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꿈 해석, 꿈을 통한 나의 내면 읽기
(*비록 꿈이지만, 화장실 관련한 내용 싫어하시면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학교를 옮긴 지 세 달째, 여전히 낯설다. 아직 특별실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했고, 내가 있는 교무실에서 앞 반으로 가는 최단거리의 계단을 지난달에야 발견했다. 공간감에 대해 고민이 될 정도로 코앞에 있는 계단을 못 보고 있었다. 학교는 절전을 생활화해서 늘 어두컴컴한 그곳엔 길이 없는(그러니까 막아놓은) 줄만 알았던 것이다. 업무가 많다고 여겼던 지난 학교의 작년에 비해, 일하기에 괜찮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요즘 내 꿈을 통해 깨달았다. 나는 이 학교에서 무척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지난번 <달러구트 꿈 백화점> 독서모임을 하면서 내가 자주 꾸던 꿈을 고백했는데, 내 경우에는 그게 화장실 꿈이었다. 그 얘기를 하고 또 글로 쓴 후로 세 번이나 화장실 꿈을 꾸었다. 꿈이 다시 내게 말을 건네는 게 틀림없었다. 여기까지 써놓고 꿈 메모(그러니까 나는 눈뜨자마자 메모장에 꿈을 기록하는데, 맞춤법이며 표기법이 죄다 엉망이며, 잘 들여다보질 않다가 한 번씩 보면서 놀란다, 내 꿈에! 내가 이런 꿈을 꿨어?!)를 살펴보니 4월 말부터 화장실 꿈만 다섯 번이다. 그리고 수위가 점점 높아진다.
꿈에 대해 말하는 것은 매우 난감하지만 과거부터 더듬어 보면 처음엔 평범한 편이었다. 친한 친구랑 여행을 가서 호텔 방에 도착해서는 가장 먼저 화장실의 상태를 살폈다.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었고 조명에 따라 반투명해지기도 하는 것. 그런데 우리가 도착하기 전 누가 쓰고 나간 흔적이 보였고 친구는 내가 화장실을 살피는 동안 방에 자기 물건을 꺼내 정리해 놓고 있었다. ; 마음을 터놓는 친구다. 화장실을 공유할 만큼 친하다는 의미일까? 나는 왜 화장실을 살폈을까, 누가 쓰고 나간 것은 무슨 뜻일까.
그다음에 등장하는 화장실은 특이하게도 변기만 바깥에 있었다. 학생들 소풍을 인솔하는 중이었고 요즘 최고로 유명한 멘토 같은 배우님이 '빨간 내복 차림으로 바깥 변기 위에 앉아 쉬고 계셔서 웃었다'라고 쓰여 있다. ; 꿈에 대한 내 코멘트는 '학교 국어샘들이 다 나온 걸로 보아, 공개수업에 대해 신경 쓰이나 보다'라고 쓰여있다.
두 번째 꿈에서 학생들이 나오던 게 그다음에도 이어진다. 학원을 다니고 있고 화장실을 가려는데 일부러 지하로 갔다. 화장실 앞에는 빽빽하게 앉아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투명한 가림막도 다 올려져 있고 동영상을 보면서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는데 나는 그 앞을 물티슈와 휴지를 들고 갔다. ; 학생들을 많이 의식하는 나를 볼 수 있는데, 정말 이 날은 시험 결과와 관련해서 혼자 충격을 받은 날이었다. 전에 근무하던 학교와는 학생들의 수준이며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는 걸 숫자로 실감하고, 누구도 뭐라 하지 않지만 스스로에게 실망한 날이었다.
그다음 꿈부터는 적나라한 것들이 등장한다. (과연 이걸 발행할 수 있을까 싶네요. 스킵하셔도 좋겠습니다.) 이날은 세 개의 꿈을 써두었다. 첫 번째 꿈은 아까 등장한 요즘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시는 배우님이 또 등장하셨다. 두 번째 꿈은 학교 화장실이었다. 남자 여자 화장실이 바뀐 기분이었고, 한 칸에 들어가니 변기 두 개가 하나는 도기로 하나는 황토빛이 도는 금색 메탈로 되어 연결되어 있었다. 메탈변기가 조금 높이 있었는데 들여다보니 배설물이 가득해서 발로(?) 물을 내렸다가 높은 변기에 겨우 앉았다. 그런데 오른쪽 벽 윗부분이 뚫려 있어서 무엇인가로 가리고, 다시금 도기로 된 변기에 앉았다가 수업에 늦게 들어가면 어쩌나에 대해 생각했단다....... 세번째 꿈은 남편과 동료분이 등장하셔서 생크림이 들어간 빵과 딸기로 요리를 준비한다는 꿈이었다. 다른 건 다 잊었고 두번째 꿈은 아직도 이미지가 떠오른다. 변기에 가득한 배설물이. 이 꿈은 무엇인가. ; 사람은 보통 하룻밤에 세 개의 꿈을 꾼다고 한다. 내 꿈을 제조하는 분께 지저분한 꿈의 앞과 뒤를 괜찮은 꿈으로 덮어줘서 감사하다고 해야 할까.
