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나누기

마스크를 쓰고 떨어져 앉아도 가까워지는 독서모임

by 조이아

진급 사정회로 인해 독서모임 날을 변경했다. 회의 마치고 곧이어 교육과정 관련 회의도 한다고 했다. 다시 모임 선생님들께 안내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독서모임을 화요일 오후 세 시 도서관으로 변경합니다. 이번 책은 <존 리의 부자 되기 습관>이고요, 2020년 올해의 책 소개와 연말맞이 선물교환이 있겠습니다."

곧이어 다른 메시지가 왔다.

"학생생활선도위원회가 화요일 두 시 반에 회의실에서 있습니다."

이를 어쩌나 난감했다. 학년말이니 선도위원회가 빨리 끝나려나 담당 선생님께 문의했다. 사안을 듣고 나니 간단한 회의는 아닌 것 같았다. 모임원인 교감선생님께도 여쭈었다.

"우리는 회의 끝나면 합류하지요, 뭐."

"네, 알겠습니다."

하고 보니 여덟 명의 모임원 가운데 선도위원회 참석자만 넷이다. 다른 선생님께 모임 진행을 부탁드렸다.

다음 날 아침 출근하자마자 걸려온 전화, 교감선생님이셨다.

"그날 ooo선생님이 출장이래요. 회의도 있고 하니까 우리 독서모임은 새해로 미룹시다. 아무래도 연말에는 할 게 많아서 정신이 없네."

동의했지만 속이 상했다. 학교를 옮길 나로서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모임이라고 생각했다. 내겐 애정이 있는 독서모임인데 다른 분들께는 별 거 아닌 건가 싶기도 했다. 올해의 책에 대해 나누거나, 선물을 교환하는 것 모두 연말에 해야 의미가 있는 것도 같았다.


혼자 모임 날짜로 전전긍긍하는 데 마음을 많이 써서 모임날이 닥치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각자 업무를 마치는 대로 모인 우리는 멀찌감치 앉아서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짧은 소감과 나눌 이야기들. 오십 대 선생님에서 서른 살까지의 모임은 이야기의 스펙트럼을 다양하게 했다. 이번에는 경제 관련 책을 읽어 '나는 금융문맹'이라는 고백에서부터 펀드와 주식, '증권계좌를 개설해라', '개인연금저축을 들어라' 유용한 정보를 나누었다. 그리고 아껴서 투자를 하는 것도 맞지만,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소비도 포기할 수는 없겠다고도 덧붙였다.


교감선생님께서 나를 보시면서 앞으로의 모임을 제안하셨다.

"회장님이 학교를 떠나도 우리 모임은 계속할 거죠? 줌으로 합시다!"

갑자기 회장님이 된 나는, 선도위원회 때 회의실에 둘만 있을 때 말씀해주신 제안을 덥석 받았다!(아, 내가 그래서 모임을 앞두고 마음이 편했구나, 이제야 깨닫는다.) 나 외에도 학교를 이동하는 선생님이 둘, 파견 근무 나가는 선생님이 계셔서 모임이 와해될 뻔했다. 나는 얼굴이 환해져서

"정말요? 그럴까요?"

입이 안 다물어진다. 다들 한 마디씩 하신다.

"여기서 아니면 안 읽을 책들을 읽었잖아, 우리가!"

나는 괜히 우리가 몇 번이나 모였나를 세어 보고, 몇 권이나 읽었나를 헤아린다. 이런 거라도 내가 알아두고 궁금해하시면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서. 혼자 노트에 '책 가지고 만난 건 8번'이라고 적어 둔다.

"벌써 열 권도 넘었어!"

"맞네요! 두 권씩 읽었지!"

모임 날짜와 시간을 고정하고 다들 가능할지 확인해 본다. '코로나만 끝나면 우리 꼭 '책맥'도 하자', '밥이라도 한 번 같이 먹자', '아무 때고 부르면 우린 다 나갈 수 있다' 하는 말씀은 분명히 이 모임을 향한 애정일 것이다.


각자 준비해온 선물을 탁자에 올렸다. 사다리를 타서 선물을 받아가는 기쁨.

"아, 나 이거 받고 싶었는데!"

받는 사람도 신나지만 준비한 사람도 할 이야기가 많다.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사 온 거야', '필통 해도 되고 파우치로 써도 돼요', '나는 실용적인 선물로 마스크 준비했어', '이 책 읽고 꿈을 펼치세요' 등등.



매번 모임이 끝날 때면 선생님들 얼굴에 빛이 나는 것 같다. 책을 통해 이야기 나누기란 이런 거구나. 나랑 다른 사람인 것 같았는데 비슷한 얘길하네, 나는 저런 생각 못해봤는데 들어보니까 맞는 말이다. 끄덕이고 공감하고 맞장구친다.

올해 전입 오신 선생님이 교무실로 가시며 말씀하셨다.

"학교 옮기고 적응하느라 힘들었는데, 이 모임이 있어서 적응한 것 같아요."

나는 또 '정말요?'를 외치며 감동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늘 독서모임을 마치며 각자의 교무실로 향하면서 엄청 뿌듯한 얼굴로 '선생님이 계셔서 정말 좋아요'를 고백하곤 했다.



퇴근길 가만히 생각하니, 내가 어쩌다가 모임을 이끌게 되었을까 싶다. 교감선생님께 올봄에 이렇게 건의드렸었다.

"저는 업무 말고 진짜 독서모임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다른 지원 안 받고 그냥 하겠습니다."

학교 사업으로써 하는 독서 업무가 아닌, 하고 싶어서 하는 모임을 하겠다고 선생님들께 말씀드리고 모임원을 모집했다. 교장선생님께서는 독서모임 선생님들이 정말 열심히 하시는데 (예산도 없이) 차 한 잔도 같이 못 마셔서 어떡하냐고 걱정하셨지만, 나는 그런 점이 오히려 자유롭게 느껴졌다. 그런데도 지금까지도 내가 모임의 리더라는 생각은 못 해왔던 것 같다. 교감선생님도 계셨고, 나는 보조의 느낌으로 날짜를 안내하고 그런 정도만 하는 것 같았는데.



작년 이맘때 나의 고민 중에 하나가 문득 떠올랐다. 송별회 자리에서 옆 선생님의 말씀이 나를 고민에 빠지게 했다. 당신은 학교 옮길 때마다 모임이 하나씩 생겼다는 말씀이셨는데, 나는 왜 그런 모임이 없을까 했던 것. 오늘 생각해보니 나는 일 년 동안 모임을 꾸려오고 이제야 진짜 모임을 만든 것이 아닌가. 내가 조금은 성장한 것 같아서 스스로가 대견하다.


이렇게 오늘의 독서모임을 기록하는 일을 지금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그동안 못해왔지만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언제나 마스크를 쓰고 자리는 떨어져 앉았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이에는 따스한 온기가 흘러 서로를 가깝게 느꼈다.




유시민, <유럽 도시 기행1>

알베르 카뮈, <페스트>

니코스 카잔자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고금숙,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

유시민, <역사의 역사>

타라 웨스트오버, <배움의 발견>

김희경, <이상한 정상가족>

서한영교, <두 번째 페미니스트>

김난도 외, <트렌드 코리아 2021>

존 리,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


2020, 책나누기


다음 책은 무려

칼 세이건, <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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