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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아 May 03. 2021

오늘 새벽 어떤 꿈을 꾸셨나요?

<달러구트 꿈 백화점> 독서모임 후기

 4월 마지막 날 만나기로 한 독서모임은 금요일이라는 변수로 인해 다섯 명이 옹기종기 모였다. 노트북 화면으로 보는 반가운 얼굴들, 여전히 우리 경상도 선생님은 말씀하실 때마다 얼굴을 비스듬히 한 채로 다른 데를 보면서 말씀하셨다.


  이미예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해리포터를 기대하며 읽은 분도 계셨고, 꿈이라는 소재의 신선함 때문에 동화처럼 읽었다는 분도 계셨다. 잠들고 나서야 갈 수 있는 세계, 꿈을 살 수 있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신입사원 페니를 따라가며 꿈에 대한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이 소설은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이나 요정들을 통해 다국적의 동화 속 세계를 상상하게 되는데, 읽다 보면 K스러운 데가 많다는 걸 알게 되어 더욱 재미가 있다.


 모임에서는 간단한 총평, 소설 속 꿈 가운데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 자신의 꿈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소설에는 다양한 꿈 제작자가 등장하는데 우리가 좋아한 꿈은, 올해 최고의 꿈으로 상을 받은 킥 슬럼버의 '절벽에서 독수리가 되어 날아가는 꿈'이었다. 킥 슬럼버는 선천적으로 오른쪽 다리의 무릎 아랫부분이 없는데,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제한적인 자유에 대해 생각하다가 모든 생명이 제한된 자유를 누린다는 데에 이른다. 그가 말한 수상 소감은 이렇다. "여러분을 가둬두는 것이 공간이든, 시간이든, 저와 같은 신체적 결함이든... 부디 그것에 집중하지 마십시오. 다만 사는 동안 여러분을 자유롭게 하는 무언가를 찾는 데만 집중하십시오."

 또 함께 나눈 꿈은 도제라는 제작자가 만드는 죽은 사람이 등장하는 꿈이다. 죽은 사람이 주문 제작하여 남겨진 사람의 꿈에 나타난다는 건데, 우리를 눈물짓게 한 꿈은 다섯 살 아이가 부모에게 나타나 자기를 그리며 너무 아파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자신은 충분히 행복했다고, 그러니까 자기를 보러 빨리 오고 싶다는 생각은 말라고. 우리 주변에도 이렇게 소중한 가족을 잃은 분들이 계시는데, (뉴스를 달궜던 이십 대 청년 소식에 안타까웠다.) 그분들께도 이런 일이 일어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보았다. 최근 시어머님 상을 당하신 선생님께서는 부모님을 추억하기 위해 친정어머님 사진이나 동영상을 많이 남기려고 노력 중이라고 하셨다.

 '타인의 삶'을 살아보는 꿈도 있다. 그 꿈에 대해 묻는 페니에게 달러구트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 2가지를 알려준다. 오십 대 선생님께서 그 부분을 짚어주시며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내 삶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다면,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이 내 삶을 사랑하는 첫 번째 방법으로 나와 있는데, 이것은 주로 젊었을 때 사람들이 하는 방법일 거예요. 무엇인가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혹은 가까이 있는 연애 상대나 배우자를 바꾸려고 드는 것. 그런데 두 번째 방법은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것입니다. 나이가 드니까 두 번째 방법이 더 맞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게 주어진 것에 만족할 수 있는 지금 이 나이가, 그래서 참 좋아요."

 인생의 선배에게 당신이 행복하다는 얘기를 듣는 것은 참 귀한 것 같다. 나의 미래도 행복해질 것 같아서 말이다.

  과학선생님께서는 소설에서는 꿈을 주문하고, 소비하지만 이것은 먼 이야기가 아닐 거라고 말씀해주셨다. 가상현실에 대한 연구가 발전되어감에 따라 '메타버스'라고 하는 플랫폼도 조만간 활성화될 거라고 말이다. 나에게는 SF소설 속 이야기였는데, 점점 증강현실, 가상현실이 우리 생활 속으로 침투하고 있는가 보다.