지난 토요일에는 월경과 관련한 꿈을 꾸었다. (또 스킵하세요.) 운동장에서 커다란 게임이 진행되고 있었고 우리는, 나는 바쁜 기분이었는데 생리대를 교체하려다가 누가 보는 것 같아서 못 하고, 다시 화장실을 찾아들어가는 꿈이었다. 두 번이나 칸을 찾아 들어간 셈이다. 이 꿈에서 잊을 수 없는 이미지는 생리혈로 꽉 찬 생리대였다. 헐.......
여기까지가 요즈음의 나의 꿈이다. 화장실에 대한 꿈도 사람마다 패턴이 다른 모양이다. 저 위에 함께 여행한 친구의 꿈에서 화장실은, 들어갈 칸이 없어서 난감한 장소로 나온단다. 내 꿈에서는 종종 열려 있거나 타인의 시선이 느껴져서 불편한 장소로 등장한다.
꿈에서 매우 무섭거나 지저분하거나 끔찍한 장면일 경우는, 그만큼 무의식이 내 의식에게 '중요한 메시지야, 잊지 마'라고 강조하려는 의도라고 들었다. 아직도 이미지가 생생하게 그려지는 걸 보면, 그 꿈들은 과연 내 의식에 콱 박혔다. 그렇다면 내 꿈이 내게 주려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지난번에도 썼듯이 내가 생각하는 화장실 꿈의 의미는 나 혼자만의 시공간을 찾고 싶다는 욕망이 표현된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꿈이 다시 등장한다는 건, 현재의 내가 나만의 안전한 공간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학교에서 그렇다. 많은 수의 새로운 학생들과 만났고 만나고 있고, 현재 근무하는 공간은 본부 교무실이라고 하는 거기다.(‘본부’ 교무실이라는 공간의 이름을 나는 이 지역으로 이동하고서야 알았다.) 교감선생님이 계시고 교장선생님이 수시로 오시고 내 곁의 선생님들은 모두가 부장님. 연령을 떠나서 이 공간은 업무와 윗분들의 지시가 공중에 떠다니는 곳이다. 마음 놓고 쉴 틈이 없이 귀는 늘 열려 있다. 오죽하면 나는 신청해놓은 연수를 못 듣는다. 못 듣겠다. 이어폰을 꽂고 있을 수가 없을 만큼 마음이 불편하다. 단체 메시지를 근무 첫날부터 몇 개씩 전송한 사람이 나고, 그만큼 업무 메시지도 많이 받는다.
내 옆에 우리 부장님은 가끔 교무실 책상을 비워두시고 구석진 곳의 테이블로 피신을 하신다. 밝지도 않고, 조그마한 창가에 멋진 풍경이 있는 곳도 아닌데, '테라스'라고 부르시면서 자꾸만 그곳으로 가신다. 홀가분한 몸이 아니라 노트북을 들고 말이다! 왜 그러실까 의아했다. 그 자리에서도 열심히 업무를 보시고, 메신저를 하시고, 업무 관련 통화를 하시면서! (덕분에 부장님 자리로 걸려오는 전화는 내가 대신 받지만.......)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비껴 있는 것의 소중함을 이제 나는 너무도 잘 알겠다. 나만의 공간을 갖고, 편안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어쩌면 내 마음가짐에 달렸는지도 모른다. 일을 하면서도 잠시 나만의 공간을 확보하는 일, 여기에서라면 좀더 여유로울 수 있다는 안정감을 갖고 지내고 싶다. 그리고 틈을 내어 차 한 잔을 음미하거나, 커피 향을 맡으며 온전한 내 시간을 누리고 싶다.
지금 내가 머무는 이곳이 내 자리다, 이곳은 내 공간이다,를 되뇌일 수 있도록 마음을 안정시키는 그림 엽서 몇 장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