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를 변경하고 바깥나들이
새 기기를 좋아하는 남편이 신나게 주문하고 설정하고 로딩해서 핸드폰을 바꿔 들었다. 핸드폰을 바꿨더니 인스타그램도 유튜브도 로그인을 새로 해야 했다. 오늘 만날 친구들과의 사진이 잔뜩 담긴 싸이월드는 또 비밀번호를 잊어서 못 들어갔다. 당장 급한 것은 KTX 예매해 둔 티켓이었다. 승차권을 확인했더니 열차번호와 좌석번호 위로 ‘다른 기기에서 발권하였거나 홈티켓으로 발권한 승차권입니다. 기기변경을 하신 경우 철도고객센터로 문의하시고…’하는 문구가 떴다. 그래도 좌석번호가 보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되면 승차권 변경 등이 불가능해서 대전역에서 문의를 하리라 마음먹었다. (최근 나의 서울 나들이는 꼭 맥주 한 잔과 마무리되고 있고 그러다 보면 저녁 열차를 좀 더 늦은 시간으로 변경하게 된다.)
대전역에 도착해서 듣고 있던 ‘조용한 생활’ 팟캐스트를 끄고 이어폰을 뺐다. 이제야 쏟아지는 생활음. 철도 어플에 안내된 번호로 전화를 거니 안내가 길었다. 녹음되고 어쩌고. 이왕 대전역에 와있으니 물어봐야겠다 생각하고 안내하는 분을 찾아가 어플을 열었다. 방금 쓰던 어플을 연다고 열었는데 팟캐스트가 열리고 다시 닫았다가 고 옆에 걸 활성화시켰더니 이번에는 팟빵앱이다. 세 번째에야 열린 KTX 어플의 승차권 화면을 내보이며, 폰을 바꿨더니 이렇게 되었다고 말했다. 들여다보시더니 역무실에 가보라고 하셨다.
“역무실이 어디예요? ”
묻고 친절한 안내를 받았다. 감사 인사를 건네고 역무실 팻말 쪽으로 향했다. 역무실에 갈 일이 다 있네 생각하면서. 팻말 아래에 위치한 문 한쪽은 고정문, 한쪽은 사용문이라 붙어 있었고, 마치 비상구처럼 아무것도 안 보이는 철문이었다. 사용문 아래로는 늘 닫아두라는 주의문도 있어 여길 내가 들어가도 되나 싶었다.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더니 복도가 나오고 양쪽에 또 문들이 있다. 노크를 하는 데가 아니었는데 노크를 하고 들어갔구나. 어쨌거나 낯선 곳이니. 역무실 팻말이 보이는 곳은 열려있었다.
“핸드폰을 변경해서요. 승차권이 이렇게 됐어요. “
하며 화면을 보여드렸더니 회원번호를 물으신다. 그런 걸 외고 다닐 수가 없어서 내 정보를 찾다가 폰을 건네드렸다. 역무원 선생님은 내용을 확인하시고 어딘가에 전화를 거셨다. 그냥 내가 전화를 했으면 될 걸, 괜히 번거롭게 했다며 살짝 후회했다. 내 회원번호를 대시고는 초기화시켜달라고 상대편에 말씀하셨다. 내가 전화 문의를 했으면 내 번호를 찾고 하느라고 오래 걸렸겠다. 머쓱하게 기다리는 내게 여전히 역무실은 왠지 들어오면 안 되는 곳 같았다.
선생님께서 핸드폰을 건네주시며 말씀하셨다.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시면 될 거예요. “
“예? 밖에요? “
역무실이란 낯선 곳에서 얼른 밖에 나가고 싶은 내 오른발이 자동으로 복도 쪽을 향했다. 대전역 바깥?
“어디… 요?”
라고 물으면서.
역무원 선생님이 웃는 얼굴로 말씀하신다.
“밖에 나갔다가 오면요.”
“예? “
이제야 이해했다. 어플을 닫고 다시 열란 말이구나.
“아아, 밖에요오.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하고 철문을 철컥 열고 나오는데 내가 너무 웃겨서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
어플을 종료하고 다시 열었더니 제대로 된 승차권이 보인다. 이따 저녁에 차 시간을 변경할 수도 있으니 출발시간을 잘 알고 있어야지. 대전역 대합실에서부터 써보았다. 지금은 KTX 안. 오늘은 와우북페스티벌에 간다.
- 사진은 주기적으로 공부해주어야 하는 마음을 위한
@ 신고은, <내 마음 공부하는 법>, 유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