 

 각자 잊을 수 없는 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험을 보는데 자꾸 문제가 사라진다거나, 수업을 들어가야 되는데 미로가 이어져서 교실로 갈 수 없었던 꿈을 말씀해주시는 선생님께,

 "저도 그래요, 자꾸 수업에 늦고 아이들이 호의적이지 않아서 속상해하기도 해요."

공감했다. 학생을 벗어난 지 한참이 되었는데도 자꾸 수학 시험을 본다고 해서, 준비가 되지 않은 나는 당황할 때가 종종 있다. 소설에서도 군대에 재입대한다거나 악몽이 반복되는 꿈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자신이 이런 모든 과정을 다 겪어내고 이겨냈다는, 자신을 믿는 마음이 자라는 꿈이라는 설명이 있다.

 그다음으로 잊을 수 없는 꿈은 바로 태몽이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도 아가냅 코코라는 꿈 제작자가 담당하는 태몽. 오십 대 선생님께서 이십 대 아들에 대한 태몽이 아직도 너무 생생하게 그려진다면서 세세하게 묘사해주셨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진다는 말씀을 들으니 정말 특별한 꿈은 맞는 것 같다.

 엄마가 되고 가장 무서운 꿈은 아이를 잃어버리는 꿈이다. 나도 그런 꿈을 꾼 적이 있는데, 꿈에서 내가 지하철인가 버스를 아이랑 다른 차에 탄 거다. 너무 무서워서 잠에서 깨고도 한참을 잠 못 든 경험이 있다. 세 아이의 엄마인 한 선생님도 그런 꿈을 꾸고 나면 며칠 동안이나 불안하다고 한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을 잃는 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떤 선생님은 데자뷔 현상을 종종 겪는다고, 현실에서 종종 꿈에서 본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하신다. 지금 고등학교로 옮기고 나서 행복에 겨워하시는데 예전에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꿈을 꾼 적도 있다고 하셨다.

 

 

  꿈에 대한 흥미에서 시작했다는 이 소설은, 꿈과 무의식에 관심이 많은 내게도 재미있었다. 아이를 낳고 한동안 화장실 꿈을 꾸곤 했다. 학교 화장실 같은 공중 화장실의 한 칸에 들어가는 꿈을 꿨는데, 그때 고혜경 선생님의  꿈 책을 찾아보고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나는 학교에서 일할 때나 집에서 아이를 돌볼 때나 나 혼자만의 시공간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꿈속에서는 화장실 한 칸에 들어감으로써 내 시공간을 확보하고자 했던 거다. 그나마도 그 꿈속에서 자꾸 누가 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에 괴롭기도 했었다. 그때는 일부러 새벽에 일찍 일어나 꿈 기록이든 무엇이든 모닝페이지를 세 쪽 쓰려고 노력했던 때였다. 이쯤 되면 꿈과 현실의 관련성이 없다고 볼 수는 없을 거다.

 꿈이 우리에게 해주는 일을 주인공인 페니는 이렇게 말한다. "꿈은- 숨 가쁘게 이어지는 직선 같은 삶에, 신께서 공들여 그려 넣은 쉼표인 것 같아요."라고. 소설 속에서 신화로 여겨지는 '시간의 신과 세 제자 이야기'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꿈을 통해 그림자가 밤새 대신 경험한 기억은 연약한 이들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고, 경솔한 이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을 다시 떠올리게 도와줄 것이라고. 꿈 인문학을 다루는 고혜경의 <나의 꿈 사용법> 내용과 같다. 꿈은 무의식이 나의 의식에게 보내는 선물이라는 것. 나는 이런 꿈이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눈뜨자마자 꿈을 메모장에 기록하고 있다. 요즈음의 내 고민이라든가, 내가 잊고 지내던 것에 대한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혹은 전혀 감을 못 잡기도 한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내 꿈에 늘 새로운 느낌을 받고 놀라기도 하는 걸 보면, 꿈이라는 게 단순한 설계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닌 것 같다. 무의식이 내게 건네는 간절한 편지임이 분명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젯밤, 아니 오늘 새벽, 어떤 꿈을 꾸셨나요?


@ 이미예, <달러구트 꿈 백화점>, 팩토리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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