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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아 Jul 28. 2024

나의 눈부신 친구와 함께 1

여름방학 최대 이벤트

여름방학 나의 최대 이벤트는 서울행이었다. 평일 저녁 김하나 작가님 신간 북토크를 덜컥 2장 예매해 두고 다음날 친구에게 말하기. 좋다는 대답에 1박을 제안했다. 북토크 끝나고 사인회가 있대서 여유롭게 사인도 받고 친구와의 회포도 풀 셈으로 에어비엔비를 알아보고 망원역 부근으로 동선을 짰다.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일을 오전에 한 건 처리하고(덕분에 1박 2일 내내 두통을 달고 다녔다) 역시나 방학인 둘째와 점심을 차려 먹고(저녁도 준비하고) 치운 후 출발. 큰애 가방을 메고 정류장으로 향하는데 벌써부터 땀이 주르륵 흘렀다. 기차역까지 나와 함께한 이들은 '일기떨기' 팟캐스트 호스트 세 분과 손님. 천선란 작가님과 민정 PD님의 반려견 공동 육아 이야기를 끄덕이면서, 웃으면서, 눈물 핑 돌면서 들었다. (70화 '내 삶의 일부가 된 이야기') 등이 땀에 젖은 채였지만 여행길 처음부터 설레는 기분으로 들떴다.


망원역에서 반가운 얼굴들을 만났다. 오늘의 룸메이트 H뿐만 아니라 일 년 넘게 못 본 J까지 오랜만에 셋이 뭉쳤다. 밀린 얘기를 하느라 가까운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같은 일을 하는, 이십 년 넘은 친구들이랑 하는 대화에는 공감이 흘러넘쳤다. 체크인 시간이 지나서 숙소에 짐을 놓고 나오려는데, 재즈가 흐르고 감성적으로 꾸며진 아담한 숙소는 그냥 일어서기에 아쉬울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 북토크 전 헤어져야 하는 J도 그런 마음인지 이제 나가자, 해놓고도 자꾸만 우리는 소파에,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이었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다음을 기약했다. 아, 중간에 '당인리 책발전소'에 들러 책 얘기를 하며 책을 한 권씩 샀다. 나는 이다혜 작가님이 번역한 <우리가 두고 온 100가지 유실물>을 골랐다.


마포중앙도서관, 작년 여름엔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북토크로 왔었는데 이번에도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의 두 분을 만나러 왔다. 김하나 작가님의 '자유롭고 쾌락적인 고전 읽기(황선우 작가님이 지어준 네이밍이라고 한다!)' <금빛 종소리>는 민음사 고전 다섯 편 읽기에 대한 책인데, 책과 영화,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BL과 케이팝에 이르기까지 고전을 다양하게 감각하게 한다. 황선우 작가님의 유려한 진행과 김하나 작가님의 귀엽고도 진지한 말씀은 더운 마중홀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게끔 청량하고 재미있었다. 여고 때 문학 선생님이 여름 방학, 고전을 읽어보라는 널널한 제안으로 시작하는 프롤로그는 여름방학인 이때와 절묘하게 잘 맞는다. 제목인 '금빛 종소리'에 대한 설명은, 프롤로그에서도 멋졌는데(미리 보기에도 나오니 직접 읽어보시라!) 직접 금종을 가지고 와 들려주시며, 고전이라고 하는 유서 깊은 성당을 자신과 함께 살펴보자, 당신은 그 문지기와 같다는 비유 또한 찰떡이라 여겨졌다. 아쉬운 시간은 금세 지나고 이어진 사인회는 저 너머까지 줄이 이어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이 의자에 앉아 웃는 얼굴로 사인해 주시는 작가님에게 솟아나는 애정 어떡해. 사인회가 있대서 나는 미리 엽서를 한 장 쓰고 작년에 만든 내 책 <우주를 누비며 다정을 누비는 중>을 한 권 챙겼다. 훌륭한 작가님께 소박한 책을 드리는 일이 민망했지만 작가님 이야기가 여기저기 담겨서 드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책읽아웃' 얘기, 교과서에 실린 작가님 강연 '힘들 때 힘을 빼면 힘이 생긴다' 수업 이야기, 모닝 페이지와 관련해 작가님 어머님 이옥선 여사님의 책 <빅토리 노트> 이야기와 제자가 <퀸즐랜드 자매로드> 김하나, 황선우 작가님 북토크에 찾아간 사연 등 내 사랑 고백이 들어있다. 고백과 함께 책을 슬며시 옆에 놓아드리고 사인을 받아 돌아섰다.

흥분을 뒤로한 채 숙소로 돌아가는 길, 맥주를 한 캔씩 사서 들이켜는 밤을 보냈다. 우리 사이에는 또 대화가 이어졌다. 친구가 준비해 온 질문들(우리가 함께 읽은 책에 있던) 서로 대답하는 꽤 진지한 대화로 우리는 또 서로를, 자신을 들여다보았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gioiadiary/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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