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성공을 다르게 보기

시인에게 배우는 성공한 인생

by 조이아

인생의 성공을 다르게 보는 시인을 만났다.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A씨, 사정이 생겨서 이틀을 못 나갔는데 그 후에 학생으로부터 받은 편지. 선생님의 부재가 몹시 속상했다는 내용이었는데, 정확한 단어는 생각나지 않는다. 선생님이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안 계신 이틀이 얼마나 길었는지, 그것은 사랑의 편지였다. 사랑하는 마음이 아이로부터 왔다는 그 이야기에서, 시인은 A야말로 이미 성공한 인생이 아니냐 말했다. 아이에게 받은 사랑, 그것을 인생의 성공이라 하다니! 섬진강 시인 김용택 시인님과 그의 딸 이야기다. 친구의 딸 아들이 변호사건 의사건 하나도 부럽지 않다며, 직업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의 가치는 주변 사람이 알아주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인은 덧붙였다. 딸이 자기가 좋아하는 글을 쓰며, 그림을 그리며 살았으면 한다고.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를 향한 욕심을 내려놓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시인의 말을 들으면서 아이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도록 돕는 일, 그저 그 일에만 힘쓸 것을 내게 주문한다.


시인의 이번 시집을 찬찬히 읽었다. 빛나는 문장들이 많았다. 그 반짝임은 새벽이슬 같기도 하고, 넓은 하늘에 멀리 있는 별빛 같기도 했다.



나는 강에서 오는 바람을 좋아한다

시집 속에 손을 집어넣어 바람을 만진다

부드럽고도 따스하구나 언 내 손끝이 녹고,

창가에 앉아 딸도 시를 읽는다

딸도 시를 읽을 때

나처럼 참을 수 없는 영혼의 빛들이

산에 부딪혀 튈 것이다

내 딸도 시의 첫눈으로

본 사물이 금 가고 부서지는

섬광 같은 빛을 보았을 텐데,

그것이 시인의 첫길이었는데


- 김용택, <눈이 쌓인다 다음 문장으로 가자> 일부




성공에 이르는 길은 길고 험난하고 너무 다양하거나 혹은 매우 좁은 길일 테다. 하지만 시인을 만나고 나서 나는 성공에 이르는 최단 거리를 알았다.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기. 인생의 성공, 자신을 아는 사람들에게 저이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저 사람 부탁이라면 기꺼이 할 거라고, 그가 없으면 몹시도 적적할 거라고 해준다면 그게 성공이로구나. 그렇다면 나도 성공에 가까워지고 있을까. 오늘도 다정한 궁리를 해본다.


김용택 시집, 우리동네 버찌책방에서



시의 전문




<눈이 쌓인다 다음 문장으로 가자> 김용택


눈발이 날린다 각은 45도,

자크 프레베르의 『절망이 벤치에 앉아 있다』를 읽는다

시집의 첫 페이지 첫 행을 읽을 때

내 영혼은 새 떠난 나뭇가지처럼 떨린다.

어느 곳에 눈을 주면

그곳에서 바람이 일어나는 것처럼,

눈을 뜨는 축복이다

앞 강 얼음 금 가는 소리가 들린다

쩌렁쩌렁 산이 운다 산은 금 가는 것이 싫은 것이다

눈 맞는 나무, 눈을 가져오는 바람, 사이를 열어주는 풀잎,

나는 강에서 오는 바람을 좋아한다

시집 속에 손을 집어넣어 바람을 만진다

부드럽고도 따스하구나 언 내 손끝이 녹고,

창가에 앉아 딸도 시를 읽는다

딸도 시를 읽을 때

나처럼 참을 수 없는 영혼의 빛들이

산에 부딪혀 튈 것이다

내 딸도 시의 첫눈으로

본 사물이 금 가고 부서지는

섬광 같은 빛을 보았을 텐데,

그것이 시인의 첫길이었는데

겁 없이 강물로 달려드는

눈보라 속에 서 있는 나무들아

첫 문장에 오래 머물러 내 등에

눈이 쌓이는구나

평행을 이루려는 눈발의 각도를 잡아다닌다

눈이 쌓인다 다음 문장으로 가자


@ 김용택, <나비가 숨은 어린나무>,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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