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학교생활을 보내며
자고 일어나도 빨간 눈을 들여다보며 오늘은 꼭 안과에 가야지 다짐했다. 이번 주 원격 쌍방향 수업을 해서 그런가, 노트북 화면에서 학번 이름을 확인하며 결석생은 없는지, 지금 이 학생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피느라 눈에 불을 켜서 그랬을까. 빈 교실에서 수업을 하면서 코가 막히고, 재채기가 났다. 학생들의 온기가 없어서 그런가. 수업이 끝나고 교무실에 오자마자 으슬으슬하다. 교무실 난방기가 이번 주 내내 고장이긴 했다. 그래도 이건 그냥 추위는 아닌 것 같아 조퇴를 쓰고 삼십 분 일찍 나왔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31일이네. 아, 이거 3월 증후군인 건가.
퇴근을 했어도 계속 온(ON) 상태였던 것 같다. 첫 주부터 학급 단톡방을 만들고 유용하게 사용했다. 새 학년 담임교사 단톡방은 2월부터 만들어졌다. 우리 학년 수업교사 방도 있는데, 정말 카톡방에서는 지시와 안내가 시간과 상관없이 계속되었다. 간간이 '오늘 O반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자가진단키트를 사용해서 검사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런 안내가 이틀간 혹은 연달아 이루어지는데, 한 학급에 머무는 학생들은 경우에 따라서 2-3일 간격으로 검사 안내가 나가지만, 여러 반에 수업을 들어가는 교사로서는 아침에 진단키트로 검사를 하고 나서 오후에 또 검사 안내를 받은 날도 있다. 코를 쑤시면 눈물은 핑돌고 재채기는 연신 나왔다. 다행스레 학생 간 혹은 교사 간 전염은 없었지만 충분히 긴장되는 나날이었다. 저녁에 확진 소식을 전해오는 학생도 있고, 주말에 다음 주 교육활동을 안내해주시는 부장님도 계셨다. 아침마다 학부모님께 연락이 온다. 결석생도 많고 지각이나 조퇴도 잦았다. 점심시간 학급 아이들을 인솔해 급식실로 이동, 허겁지겁 밥을 먹고 나면 또 학급 시간이다. 코로나 방지를 위해 학생들의 이동을 최소화하느라고, 또 수업 중인 다른 학년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남은 점심시간에는 학급에서 지내기 때문이다. 점심시간도 내 것이 아니고, 쉬는 시간도 마찬가지. 5분의 쉬는 시간은 분필 묻은 손만 씻기에도 벅차다. 근무 시간을 이렇게 보내고 나면 수업 준비는 뒤늦게 아니면 주말에 하게 된다.
3월이 피곤한 나날이기는 해도 긴장을 놓으면 안 되니까, 버티기 위해서 주 2회 필라테스를 갔다.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면서 '오늘은 못 갈지도 몰라' 생각했던 것은 진단키트로 검사를 해야 할 때뿐, 빠진다는 생각 없이 무조건 갔다. 내 손으로 예약을 하게 되면, 자꾸만 안 갈까 봐 등록할 때부터 주 2회 고정으로 등록했다. 갈 때마다 후덜거렸지만 다른 생각에서 벗어날 수는 있었다. 31일 오늘은 독서모임이 있으니 하루 빠져야겠다 생각하고 예약을 취소했더니 딱 이렇게 긴장이 풀려버리다니. 오늘 아침에만 해도 필라테스를 못 가니 달리기라도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정말이다! 꽃이 피고 있는 봄길을 달리겠다는 생각을 아침까지만 해도 했던 것이다! 왜 이 문장들에만 느낌표를 쓰게 될까.)
안약을 넣고 독서모임 할 책을 들여다보다가 글을 써본다. 안과 가는 길부터 쓴 글. 학교 앞 안과가 '당분간 휴진입니다'라는 A4지를 붙여놓고 문을 닫아서 허탈해하다가 지하철을 타고 다른 안과에 다녀왔다. 귀에 아무것도 안 꽂고 지금의 심정을 써 본 것. 넋두리를 실컷 하고 있다. 몸살 기운은 3월 내내 긴장하며 지내왔다는 증거라 생각하겠다. 기침이 나거나 목이 아픈 건 아니니 한시름 덜었다. 일단 세수를 하고 좀 이따 있을 독서모임에 참가해야지. 이번 달에도 우리는 줌으로 만난다. 줌으로 만나는 학생들에게 제발 얼굴을 보여달라고 하소연을 했는데, 세수를 했어도 얼굴을 보여야겠지? 온 상태는 싫지만 서로 마주 보는 온기는 좋다.
제목 배경 사진은 @ 김수현,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속 한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