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책>이 전하는 묘수
새해 다짐을 하기 좋은 때다. 외국어 공부, 운동 등의 계획 말고 고양이처럼 살아보자는 다짐은 어떨까?
"사는 게 어렵다고 느낄 때마다 저는 '고양이처럼 살자'고 다짐합니다."
<묘책> 교묘한 꾀 혹은 고양이의 방책으로도 읽히는, 귀여운 책을 한 권 소개한다.
책은 고양이 집사 박연준 시인의 산문과 시가 번갈아 나오는 형식이다. 묘생묘책(猫生猫策)이라 이름 붙여진 산문은 그의 첫 고양이 당주가 화자로 등장한다. '현재의 주인'이란 뜻을 가진 고양이. 그 이름부터가 삶의 지향을 알려주는 것만 같다. 독자님은 지금, 여기를 살고 계시는지? 과거와 미래를 분주히 다니느라 불안과 걱정을 이고 있는 인간들에게 고양이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당주는 연준 집사와 석주 집사를 관찰하며 고양이로서의 품위를 지키는데, 이런 문장이 있다.
"인간들은 중심을 잡고 사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게 분명하다. 중심을 잡는다는 건 스스로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아는 일이다."
인간들은 어찌나 복잡한지,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에 신경 쓰고, 타인들이 싫어할까 걱정하는 데 에너지를 쏟는다. 나다운 모습으로 나를 정확히 알고 나로 사는 일, 그거 하나면 한시름 놓을 수 있을 것이다. 연결하여 마음에 드는 문장은 이것이다. 새로운 냄새마다 맡아보고, 온몸을 그루밍하는 고양이의 문장이다.
"나는 이 모든 것을 하나하나 기억하며, 동시에 모든 냄새를 꼼꼼히 지워. 온전히 '나'라는 존재만 남을 때까지 싹싹 지우지."
고양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아는 것 같다. 나를 스쳐가는 경험, 인연들을 소중히 여기되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을 온전히 보존하는 일 말이다. 소개하고 싶은 문장이 또 있다. 자신이 하는 중요한 일로
"기분을 가꾸는 일, 그게 내 직업이야."
라 말할 수 있다니. 나는 당주가 말하는 이 문장들에 밑줄을 그으며 고양이야말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보살피며 사는 단독자로구나 생각했다.
시는 집사묘시(執事猫詩)라 태그 되어 있다. 열여덟 편의 시 가운데 마지막 시가 전하는 여운이 참 좋았다. 바로 그 앞 묘생묘책 '여름밤은 사랑을 고백하기에 좋지'와 함께 읽으면 사랑의 마음이 좀 더 부푼다.
사랑스러운 책을 알려드렸다. 고양이가 알려주는 삶의 방식이자 사랑의 본질을 다룬 책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시 '묘수'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사랑하면,
사랑이 제일 쉬워"
삶의 주인이 아니라 노예처럼 살기 쉬운 세상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그런 것 같다. 남들 하는 만큼은 해야 하고 눈치 보며 사는 사회. 삶이 피폐해지기에 여유가 없고 어디든 사랑이 부족하다. 새해 다짐에 해야 할 일만 나열하지 말고, 자신을 사랑하자는 나를 위한 문장 하나를 추가하면 어떨까?
우리 집 고양이 겨울이는 보일러가 가동되는 지금, 가장 따뜻한 바닥에 누워 자고 있다.
@ 박연준, <묘책>,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