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을 드러내는, 나의 수영강습 첫날

수영강습 첫날이면 너무 떨린다.

by 조이아

복직을 앞두고 큰 결심을 했다. 3월달 수영강습을 등록한 것이다.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수영을 시작할 거다', '수영을 하고 왔다'는 이야기에 조금씩 자극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나와는 먼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구입한 책 <<수영하는 여자들>>을 쓰다듬으면서, 나도 여기에 합류하고 싶다는 욕구가 커졌다.

2년 만의 복직은 그 자체로도 두려운 것이었다. 우리 학교처럼 소규모 학교인 경우, 다른 학교에서 세 명이 하는 업무를 혼자 하게 되므로 더욱 그렇다. (뭐, 복직이 아니어도, 모든 교사는 2월에 3월을 걱정한다. 부정할 분은 안 계실 듯.) 학교에서도 정신없을 텐데 운동을 시작하는 게 가능하겠냐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몸과 마음을 위해 운동을 해야 하는 것 또한 매우 옳다.


3월 4일 월요일, 첫 출근이자 수영 첫날, 예정된 교직원 환영회 덕에 수영장에 갈 수 없었다. 그래도 회식 시간 내내 시계를 보았다. 저녁 8시 강습에다가 첫날에 가지 않으면 왠지 뒤처질 것 같은 마음에. 학교 회식은 보통 일찍 파해서, 회식하고 집에 오면 남편이 "회식이라며?" 하며 비웃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새로 뵙게 된 교장 선생님께서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하시는 분일 줄이야. 2차로 카페에 가서 얌전히 얘길 듣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돌아왔다. 출근한 것만으로도 나는 너무 피곤했는데, 어른들과 어울리는 것도 큰 부담이었다.


화요일. 나만 오늘 처음일까 두려운 마음으로 수영장에 갔다. 다행히 오늘 처음 온 분이 계셔서 강사 선생님을 당황스럽게 한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킥판을 잡고 발차기 연습. 신규 등록생이 아닌 분들은 킥판이 없이 발차기를 하셨다. 두세 바퀴를 돌고, 이제 자유형 가능한 분들은 자유형으로 하라고 하셨다.


2년 전에 수영 강습을 받은 적이 있다. 파리로 떠나기 전에 세 달 동안 새벽 6시마다 어린이 수영장 물에 들어갔다. 깊이가 낮아서 물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 주었다. 제대로 수영을 배운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아침에 수영 다녀와서 시작하는 하루가 얼마나 신나던지! 이 기억 때문에 또 수영을 시작할 마음이 생겼던 거였다.


2019년에 다시 시작하는 수영강습 첫날. 나는 예전에 배웠으므로 킥판을 살며시 내려놓고 야심 차게 출발을 했다. 힘들면 중간에 섰다 다시 가면 되지.

강사 선생님은 스타트 후 첫 호흡할 부근에 서계셨다. 잘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나도 잘할 수 있다는 자만심 때문이었을까. 강사 선생님께 닿기도 전에 오른쪽 종아리가 굳어버렸다. 벌떡 일어났더니 젊은 강사 선생님은 왜 벌써 일어나냐며 어이없어하셨다. "쥐 났어요." 너무 힘을 줘서 그런 거라고, 얼른 물 밖으로 나가라고 하셨다. 아픈 다리를 부여잡고 겨우 물 밖에 앉았다. 쭉 뻗으라며 오른발을 잡아주셨다. 종아리 근육이 딱딱하게 아팠다. 내가 왼발을 잡자, 오른쪽이 아픈데 왜 거길 잡냐신다. 실은 왼쪽 발가락도 뒤틀렸다. 내 발 뒤꿈치를 붙잡고 강사 선생님은 계속 말씀하셨다. "저녁은 드셨습니까, 물을 충분히 마시고 와야 합니다" 등등. 다리를 주무르며 그 얘기를 듣는 내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웬 민폔가. 다섯 개의 레인에 물 밖에 앉아있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왠지 시선이 모이는 느낌에 그 물 쪽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다리는 계속 아팠지만 얼른 물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슬슬 걷는 활동을 한 두 번 하고, 또 수영할 차례에 나는 킥판을 소중히 잡았다. 발차기를 슬슬 했다.

또 한 번 킥판 없이 자유형을 하라고 지도하신다. 나도 한 번 해볼까 하고 소심하게 출발하다가 곧 나는 옆으로 빠졌다. 또 종아리가 다시금 딱딱해지는 거다. 괜히 뒷사람 진로만 방해한 꼴이 되었다. 결국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먼저 샤워실로 절뚝거리며 들어갔다.


신나게 운동하러 왔다가 이게 무슨 일인가. 그러고 보니 그동안의 나의 수영강습 첫날들이 떠오른다. 두 번은 존재감을 스스로 없앴고, 오늘까지 두 번은 존재감을 마구 드러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친구가 수영 같이 다니자고 꾀여 시작했다. 구에서 하는 곳이었을까, 셔틀버스를 타고 다녀오는 데였다. 첫날 우리 반의 수영강사 선생님은 우리 앞에 있는 아이'들'을 물에 마구 던졌다. 아이를 번쩍 들고 물이 막 튀기도록. 그걸 보고 나와 친구는 겁을 먹고 자꾸 뒤로 몸을 뺐다. 요리조리 잘 피해서, 단 한 번의 터치 없이 그 시간이 지나간 것 같다. 우리 둘은 그다음 강습부터 자유수영 레인에서 놀았다. 한 달을. 그때 물에서 뜨는 것만 익혔다. 하하.


