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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목재로부터 연상을....
폐목재의 모양은 각양각색이다. 중간에 구멍이 뚫린 것, 곡선 재단 흔적이 있는 것 등. 목공을 하면서 나온 자투리이니 만큼 모양은 제각각. 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많은 형태는 네모다.
폐목재의 모양으로부터 어떤 상상을 하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작품은 달라진다. 교사의 설명대로 목재 모양을 그대로 살린 건물들을 만드는가 하면, 실재 건축물처럼 네 개의 벽을 갖춘 완전한 입체 모양의 건물을 만드는 학생들까지.
폐목재를 생긴 그대로 사용해도 되지만, 아무래도 목재의 모양이 네모난 것이 많다 보니 학생들은 목재의 일부를 자르거나 붙이는 등 모양의 변형을 시도하게 마련이다. 얇은 나무나 곡선 재단은 학생들 스스로 요술 톱으로 잘라내고, 너무 두꺼운 나무는 내가 직접 직소기로 원하는 모양으로 잘라주는 서비스를 하게 되었다.
요술 톱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장갑을 끼도록 지도하고, 직소기는 위험하니 절대 학생들에게 맡겨 놓으면 안 된다.
간혹, 목공예를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도 있다. 다음 이미지의 칼은 한 학생이 얇은 합판을 활용해서 만든 것이다.(이 합판도 폐목재 사이에 끼어 있었다.) 인터넷에서 칼의 이미지를 출력해서 얇은 합판에 붙인 다음 요술 톱으로 모양대로 자르고, 종이를 떼어낸 후 사포로 다듬는다. 나무가 부드럽기 때문에 열심히 사포질을 하면 칼날의 예리한 부분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처음 이 학생이 칼을 만들기 시작하는 것을 본 나는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모양대로 자르는 것도 힘드니 다른 학생들처럼 건축물을 만드는 것이 어떠냐고 조언했다. 이 학생은 이전 수업 주제인 스트링 아트를 할 때도 너무 복잡한 도안을 선택해서 고생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난이도를 낮추도록 제안한 것이다.
그런데, 그 학생은 내 제안에 이렇게 답했다.
'지난번 탱크 만들 때 선생님이 어렵다고 했어요. 하지만, 나는 만들었어요. 이것도 할 수 있어요.'라고.
한 번의 경험이 다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만드는 힘이 되는구나 싶었다.
나중에 설명을 들어보니, 그 칼은 할아버지의 칼을 본떠서 만든 것이라고 했다. 학생의 할아버지는 사냥꾼이셨고, 실제 칼은 자신이 만든 것보다 많이 크다면서 양팔을 크게 벌려 보이는 것이었다.
사포질
목재의 모양을 요술 톱 등으로 다듬고 건축물 모양을 만들면 사포질을 한다. 사포질을 한 것과 하지 않은 것 사이의 차이는 매우 크다. 목재 표면이 매끄러워야 채색하기도 좋고, 특히 세밀한 표현을 하고 싶을 때 사포질은 필수적이다. 요술 톱이나 직소기로 자른 단면은 더 거칠기 때문에 꼭 사포질을 할 필요가 있다. 400번과 320번을 미리 준비해서 사용했다.(번호가 클수록 사포의 입자가 곱다.)
스케치와 아크릴 물감 칠하기
사포질이 끝나면 밑그림을 그린 후 채색을 시작한다. 채색은 물에 지워지지 않도록 아크릴 물감을 사용한다. 아크릴 물감은 수채화 물감처럼 물을 섞어 쓰지만, 마른 뒤에는 지워지지 않는다. 따라서 학생들이 물감 사용할 때 옷에 묻지 않도록 잘 안내해야 한다.
채색하기 전 밑그림을 미리 그려놓아도 되지만, 즉흥적으로 채색해도 재미있다. 어차피 이 건축물은 현실의 건축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크릴 물감의 장점은 덧칠해도 밑색이 우러나오지 않는 다는 점이다. 채색하다 보면 원래 의도했던 것과 다른 효과가 나타나 건축물의 콘셉트가 달라지는 일도 생긴다.
채색이 끝난 후 바인더로 표면 코팅을 해주면 완성도가 있어 보인다.
완성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