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이 된 기분

<외계인 자서전>을 읽고

by 조이아

<외계인 자서전> 독서모임을 어제 했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의 탄생을 다른 행성에서 지구에 도착했다고 표현한 첫 부분을 보고 혼란스러웠지만 아디나의 서술에 점점 빠져들었다. 주워온 팩스에 인간상을 관찰한 보고서를 전송하면, 상관이 답장을 보내온다. 외계인의 눈으로 보는 사회란 이를 테면 이렇다. '영화관에서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팝콘을 먹는다'거나 '외로움은 가짜와 어울리게 만든다.' 익숙한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통찰이라니. 이 문장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책의 가치는 충분했는데, 아디나의 서사 또한 흥미로웠다. 무엇보다도 아디나의 외로움에 깊이 공감했다.


독서 모임에서, 각자가 외계인으로 느껴지던 때를 나누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나는 남들과 다른 것 같다는 생각에 소외감을 느끼기도 하고 도무지 남을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지 않은가.

오늘도 나는 내가 외계인인가 하는 의심을 했다. 아들 둘에게 대화를 시도하다가 결국은 혼잣말을 하게 되는 상황 탓이었다. 배스킨라빈스에서 왜 '엄마는 외계인'이란 아이스크림 이름을 만들었는지 오랜만에 궁금해졌다. 나와 같은 엄마가 또 있다는 거겠지? 아들들의 묵묵부답에 답답해하는 나, 옆에 남편이 있어도 답답한 건 마찬가지라 나 혼자만 F인 것인가 슬퍼졌다. 가장 가까운 사이이고 싶은 관계에서 소통이 안 된다고 느껴질 때의 외로움. 외로움. 남편에게 이렇게 덧붙였다. "나, 어제 외계인 자서전 읽었다." 이건 정말 혼잣말로 기능해서 '내가 왜 저 말을 했지? 책을 소개할 것도 아닌데. 정말 외계인이 된 기분이야'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학년 말이고 스트레스가 많은 때이자 학교에서의 소통 불능에 대해서도 화가 나던 터라 잠깐 심각해졌다. 책임감을 느낀 남편이 제시한 해결책은 와인 한 병이었는데, 술의 기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각자가 하는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수월하게 이해하게 하는 게 술인가 싶다. 그리하여 너와 나의 외로움을 옅게 만드는 일을 그 액체가 한다. 아디나가 술 마시는 인간들의 대화의 상황을 포착한다면 어떻게 표현할까. 평소라면 불통일 테지만, 술잔을 들고서는 오해가 사라지며 서로를 완전히 이해한다고 착각하는 시간?

시간이 흐를수록 우주는 팽창하며 별들은 서로 멀어진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은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며 타인과의 경계를 세워나가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고독하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자신과 비슷한 결의, 나를 이해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싶어 한다. 더 나아가 타인과 나와의 경계가 흐려지는 기분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술은 그 역할을 한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해 주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마법. 우리 사이에 술이 한 잔 들어가면, 나와 너의 다름은 그냥 그 자체로 재미있어진다. 외계인이라 할지라도 적당한 술과 함께라면 우리는 같은 종족이라며 웃을 수 있다. 인간이라는 '아름답고 기발하며 슬픈 존재'는 그래서 오늘도 하루를 살아간다.

하지만 어제의 독서 모임은, 술이 없이도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아디나의 예민한 성정과 소설 속 소설 <외계인 자서전> 이야기, 이동진 기자님의 추천 내용 등을 나누다가 우리가 깊이 공감한 내용은 남편과의 불통이었다. 귀뚜라미 쌀 행성 이야기, 그러니까 외계 행성 이름이 귀뚜라미가 쌀알 위에서 뛸 때의 소리라는 묘사를 떠올리며 각자의 말이 저런 행성어로 들리는 게 아닐까 했다. 그런 대화를 나는 아들들이랑도 하는 것 같다. 도저히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반응을 그들은 보이니까. 같은 책을 읽고 만난 우리는 이렇게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는데.

'엄마는 외계인'이라는 네이밍에 불만인 채로 글을 마무리한다. 우주의 팽창- 별이 서로 멀어지면서 세계를 넓혀가듯 우리도 각자의 다름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며, 이해의 스펙트럼을 넓혀나간다면 좋겠다. 아들이라는 외계인과 엄마라는 외계인 또한 서로를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기를.


*마리-헐린 버티노, 김지원 역, <외계인 자서전>, 은행나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