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같은 시 읽기
늘 푸르다는 것 하나로
내게서 대쪽 같은 선비의 풍모를 읽고 가지만
내 몸 가득 칸칸이 들어찬 어둠 속에
터질 듯한 공허와 회의를 아는가
고백컨대
나는 참새 한 마리의 무게로도 휘청댄다
흰 눈 속에서도 하늘 찌르는 기개를 운운하지만
바람이라도 거세게 불라치면
허리가 뻐개지도록 휜다 흔들린다.
복효근, <어느 대나무의 고백> 일부
사람들은 내게서 보고 싶은 이미지만 보고 간다. 편안해 보인다, 네가 무슨 걱정이 있겠니, 네가 힘들 게 뭐가 있어.
대나무의 고백처럼 겉으로는 번지르르해 보여도 속은 텅 빈 상태에 대해 알 것 같다. 핸드폰 하나 들고 집을 나왔는데, 연락처 목록을 보며 누구에게 전화를 걸어야 할지 모를 때. 외롭다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지금까지 나는 어떻게 살아왔나', '내 삶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에까지 나아가는 때.
참새 한 마리의 무게로도 휘청거린다는 고백을 내가 할 수 있을까. 작은 실수 하나로도 스스로를 부지런히 깎아내리고, 타인이 주는 부정적인 신호는 금세 알아차리며, 어디에도 내 자리는 없는 것 같을 때. 이런 생각을 막을 수 없을 때. 그렇지만 내가 이런 생각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는 것을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는 않다.
아니다, 때로는 나를 너무 알리고 싶다. 나도 힘들다고. 친한 사람들은 내 속에 있는 고민과 고생까지 읽어주며 위로를 주는 반면에, 마음의 거리가 먼 사람들은 내 안의 고달픔을 보지 못 한 채 어색한 위로를 건넨다. 제대로 위로받지 못하면서도 누구에게나 가끔 나 힘든 걸 알아달라 속마음을 드러내는 건, 그 사람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걸까.
저 시는 이렇게 이어진다.
제 때에 이냥 베어져서
난세의 죽창이 되어 피 흘리거나
태평성대 향기로운 대피리가 되는,
정수리 깨치고 서늘하게 울려 퍼지는 장군죽비
하다못해 세상의 종아리를 후려치는 회초리의 꿈마저
꿈마저 꾸지 않는 것은 아니나
흉흉하게 들려오는 세상의 바람소리에
어둠 속에서 먼저 떨었던 것이다
아아, 고백하건대
그놈의 꿈들 때문에 서글픈 나는
생의 맨 끄트머리에나 있다고 하는 그 꽃을 위하여
시들지도 못하고 휘청, 흔들리며, 떨며 다만,
하늘 우러러 견디고 서 있는 것이다
복효근, <어느 대나무의 고백> 일부
휘청거리고 휘고 흔들리는 대나무처럼, 속으로는 쫄고 불안하고 떨지만 우리 모두는 하늘 우러러 견디고 서 있다. 어른의 삶이란 다 이런 걸까. 이게 어른으로서의 삶이라면 참 허망하고 불행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버티고 서 있어서 우리는 더 단단해진다. 작은 그늘도 만들어 내어 주위의 생명들에게 숨 쉴 틈도 마련할 테다. 나의 흔들림 덕에 주변의 휘청거림도 포착하고 그들에게 쉼의 의자도 내어줄 수 있을 것이다.
어른들에게 이 시를 들려주며 위로를 전하고 싶다. 우리 모두가 흔들리며 살고 있다고. 하지만 혼자는 아니니 곁을 내어주고 주변을 살피자고.
@ 복효근, <<어느 대나무의 고백>>, 문학의전당,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