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을 위해 무얼 할 수 있을까요?
"허리가 똑 부러지는 것 같애", "칼로 쑤시는 것처럼. 그럴 땐 딱 죽고만 싶어"라며 당신들이 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말로 아픔을 표현할 때 나는 어째야 할지 당황스럽습니다. 대꾸를 하고 싶은데 어떤 단어도 떠오르지 않아요. 아니 당신들의 말을 따라잡을 만큼 거대한 위로의 표현을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이지요. 말이 아니라 혹시 다른 걸 기대하시는 걸까요? 손을 잡아드릴까요? 슬픈 표정을 지을까요? 그런데 어쩌죠, 정신을 놓지 않고서는 나는 그런 접촉을 꺼리는 사람이라서요. 바로 이 지점에서 나는 나의 문제를 절감합니다. 묻고 따지지도 않고 누군가를 걱정하는 일,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 나는 정말 그것에 무능력합니다.
『통증연대기』, 『아무튼, 반려병』이라는 책을 보이는 곳에 두고 간간이 펼쳐 본다. 만성통증(질병)과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쓴 책이다.
믿을 수 없는 극단적인 한 문장 말고.... 이 사람은 자신의 병과 통증을 한 권이나 되는 분량으로 뭐라고 쓰고 있는가, 아픈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일상을 살아가는 것일까? 병과 병자를 알고 싶었고, 깊이 알게 되면 '나는 무능력해'라며 손 놔버리는 내 저 몰인정이 바뀌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면서. 위안의 말과 염려와 다정이 배어있는 접촉이 아무 이물감 없이 저절로 우러나오기를 바라면서… 읽고 있다.
의식적인 노력 없이 저절로 그렇게 된다면 그런 위로와 사랑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름다워서 부러운 건 아니다, 얼마나 편할까, 저절로 된다니. 몸과 마음에 걸리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고심할 거리가 없겠지. 그러나 이렇게 아름답고 편한 상태가 모든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인간은 저절로는 아마도 절대로 영원한 사랑을, 영원한 위로를 줄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사랑에 빠지지만, 사랑은 변하여, 사랑이 계속 사랑이고자 한다면 의식적인 노력 없이는 안 되리라. 저절로 되는 사랑, 변하지 않고 영원히 되는 사랑은 변화를 원리로 삼는 자연의 사랑을 넘어서야만 한다. 인간의 의식적인 노력은 그 사이에서 그러니까 영원한 사랑과 자연의 사랑 사이에서 가치 있는 것이 된다. 노력은 변하기만 하는 것을 일시적으로라도 붙잡는다. 그리고 회수를 늘린다면.
노력은 고통을 수반한다. 흐름을 멈춰세우는 일이니 힘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나에게 가장 쉬운 일이고 가장 재미있는 독서를 통해서는 몰인정이 변하지 않을 것이다. 독서는 내게 노력한다 할 만큼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 극단적인 말을 듣고 흘려버리는 일, 이물감을 꾹 누르고 당신들의 손을 잡는 일, 그 회수를 점점 늘이는 일, 나에게 이것보다 큰 노력은 없다. 가장 하기 싫은, 힘든 일이다. 그러나 다른 것으로는 대체되지 않는 이 노력만이 '저절로'라는 목표에 근접하지는 못하더라도 방향이나마 맞추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