그다음 수영강습은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임용시험을 본 후였다. 고등학교 때 친구와 함께 이번에도 우리 구의 스포츠센터에 등록했다. 비키니만 있었던 나는, 수영복을 구하러 신촌 어디에 있는 나이키 매장에서 겨우 한 디자인의 수영복만 보고 구입했던 것 같다. 친구와 함께 '음파 연습', '발차기 연습'을 하고, 이마에 수영모자 자국이 난 채로(남자 친구가 많이 놀리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 아직도 남편은 내가 수영 다녀온다고 하면, 또 이마에 자국 내 오냐고 놀린다.) 임용고사 1차 합격 소식을 들었다. 나는 너무도 치사하고 비겁하게도 친구에게 면접 준비 때문에 수영 못 다니겠다고 선언했다. 핑계였다. 수영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을 거다. (친구는 홀로 열심히 수영을 배워서, 남자 친구랑 따듯한 바다로 해외여행도 다녀왔다. 스노클링인가도 했단다.)


수영이란 걸 해보고는 싶지만,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잘 못 한 채로 시간이 흘렀다. 배우고 싶은 마음은 늘 있었다. 그러다가 배우게 된 게 바로 2017년의 어린이 수영장에서였다. 그때의 첫날에도 나는 강사 선생님께 나를 어필했던 것 같다. 원치 않게.

처음은 늘 떨린다. 수영복을 입고도 왠지 화장실에 다녀와야 할 것 같아서 화장실도 들르고, 옷매무새도 다듬고 그제야 수영장에 들어가려고 물안경을 썼다. 그런데 왜 그런지 눈앞이 뿌옇다. 윽. 수영장에 오는 게 너무도 떨려서 그 전주엔가 가족끼리 다른 수영장엘 다녀왔었다. 열심히 매달려서 발차기도 해보고, 무언지 모를 감 같은 걸 익혀볼 요량이었다. 식구들의 수영복, 수모, 수경을 잘 말려서 각각 담았는데, 까만색이 같다고, 도수가 있는 남편 물안경을 가져온 거다. 아, '음파' 연습도 하고 하려면 아무래도 안경이 있어야 할 텐데. 그냥 집에 가야 되나. 집에 가서 가져올까. 이렇게 수영복까지 다 입고 들어왔는데 이걸 어쩌나. 안 그래도 낯선 곳, 낯선 사람들과 불안한데 도구까지 말썽이라니.

처음 본 얼굴의 강사 선생님께, 안경을 잘못 가져왔다고 말씀드렸다. 혹시 여기서 살 수 있냐고 여쭈었던 것 같다. 아침 6시에. 안 판다는 대답에 나는 '다시 집에 다녀와야 될까요'를 말해야 되나 전전긍긍했다. 첫날부터 이런 학생이 되어서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동안 수업 준비물을 제대로 챙겨 오지 않은 아이들을 나무랐는데 딱 그 꼴이었다. 의도치 않게 잘못 챙겨 올 수도 있구나. 강사 선생님은 말없이 자기 안경을 빌려주셨다. 하해와 같은 선생님의 배려 덕분에 첫날 강습을 무사히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내 마음은 파도처럼 울렁거렸다. 나는 이렇게 준비성이 없는 사람으로 찍혔다는 생각에.



내 인생에서 수영 강습은 이제 네 번째다. 앞서 두 번은 첫날의 공포로 그다음을 포기했고,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시작된 두 번의 수영 강습은 첫날의 부끄러움에도 불구하고 그다음을 이어갔고, 이번에도 창피함을 딛고 계속해나갈 것이다.

화요일에 다리 근육에 탈이 난 후, 수요일 하루는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뒷 종아리가 아팠다. 그날은 자유수영 날이라서 저녁에 쉬었다. 학년협의회가 있었는데 그전에 학부모님을 비롯한 몇몇 부장 선생님과 회의를 할 때 좀 긴장을 했는지, 혹은 오래간만에 마신 믹스커피 탓인지 배에 가스가 찼다. 협의회라고 학년부장이 불참할 수도 없고 기름진 저녁을 먹었더니 정말 배가 아파서 수영장엘 갈 수 없었다.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수영장에 갔다. 5일 중 3일, 나름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이틀은 발차기만 했다. 물론 킥판을 잡고!


운동하는 생활을 습관화하고 싶다. 저녁마다 '오늘은 피곤하니까 쉴까' 하는 마음이 없지는 않지만, 물속에 잠겨 호흡에만 집중하며 다른 생각을 없애고 싶다. 복직 후 나는 첫날부터 연도를 잘못 써서 기안문을 작성했고, 우리 부서의 신규 선생님에게 같은 일을 여러 번 하게 했으며, 업무에 관해서도 몇몇 선생님의 충고인지 불만을 들었고, 첫 수업 때에는 노트북 연결이 안 되어 당황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오늘 이 글을 쓰기 전에는 평가계획을 수정했고, 내일 학교에 가거든 또 해야 할 일들이 여러 건이다. 잠시라도 이런 것들에서 다 떠나고 싶다. 소리가 없는 푸른 물속에서 매일 내가 실수한 일, 놓친 일에 짓눌리는 일과를 잠시라도 탈출해 보련다. '음~파!'를 반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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