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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Sep 23. 2021

까다로운 식물이라니

1.5평 방구석 식덕 생활


회색빛이 도는 녹색 잎이 마음에 들었다. 동전을 달아놓은 듯한 폴리안을 갖고 싶었으나 인연이 닿질 않았다. 주변 꽃집 중에 엄청 잘 자란 폴리안 하나가 있었지만 아주 멋진 품새를 갖고 있어 가격을 물어보지 못했다. 너무 비쌀까 봐. 지나다닐 때마다 잠깐 멈춰 서서 딸랑딸랑 소리가 날 것 같은 잎을 감상하고 감탄하기를 즐길 뿐. 그러다 두 주 터울로 발견한 것이 유칼립투스 구니와 블랙잭이다. 회녹색의 싱싱한 새잎이 장미꽃 모양으로 올라오는 구니, 휘청거리는 긴 가지에 서로 마주 보는 두 잎이 일정한 간격으로 질서 정연하게 달려있는 블랙잭을 데려온 후로는 폴리안이 아쉽지 않았다. 폴리안은 그 꽃집에서 보는 것으로 충분했다.


유칼립투스를 마음에 담은 후부터 사진은 자주 찾아봤다. 키우기 동영상도 많이 봤다. 그래서일 것이다. 충분히 건강한 유칼립투스를 사 오면서도 돌봐야 할 환자를 데리고 오는 것처럼 마음이 불안 불안했다. 유칼립투스를 키우는 사람들 중 열에 아홉이 유칼립투스를 죽인 경험을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칼립투스는 항상 이름 앞에 '까다로운'이라는 형용사가 붙어 다녔다. 물을 말려도 죽고 물을 충분히 줘도 죽는 식물이라는 것이다. 물을 너무 아껴줘도 잎이 마르고 과습이어도 잎이 마른다. 겉으로 표시가 안 나는 경우도 있어 죽은지도 모르고 계속 물을 주고 키우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잎 가장자리가 마르면 과습이고 새로 돋는 잎이 말라 나오면 물이 부족해서라고 단정하는 사람도 있다.


두 달 동안 별일 없이 잘 자라주었다. 물 주기와 통풍에 주의를 기울였고 유칼립투스의 리듬을 이제는 알았다고 생각한 즈음이다. 며칠 새 순식간에 블랙잭에 이상 징후가 보였다. 뿌리에서 나온 가지 두 개 중 한 가지의 잎들이 말랐다. 다른 가지의 잎은 흙 가까운 곳 잎들부터 마르기 시작했다. 돌아다니는 이론에 의하면 과습으로 인한 잎 마름인데... 나의 유칼립투스 경우도 그 때문인지 명쾌하게 수긍하지 못하겠다. 지금으로서는 아주 아주 상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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