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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Sep 25. 2021

시간을 쌓아야 보이는 게 있다

1.5평 방구석 식덕 생활


작은 화분이 오십 개 가깝게 늘었다.


사람 생김새만 제각각인 줄 알았더니 식물도 어느 하나 똑같은 게 없다.

정말 그렇다. 새삼스럽게 그걸 또 이제야 알아본다.


모든 식물을 구분 없이 '식물' 하고 불렀을 때는

그럴 수 있다 치자,

그런데 지금 몇 달째

식물 하나하나의 이름을 부르고

바라보고, 얘기하고, 만지고······.

그랬으면서


그 사실을 이제야 알아본다. 돈오의 순간처럼 갑자기 알아차린다.


어떤 사물을

잘 보고, 잘 안다는 건

거리를 적당히 지킬 때 가능한 모양이다.

너무 멀어도 못 보는 것이 있다.

너무 가까워도 안 보이는 것이 있다.

멀어졌다가 가까워지기를 반복하면서

열렬히 타오르고 또 그저 응시하면서

우리 사이의 시간을 쌓아야

보인다.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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