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만나고 싶은 사람
우리 신입은 같은 장소에 꼭 두 번씩 간다. 지갑이나 핸드폰 등을 놓고 다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둘이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와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방금 계산을 해주신 분이 우리를 따라 나왔다. “이거 놓고 가셔서요.” 그러면서 전해준 것은, 다름 아닌 가방이었다. 보조가방이나 노트북 가방이 아니라 핸드백. 감사 인사를 전한 건 나였다. 내가 “아이고, 감사합니다.”를 하기가 무섭게 후배는 “아, 나 이거 고쳐야 하는데.”라 말했다.
최근에 밖에서 만났을 때에도 이야기의 한 소재는 이런 버릇에 대한 것이었다. 옷가게에 갔다가 가방을 걸어두고 온 일, 가방에 업무상 큰 비밀이 담겨 있어서 그걸 수습하느라 한참 걸렸다는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 주말에 기차를 타고 집에 갔다가 새로 수습한 그 주요 문건(?)이 담긴 쇼핑백을 기차에 그대로 두고 내린 일로 이어진 것이다. 그다음 날까지 모르고 있다가 결국에는 다시 기차역에 가서 찾아왔다고. 이런 일이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다행스러운 것은, 한 번도 잃어버린 적은 없다는 것이다. 운이 참 좋다. 그 후배 곁에서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은 동행할 때마다 후배를, 후배의 물건들을 챙긴다. 식당이나 가게 말고도 늘 주의해야 한다. 같이 버스를 타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가면서 신용카드 한 장을 의자 틈 사이에 떨어트린 일도 있다. 의자 틈에서 카드를 찾느라 끙끙대다가, 높낮이 없는 목소리로 "그냥 분실신고를 할까요?"라 말해서 나를 웃겼다. 이 후배만 쫓아다니면 소설 한 편은 너끈히 쓸 것 같다.
후배는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로 인해 몸이 고생이라 말한다. 더 이상 볼일이 없을 줄 알았던 가게 주인을 꼭 다시 찾아가서 눈도장을 찍고 오는 거다. 본인은 매우 민망하고 창피하겠지만 기억에 남는 손님이 되지 않았을까. 물건을 놓고 나오는 마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식당을 나오면서, 가방을 생각지도 못하고 머릿속에 가득한 상대는 어쩌면 나였을까. 우리 둘은 부장과 계원. 쉬다가 복직한 사람으로서 나도 내 앞가림에 급급했고, 후배는 신규교사로서 일을 처리하느라 서툴렀다. 둘 다 업무에 미숙하면서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만은 진짜여서, 수고가 많다고, 잘하고 있다고 토닥이던 우리다. 그때는 다른 동행 없이 둘이서 있었는데, 나는 나대로 후배는 후배대로 서로를 향한 애정의 대화를 하느라 바빴던 것 같다.
물건 말고, 마음을 흘리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내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흘리는 일의 근사함, 예상치 못함. 내겐 그런 일이 언제 있었던가.
내가 보낸 마음보다 내가 받은 마음이 먼저 생각난다. 이십일 동안 친구와 여행을 간 일이 있었다. 둘이 밤낮으로 붙어 지내면서 기쁜 일도 많았지만, 오해로 마음이 불편한 적도 있고, 마음에 안 드는 행동에 기분이 상한 적도 있다. 여행 내내 나는 다이어리 하나를 꽉 채울 만큼 나에게 집중했다. 그런 시간을 이해해준 친구가 고맙기도 했지만, 그런 고마움은 나중에야 생각났다. 둘만 지내는 게 지겹기도 하다가, 그래도 둘 뿐이어서 의지하면서 지내던 여행의 마지막 날이었다. 친구가 내게 엽서 하나를 건넸다. 아니 한 장이 아니었던 것 같다. 두 세장의 엽서를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미술관에 갈 때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엽서를 산 우리였다. 그런 엽서들을 나는 남자 친구나 혹은 다른 친구들 준다고 소중히 들고 다녔는데, 그 친구가 내게 준 엽서들은 모두 자기가 가장 감탄했던 그림엽서들이었다. 나에게 푹 빠져서 나의 감상을 쓰고, 그림을 끼적이고, 다른 사람을 향한 엽서들을 쓸 때마다 이 친구는 내게 메시지를 쓴 것이다. 그것도 가장 아끼는 곳에다가! 눈물이 핑 돌았다. 내 곁에 있어서 소중함을 모르던 친구에게 나는 정을 표현하지 않았는데, 친구가 전하는 그 마음이 나를 울렸다. 두고두고 생각나는 마음이다.
마음을 흘리는 일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이렇게까지 나를 생각하는지 몰랐다가 그 마음을 알아차리게 되어 감동을 받고 마는 일. 이런 감동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 그래서 나를 한 번 만나고 나면, 내가 흘리고, 보여준 마음이 상대의 마음을 움직여서 나를 또 만나고 싶어 지는 거다.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 1순위가 되는 일, 정말 근사하다. 가방을 놓고 나오면서도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집중하고, 자기에게 소중한 것들을 기꺼이 내어주는 자세를 나는 배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