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평 방구석 식덕 생활
카메라를 들고 한껏 줌-인을 한다.
이쁜 이목구비가 화면에 꽉 들어차게, 그래서 미세한 성장도 놓치지 않도록.
그렇게 어린 딸의 사진을 찍었고,
그렇게 어린 잎의 사진을 찍는다.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으니 올해의 새 잎은 더 이상 없으려니 했다. 추위엔 모든 생명이 움츠려들 테니.
무덥고 습한 기운이 내는 소리였는지,
이 환경을 즐기는 열대 원산지 식물들의 와글와글 커가는 소리였는지
하루 종일 환청이 들렸었는데 며칠 새 고요해졌다.
성장의 휴지기로 들어갔다고 생각하였다.
동면의 준비를 어떻게 해줘야 할지를 알아보는 중이었다.
아직 그럴 때는 아니었는가? 다시 새 잎을 내는 식물들이 여럿이다.
호접란, 산세비에리아 문샤인, 스팟필름, 쉐프렐라, 이뿐인가.
알로카시아 오도라, 마리안느, 몬스테라 델리시오사, 히메 몬스테라, 까지.
돌돌 말린 채 모습을 드러내는 어린잎을 찍고,
살짝 벌린 잎을 찍고,
찌글찌글 가까스로 펴진 잎을 매일매일 찍는다.
가까이 렌즈를 들이밀고 선명도를 조정하여 그들의 탄생을 하나하나 기록한다.
연하고 부드러운 피부를 손끝으로 살짝 비벼보며,
앞서 나온 잎들을 빠르게 능가할 새 잎의 성장 속도를 혹여 놓칠세라
찍고 찍고 또 찍는다.
오늘도 생초보 식덕 조카에게 사진이 한 장 날아왔다.
"외숙모~~ 찢잎이에요~~~!"
문자에 감격이 넘친다.
선물한 몬스테라가 새 잎을 물었고, 말려있는 상태는 찢잎인지 아닌지 모호했었다.
반쯤 벌어진 잎은,
있었다! 구멍이 딱 하나 있었다!
말려있어도 충분히 찢잎임이 확인될 만큼 (조금 더) 큰 몬스테라를 가진 나는 의연하게,
아~주 의연하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신났다고 춤추는 이모티콘과 함께.
문자는 으스댔지만 나 역시 가슴 벅참을 숨길 순 없어서(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