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살 아저씨 편집장의 쇼팽 도전기 '다시,피아노'

늦었다고 생각되는 때는 없다

by 카오루맘

이 책은 영국의 가디언이라는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신문사의 편집국장이라는 어마무시하게 바쁜 56살의 중년 남성인 저자가 갑자기 쇼팽의 발라드 1번에 꽂혀서 16개월간 매일 20분을 투자하여 결국 연주하게 된 이야기입니다
일기 형식인데 절반은 신문사 이야기, 절반은 레슨과 연습이야기입니다 신문이나 피아노에 관심없으면 지루할 수 있어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쇼팽 발라드 1번을 처음으로 주의깊게 들어보았어요 저자가 이 곡에 꽂힌 이유는 여름음악레슨클럽(?)에서 같이 수업 들은 한 남성이 마지막날 기가 막히게 이 곡을 연주한 것을 보았기 때문이에요 이 남성은 영화 피아니스트를 보고 이 곡에 매료되어서 이 곡의 완주를 목표로 맹렬히 연습했다고 하네요
(주.영화 피아니스트는 2차 세계대전에 살아남은 유대계 피아니스트 스필만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2002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2003년 아카데미 영화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명작입니다. 실제로 독일 장교 앞에서 스필만이 폐허의 버려진 피아노를 치고 살아남은 곡은 쇼팽 발라드 1번이 아니었다고 해요 감독이 극적인 효과를 위해 이 곡으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결국 자기와 비슷한 수준의 평범한 중년 남성이 이 곡을 멋지게 치는 것을 보고 도전 의식이 불타오른 건데요. 이 분의 마음이 저도 이해되는 게 고등학교 수행평가때 저는 모차르트 소나타를 치는데 다른 애는 쇼팽 즉흥환상곡을 치는 거에요 그게 마음에 남아서 어른이 되고 월급 받고 피아노 학원에 다시 등록해서 1달간 즉흥환상곡 매일 연습해서 쳐낸 적이 있거든요 (그 때 반짝)저는 그 때 그래도 아주 젊었었는데 저자분은 오십대의 나이에 도전 ㄷ ㄷ ㄷ비록 시간은 안되지만 재력이 되어서 출근 전 매일 20분 피아니스트에게 레슨을 받습니다 피아노 연습만을 위한 별장도 새로 짓습니다! 그리고 연습을 위한 피아노도 새로 삽니다 이미 피아노가 두 대인지 세 대인지 있지만 또 삽니다! 무려 스타인웨이랑 파지올리를 삽니다(주.검색해보니 스타인웨이는 최저 8천만원대, 파지올리는 2억원대. ) 그리고 더 나은 연주를 위해 피아니스트들과 계속 인터뷰를 합니다
명연주자들의 연주를 감상하러 다니면 되는 재력에 일선에서 물러나 안락하게 쉬고 싶은 나이에 존경받는 사회적 위치이지만 안주하지 않고 곡을 완성할 때까지 피아노 선생님들의 구박(?)을 받으며 16개월간 매일 20분씩 꾸준히 연습을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작은 홀을 빌려 지인과 가족들 앞에서 멋지게 연주를 해냅니다!!

그 16개월간 위키리스크 사건, 168년 역사의 뉴스 오브 더 월드 도감청 사건(이 사건으로 폐지됨), 미국 국가 안보국 도감청 사건 등 굵직굵직한 특종을 터트리고 일본의 동북부 대지진, 빈 라덴 사살작전의 보도를 진두지휘하며 본업도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진짜 눈코뜰새 바쁜데 매일 20분간 구박과 반대파들의 조롱까지 받으며 쇼팽의 발라드를 연습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저자는 아무리 바빠도 시간은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10분, 저기서 10분 야금야금 모으면 20분은 확보할 수 있다고요 업무 압박과 스트레스가 심했던 그 때 자그마한 탈출 밸브가 있다는 것이 너무 고마웠다고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무엇인가에 100퍼센트 전념함으로써 삶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음악이 삶에 기쁨을 더할 것이며 악기를 다룰 줄 알면 낯선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고 우정을 키울 수 있다며 어릴 때 꾸준히 음악을 배우게 해주신 어머니의 판단도 옳았다고 전합니다 저자는 16개월간의 이 여정동안 수많은 전문 피아니스트와 신경과학자들을 만났으며 90살 노인부터 16살 청년, 배우, 교사, 교수, 추기경 등 다양한 사람들과 연주와 관련한 우정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56살의 두뇌에 264마디나 되는 악보를 외우는 것도 곡예 연주를 하는 것도 너무나 힘든 여정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이 책을 읽으니 나는 재력은 없지만 시간은 있으니 다시 악기를 배워보는 것도 함께 모여 연주하는 것도 너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ㅎ 근데 책은 너무 두껍고 비슷한 이야기의 연속이라 잘 읽어지지는 않아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으신 분, 세계 정세에 관심있으신 분, 쇼팽을 좋아하시는 분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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