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서점은 더 이상 작지 않다.

이야기가 있는 대전의 독립서점

by 조이아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근처에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서점이 있다. 해밍웨이와 제임스 조이스가 즐겨 찾던 서점이자, 영화 ‘비포 선셋’에서 두 주인공의 해후가 이루어지는 곳인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가 그곳이다. 영문 도서를 취급하는 이곳은 가게 자체가 예뻐서 관광 사진을 남기기도 좋고, 서점에서 파는 에코백을 여행 기념품으로 사가기도 한다. 작고 낡은 서점이지만 역사와 이야기가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것이다. 파리처럼 유명한 관광도시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는 이야기가 있는 작은 서점들이 있다. 대전에 있는 작은 서점에 대해 알아보자.

대전역 부근의 선화동에는 ‘다다르다’라는 서점이 있다. 이름을 검색하면 ‘도시여행자×다다르다’로 나오는데, 여행과 관련된 콘셉트로 운영되던 독립서점 ‘도시여행자’가 장소를 옮기면서 1층은 카페, 2층은 ‘다다르다’라는 서점으로 바뀐 것이라고 한다. 책방 이름은 ‘differeach’라는 단어의 우리말로 모두 다르며, 어딘가에 도달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중앙로의 으능정이 거리와 가깝고, 성심당 근처에 있는 이 서점은 대전 원도심의 가치를 알리고자 노력한다. ‘영수증 일기’가 이 서점의 특징인데, 영수증에 서점원의 일기가 있는 것이다. 책 속 한 줄이나 서점 일에 대한 단상을 적은 일기는 깨알 같은 글씨에 용지도 작고 가볍지만, 책 읽는 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작고 가볍지 않다. 추석 즈음에 서점 SNS 피드에 건물 임대료를 내기 어려워 고민이라는 피드가 있었다. 그리고 곧 책값을 선불로 보내주면 서점 방문 시 책과 커피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이 보여서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며칠 만에 기백만원이 입금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지역 서점을 아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았다.

갈마동에 위치한 ‘삼요소’는 보다 가치 있는 삶을 살게 하는 세 가지를 책, 음료, 모임으로 삼고 문화공간을 운영한다. 가수의 공연장이 되기도 하고, 작가의 북토크 장소도 되는 서점인 셈이다. 보드게임을 마련해 두어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해놓은 걸로 보아, 사람 사이의 만남과 그 사이에서 생기는 작용들에 의의를 두는 서점 같다. 다른 서점처럼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있는데, 글쓰기 모임과 다큐멘터리 감상 모임, 더 나아가 독립영화를 제작하는 모임도 있다. 삼요소에서 추천하는 책 몇 권을 구독하는 서비스도 하고 있으며, 매달 초 사람들을 모집해 ‘고독한 산책가’와 ‘고독한 독서가’를 진행한다. 이것은 일종의 인증 시스템으로 산책가의 경우 하루에 오천 보 이상, 독서가는 하루 30쪽 이상의 책을 읽고 자신의 활동 사진을 카카오톡 단체방에 올리는 식이다. 인증하지 못하면 벌금이 있지만, 한 달 도전에 성공하면 서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적립금을 받을 수 있고, 일부는 세이브 더 칠드런에 기부도 한다.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고, 독서하는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이 서점이 지역에서 하는 역할은 크다고 본다.

지족동에 있는 ‘버찌책방’은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골드만삭스에서 일하던, 여행서와 자기계발서를 써낸 작가 조예은 씨가 운영하는 서점이다. 서점 이름은 폴 빌라드의 단편 소설 ‘이해의 선물’에 나오는 버찌에서 따왔다. 아이의 순수함을 상징하는 이 이야기는, 사람들의 마음밭에 작은 씨앗 하나를 심고 싶다는 서점지기의 마음과 잘 어울린다. 이곳은 출판 활동을 겸하고 있는데 서점지기의 배우자인 돌고래 작가의 ‘출근길에 썼습니다’와 서점을 운영하면서의 단상을 담은 ‘버찌의 나날’을 출간했다. 이와 더불어 서점지기는 충남일보에 독서에 관련된 연재를 하고 있다. 이곳 또한 다른 서점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북토크와 독서 모임을 기획한다. 특색 있는 독서모임으로는 ‘누구라도 그림책’이라는 모임인데, 주제에 맞게 모임원 각자가 그림책을 가져와 읽어주는 방식이다. 그림책이라고 하면 유아용 도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모임을 통해 그림책의 깊이에 매료되었다는 후기를 나누는 걸로 보아 그림책의 매력을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 같다. 불문학을 전공한 서점지기답게 서점에서는 프랑스 문학 혹은 프랑스 작가의 작품을 추천하는 것에 적극적이다. 또한 고전문학의 가치에 무게를 두고 늘 고전을 추천하며 독서모임을 운영하는 것도 눈에 띈다. 정보와 문물이 빠른 속도로 쏟아지는 시대에, 고전을 통한 사유와 삶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주는 이곳이야말로 미래를 대비하는 씨앗이 아닌가 싶다.

대전에 있는 작은 서점을 둘러보았다. 이들은 대형서점이나 인터넷 서점과 다르게 서점 주인이 책을 골라 진열한다. 자본의 입김에서 좀 더 자유로운 것이다. 다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운영에 어려움도 많다. 도서 할인 없이 책을 정가에 사는 것을 주저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도서정가제가 시행되지 않는 출판 유통 방식 때문이다. 도서정가제가 도입되면 지역의 서점들은 대형서점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며 자기만의 이야기로 특색 있게 서점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서점은 책만 판매하는 곳이 아니다. 그 지역의 상권을 활성화시키고, 문화를 만들어나간다는 점에서 도시 자체를 살릴 수도 있다. 자본의 논리보다는 문화의 가치를 믿고 따르며, 우리 지역의 서점을 이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드나드는 발길을 더해 더 많은 이야기들이 보태어질 작은 서점은 더 이상 작지 않다.





*중학교 2학년 설명하는 글쓰기 예시. 고쳐쓰기 과정을 보여주고, 함께 읽음. 장차 대전의 독립서점 고객이 될 학생들을 독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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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학기가 시작되자마자 했던, <아무튼, 000> 표지 만들기 활동에서 나는 <아무튼, 서점>의 표지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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