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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임 Aug 10. 2023

오이소박이와 호박 짜글이 #2-1

글쓰기 연습

오늘에 글감은 오이소박이와 호박 짜글이입니다.     


텃밭에 오이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이틀 전 동네 할머니께 오이 덩굴에 걸린 오이를 모두 따서 드렸는데, 벌써 큼지막한 오이가 몇 개 보이네요. 사실 냉장고에 따놓은 오이가 5개나 있습니다. 동생이 오이소박이 배우고 싶다며 기다려 달라는데, 바쁜 동생이 언제 시간이 날지 몰라 고심 끝에 만들기로 작정했습니다.


오이를 따다 보니, 오호, 내 키보다 높은 곳에 두 개가 더 매달려 있습니다. 이 어설픈 텃밭 농사꾼이 오이가 햇볕을 못 받을 것이 걱정돼, 지주대를 벽에 대고 높게 세워주는 바람에 오이 덩굴이 끄트머리까지 올라가 열매를 맺었네요. 가위가 안 닫아 뒤꿈치를 들고 최대한 팔을 쳐들어 가위가 오이 근처에 다다르자, 몸이 달랑달랑 거려 발꼬락에 힘을 주고 덩굴을 피해, 겨우 땄습니다. 다른 날 같으면, 몇 번만 버둥대도 땀이 내 등줄기로 주르륵 흐르는데, 몰려온다는 태풍이 벌써 왔는지 땀이 맺히지 않네요.     


제 길쭉한 손을 쫙 벌려야 오이를 집어들 정도라, 고추도 방울토마토도 못 따고 돌아가는 내 머리에 ‘난 호박 짜글이가 먹고 싶어.’라던 동생의 목소리가 울려대더군요. 내 시선이 그곳, 호박 덩굴로 옮기는가 싶더니, 어느새 내가 호박을 살피고 있네요. 조막만 하던 호박이 ‘나도 이제 갈 때가 됐소. 날 데려가오.’라며 손짓하는 듯 보입니다. 일단은 바구니를 가져와 오이를 담아놓고, 토실토실한 연두색 호박을 땄습니다. 이왕 바구니를 가져왔으니, 자리를 넓혀가는 부추와 쪽파 그리고 고추도 따 바구니에 담으니 오늘도 그린그린입니다.


호박만 빼면 오이소박이 재료로 딱 맞는 수확물들이네요. 작물이라는 것이 따기 시작하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잘린 부분을 치유하기 시작하고, 살아남기 위해 열매 속 영양분을 매개체로 이용한다고 합니다. 영양분을 다 쓰기 전에 요리해야 맛이 좋은데, 그런 핑계로 동생이 배우고 싶다던 오이소박이를 나 혼자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네요.      


 오이소박이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새로 따온 오이 7개로 소박이를, 냉장고에 있는 놈들은 볶음을 해야겠습니다. 오이를 다듬어 씻은 뒤 길이가 아닌 통으로 반을 자르고 다시 반으로 잘라 사 등분합니다, 제가 자른 오이는 한 5~6cm 정도 됩니다. 잘린 오이를 세워 다시 길이로 네 등분을 하는데, 오이 밑부분에서 위로 0.5cm 정도의 높이까지는 칼이 더 들어가지 않을 정도 잘라줬습니다. 등분이 끝난 오이를 잘린 부분이 위로 오게 해, 소금을 뿌려 수분도 빼고 간간한 맛도 줍니다. 잘린 부분을 살짝 벌여 소금을 뿌려주는 걸 잊지 않아야 합니다. 오이가 땡땡하게 약간의 유연성을 띠면, 잘린 부분을 뒤집어 물기가 빠지도록 채반에 올려 둡니다.


소박이에 넣을 소로 부추, 무, 당근, 양파, 고추, 쪽파를 넣겠습니다. 우선 텃밭에서 잘라 온 부추는 뻣뻣한 것들은 버리고 부드러운 것들만, 다듬고 씻어 물기를 빼주고 있습니다. 무와 당근, 양파는 껍질을 벗기고 물기를 제거해 줍니다. 고추는 길이로 반 갈라 씨를 빼고 씻어 줍니다. 그럼 이제 썰어 볼까요. 제 생각엔 요리는 재료도 중요하지만, 칼질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집니다. 음식 재료의 단면이 으깨지지 않게 잘 썰면 쓴맛이 나지 않아 맛이 좋아지겠죠. 그래서 전 칼을 밀고 당기며 재료들을 썰었습니다.


무는 길이로 반으로 자른 후, 통으로 뉘어 얇게 편 썰고 다시 채를 썰었습니다. 원통형인 당근은 통으로 5cm 정도 크기로 썰어, 자른 당근의 길이로 두세 장 얇게 편 썰어 넓적한 면이 생기면, 돌려 바닥으로 삼아 편을 다시 썰기 시작합니다. 썰어 놓은 당근 편을 채 썰어줍니다. 양파도 뿌리 부분을 중심으로 반을 썰고, 잘린 면을 도마 바닥에 놓고 길이로 썰어줍니다. 저는 처음 부분을 사선으로 썰다 점점 직각이 되게 썹니다. 그러면 뭉뚝한 부분이 거의 없어 가지런한 모양이 나오더군요. 고추는 사선으로 길이가 어느 정도 나올 수 있도록 얇게 썰어줬습니다. 모두 무와 비슷한 크기로 썰면 단정해 보일 것 같습니다. 물기가 제거된 부추도 5cm 정도 크기로 자르고, 쪽파는 송송송 작은 크기로 썰었습니다.


이제 양념을 만들 차례인가 봅니다. 돌절구에 마늘과 생강을 넣었습니다. 양념 재료를 믹서에 가는 것보다 물이 덜 생기고, 푸드프로세서에 다지는 것보다 부드러워 돌절구를 선호합니다. 마늘과 생강을 아주 곱게 빻아 양념을 만들 그릇에 넣었습니다. 마늘과 생강을 찧었던 절구에 새우젓 두 스푼을 넣어 갈아줍니다. 아! 설탕도 한 스푼 넣습니다. 보통은 보리 엿을 빻아 쓰는데, 이번엔 엿이 없어 설탕을 조금 넣었습니다. 모든 양념을 그릇에 넣고 액젓 2스푼, 매실액 1스푼을 넣어 잘 섞어 줍니다. 그다음 썰어놓은 오이 소와 함께 가볍게 손을 움직여 가며 양념이 골고루 묻게 해 주는 게 중요합니다.


이제야 오이에 소를 넣을 차례가 왔네요. 오이의 물기가 완전히 빠지지 않은 땡글하고 촉촉한 상태인지 확인합니다. 하나 먹어보고 아삭하고 간간한 상태인지 확인한 다음 소를 넣겠습니다. 지금 먹어도 좋겠지만, 소박이를 하기로 했으니 계속 만들어야겠지요. 오이의 십자로 칼집을 깊이 넣은 쪽에 적당량의 소를 넣어줍니다. 그리고 통에 소가 보이는 상태로 넣습니다. 그렇게 하나씩 넣은 소박이가 꽃 모양처럼 보이면, 소에 들어간 채소들이 예쁘고 균일하게 썰린 겁니다. 칼질을 잘했다는 것이죠. 그럼 50% 이상의 맛이 플러스가 됐습니다. 차곡차곡 쌓여 있는 소박이 위에 남은 소를 올리고 남은 양념을 부어줍니다.    

 

이제 며칠 기다리면 식탁에 오르게 됩니다.

그날이 오면 수제비를 만들어 같이 먹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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