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 감각이 주는 충만한 기쁨
‘돌고래자리‘라는 아름다운 노래가 있다. “너와 함께 있으면 세상이 아름다워 보여 어떤 일이 닥쳐도 해낼 수 있어”하는 핑크빛 희망이 담겼다. 연애 중에 나온 노래라고 들었다. 지금 찾아보니 2005년에 나온 노래네.
2005년이라, 이 노래와 관련한 일이 생각난다. 친구와 둘이서 3주 간 유럽 여행엘 다녀온 여름 이후로 가으내 몸이 안 좋았다. 볼이 부어 한 선배 선생님께 둘리 같다고 놀림받던 나날들에, 염증 탓인 걸 알고 어찌나 우울했던지. 진료를 받고 한의원에서 침을 맞는 겨울을 보냈던 것 같다. 마음이 가라앉던 어느 날 학교로 배달된 꽃. 태어나서 처음으로 받아보는 엄청난 꽃은 지금의 남편이자 당시의 남자친구가 보낸 것이었다. 부끄럽기도 했지만 우울했던 기분이 화사해졌다. 꽃바구니를 받고 바로 그다음 수업 시간, 뭉클한 마음에 학생들에게 노래를 들려주었다. 가사를 좀 들어보라 하면서 틀어준 곡이 바로 이상은의 ‘돌고래자리’다.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힘없는 사람들을 도와야 하는 걸까
지금 네가 그런 일 하고 있으니
나도 기운을 내서
오늘 하루를 잘 보내야지
착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널 보며“
꽃을 선물 받고 이런 노래를 들으며 무슨 생각을 했던가. 만난 지 4년 된 남자친구에 대한 사랑이 커졌겠지. 더불어 꽃이 주는 기쁨도 알게 되었던 것 같다. 마음을 단박에 환하게 한다는 걸.
작년 이상은 콘서트 때 과즙미 팡팡한 노래라 소개하며 이 노랠 불러주셨더랬다. 그다음 가사는 이렇다.
“너에게 비누가 되고 싶어
어려웠던 하루를 씻는 거품“
들을 때마다 마음에 들어오는 표현이었다. 비누가 되어주고 싶은 마음이라니. 아침에 샤워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녁에 하는 샤워는 하루의 고단함을 씻어내고 오늘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을 채우는 시간이다. 그런 점에서 비누가 되고 싶다는 가사는 사랑이다.
내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향이 좋은 바디워시를 구비해 두는데, 내게 저 노래를 떠올리게 한 남편은 사실 그냥 비누를 쓴다! 기숙사에 있는 아들이 잠시라도 산뜻하라고 향을 고심해 고른다. 나와 작은애가 쓰는 향도 심사숙고하는 편으로 요새는 편백향을 쓰는데 은은한 편이어서 큰 감흥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 생일, 나만을 위한 바디워시를 소중한 친구로부터 선물 받았다. 바닐라 향을 좋아한다고 했던 말을 기억하고 골라준 마음이라 더 감동이었다. 이 친구에게는 늘 받기만 하는 것 같은데 생일이라고 챙겨준 것도 모자라 내 취향까지 맞춰주다니. 고된 하루를 달래주는 향과 마음 담은 엽서에서 깊은 애정을 느꼈다.
선물을 고르기란 참 어렵다는 걸 해마다 실감한다. 선물을 받을 땐 다 기분이 좋지만, 선물을 할 때에는 언제나 고민하는 것이다. 실용적인 것도 좋지만 받자마자 감탄을 자아내는 것 또한 의미 있는 것 같다. 올해 나를 위한 생일 선물로 미모사 한 다발을 주문했다. 아침에 꽃을 꽂아두고 외출했다가 저녁에 돌아왔는데, 현관문을 열자마자 꽃향기가 느껴져서 황홀했다. 향기를 맡을 때마다 ‘아, 좋아’, ’너무 좋아‘를 연발하던 며칠이었다. 어제 생일이었던, 오늘 만난 소중한 친구 선물을 고민하다가 꽃다발을 안겼다. 나처럼 충만한 기쁨을 느꼈으면 하고. 받자마자 활짝 웃었으니 만족이다. 그런 면에서 꽃과 비누처럼 감각을 깨우는 아이템은 매우 좋은 선물이 아닌가 싶다. 확실한 기분 전환의 효과를 주기에. 이렇게 좋은 선물을 나누는 사람들이 내 곁에 있음에 감사하며, “너와 함께 있으면 꿈이 우산처럼 씌여져 우산 속 반짝이는 꿈의 빛” 노래를 불러 본다. 제목도 너무 좋지 않아요? 돌고래자리라니.
@ 이상은, <돌고래자리>, <<Romantopia>>,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