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평 방구석 식덕 생활
얼마 전 갑자기 떨어진 기온 때문에 -그러나 기온은 언제나 갑자기 떨어진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면서
그런 하루가 지나고
지금 내 앞의 식물들은 저마다 새 잎을 물었고 초록이 더욱 짙다.
베란다에 있던 식물들과 한여름 아래 텃밭 병원(?)에서 요양하던 식물들을 집 안으로 들여놓았다. 내 방 한쪽 벽과 거실의 한쪽 벽을 그들이 겨울을 날 거처로 정하고 각각 자리를 정해주었다. 물을 마구 분무해 주면 좋아할 식물들은 내 방에, 얼굴에 물 뿌린다고 인상 쓰는 애들은 거실에.
수증기처럼 미세하게 나오는 분무기를 구해서 분무의 즐거움을 즐겼는데 엄지손가락 관절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친다.(이십 대에 식덕이 된 조카가 부럽다) 책이 젖을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썼건만 책 보다 손 때문에 먼저 항복하게 될 줄이야.
식물등을 하나 더 구입했다는 얘기를 썼던가...?
이제 각 방에 식물등이 하나씩이다. 그리고 이참에, 이 겨울을 잘 나기 위해 나는 또 하나 결단을 했다. 내 손을 대신해서 식물들에게 습기를 선사할 기계, 가습기다. 3만 원이 채 안 되는 아주 단순한 가습기 두 개를 사서 식물들 가까이 두었다.
남편 왈, "늬들 참 호사한다." 기분 안 좋았다.
식물등 아래서 가습기의 물기를 하루 종일 맞는 4종의 고사리들, 우리 집에 들어온 이래 이렇게 파릇파릇했던 적이 없다. 좀 예민하다는 '트리안'은 며칠 새 최악~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바짝 말라 갈색이던 '스킨답서스'의 공중 뿌리들도 초록이 되어 얼마나 이뻐졌는지.
거실 쪽 천남성과 잎 큰 식물들은 새 잎을 내고 또 낸다. 한 달 전 데려온 '히메 몬스테라'는 벌써 세 번째 새 잎을 내고 있는데 내 손바닥만 한 찢잎들이 어찌나 귀여운지. '몬스테라 델리시오사'의 오랜만인 새 잎은 돌돌 말린 채로 어디서 펼칠까... 며칠동안 그토록 짱을 보더니 아주 적당한 자리를 잡아 전체의 미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의젓하게 날개를 펼쳐주었다. 그것도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찢잎으로. '알로카시아 오도라'는 연둣빛이 아직 가시지도 않은 어린잎이 있는데 또 새 잎을 물었다.
이 모든 활력은 다 식물등과 가습기 덕이다. 고맙다, 진짜.
늬들만 있다면 난 문제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