맛없었던 요리, 내일 먹고 싶은 음식 등의 간단한 질문을 해본다면 질문자는 뭐라고 답을 할까? 질문자가 데려왔으니 오늘의 요리가 몹시 입에 맞지 않아도 ‘맛있다.’라고 이야기를 할지도 모른다. 면 순수하게 ‘입에 맞지 않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라는 의미라면, 설령 필자의 입에 맞지 않은 음식이더라도, 모든 음식의 접시를 말끔히 비우지 않았을까?     


필자는 20년 넘게 요리와 함께하고 있지만 알면 알수록 알고 싶은 것이 음식이다.

태초의 사람들도 먹고살았다. 그 수많은 시간을 먹고 살아온 이야기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는 건 어려운 이야기다. 얼마 전에도 들었던 이야기지만, 사람이나 동물이나 아는 만큼 대상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달라진다고 한다. 그렇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셰프의 식당을 방문했을 때, 아무리 비싼 음식이라도 입에 맞지 않다면 포크를 내려놓을 수도 있고, 8,000원짜리 백반을 받아 들고 ‘너무 맛있다! 다음에 또 올 거야'라고 다짐하며, 비워지접시가 아쉬워 젓가락을 쪽쪽 빨고 있을 수 있다.      


음식은 가격에 따라 맛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요리사의 정성을 보아야 한다.

당신이 된장찌개를 끓여 본다 생각해 보자. 100 단위의 퀄리티를 원한다면 제일 좋은 백태를 사든지, 재배해야 다. 그리고 가마솥에 콩을 끓여 메주를 다. 정성 들여 발효시킨 메주로 간장을 띄운다. 다시 메주를 건져 잘 버무린 된장을 소독한 항아리에 담는다. 담은 된장이, 담북장이 아니라면 3년 이상을 묵히고 돌봐야 다. 안타깝게도 된장찌개 끓이기도 전에 당신은 지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원하지 않으신다면 인터넷에 2kg가량에 50,000원 정도부터 판매하는 된장을 구매하시면 다. 먹어보지 않았다면 맛은 보장할 수 없다.  


된장을 만들다 지쳤으니, 채소는 재배가 아닌 구매로 결정하는 것으로 다. 차를 타고 아니면 걸어서 아이들이나 건강을 염려하는 어머님들이 좋아하는 ‘자연드림’을 찾아본다. 호박, 감자, 양파, 두부, 마늘, 대파, 고춧가루와 같은 기본적인 재료를 사서, 채수나 멸치 육수를 내어 된장을 풀고, 채소를 다듬고 썰어 된장찌개를 끓인다. 필자의 생각은 정성이 많이 들어간 정말 맛이 있는 된장찌개가 될 것 같다. 하지만 공감이 아닌 평가에 급급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평소에 먹던 된장과 맛이 다르다. 비주얼이 다르다. 그럼 맛은 그 또는 그녀가 먹던 음식과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맛있는 음식일까? 맛없는 음식일까? 한식의 이상을 높이고자 하는 우리들의 입맛은 무엇에 기준을 두고 단할까?


음식을 판단한다는 것은 어렵다.

주로 집에서 음식을 하는 어머님들이 주방에서 손을 놓는 이유를 들어보면, 아무리 정성 들여 음식을 해도 이건 이러네, 저건 저러네 하는 소리의 평가가 싫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그 또는 그녀의 밥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평가를 원하는 것이 아니고 먹는 상대를 생각하며 음식을 만든다. 그렇게 만들지 않고 평가만 원하는 곳이라면 절대 가지 않길 바란다. 지금 식탁에 올라온 음식을 보고 감사하며, 평가가 아닌 공감을 한다면 음식에서 행복의 맛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하루에 한 끼라도, 당신의 행복한 시간을  함께해 주는 사람을 우선 평가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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