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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Sep 21. 2021

같은 심리적 경험자

1.5평 방구석식덕생활


인터넷서점 알라딘으로부터 발신된 메시지다.


'장바구니에 유효기간 30일 미만인 상품이 있습니다'


장바구니에 넣어 둔 책은 최장 1년까지 보관되다가 삭제되는데 보관 기간이 30일도 안 남은 책이 있다는 알림이다. 대개는 클릭해서 살펴보는 편. 당시에는 분명 살 거라고 장바구니에 넣었을 텐데 개중 어떤 책은 까맣게 잊어 너무 낯설어진 책도 있다. 어떤 경로로 이 책을 담았는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 책, 미리 보기로 대충 봐도 그 이유를 모르겠는 책은 가끔이지만 삭제당하기 전에 내 손으로 지운다. 그런 책은 인연이 아닐 것이다. 어쨌든 이런 알리미 덕에 내 관심사의 변화 추이를 알게 된다.


최근에는 키워드 '식물'을 검색해서 몇 권을 담아 두었다. 2019년 독일 정원 도서상을 수상했다는 띠지를 두른 책도 있다. 정원 도서상이라니. 별 상이 다 있네 하며 미리보기로 프롤로그를 읽었다. 식물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되었을 때 그리고 현재, 마치 내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은 글이어서 미소가 배시시 입가에 흐르고 집에 있는 내 식물들이 갑자기 격하게 보고 싶어졌다. 첫 문장에 나는 사로잡혔다.


"모든 참된 사랑의 시초에는 매혹이라는 것이 작동하는 법이다."


그랬다. 그런 건 '매혹' 말고는 표현할 단어가 없다. 딱히 이렇다 할 이유도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식물이 내게로, 내가 식물에게로 다가간 것이다.


"하지만 그 매혹이 그대로 죽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다. 사랑하는 이는 자기 사랑의 목표를 더 정확히 알려고 한다. 이는 우리가 맺는 모든 관계에서 욕망하는 바다. 인간을 좋아할 것인가, 반려동물을 좋아할 것인가, 아니면 정원과 그 속에 있는 온갖 특색을 지닌 녹색 식물들을 좋아할 것인가. 이건 우리 욕망의 문제다."


그랬다. 나는 식물에게 사랑이라는 말을 붙일 수밖에 없었으며, 그것이 나의 욕망임을, 그것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과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것과 똑같은 욕망이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가 선택한 (또는 우리에게로 다가온) 사랑의 대상에 대해 더 많이 알수록 그 대상은 더 짜릿한 존재가 된다."


그렇다. 완전 동의한다. 식물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은 욕망이 솟는 나 자신에 대해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하나씩 알게 될수록 더 보고 싶고 더 만지고 싶게 되었다. 그 후 나는 사랑하면 알고 싶어 지고, 앎이 곧 사랑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이 장바구니에서 나에게로 얼른 와야 하는 이유는 이제 명확하다. 저자 안드레아스 바를라게는 식물에 대한 나와 동일한 심리적 경험자인 것이다.


이 책은 **<실은 나도 식물이 알고 싶었어>이다.




** 안드레아스 바를라게 <실은 나도 식물이 알고 싶었어>, 애플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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