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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희 Sep 19. 2021

3_색이 느껴지는 말:때때옷과 꼬까옷


백화점 매장중 가장 화사한 곳은 아동복 코너가 아닐까? 집근처 아울렛에 갔다가 화사한 빛깔에 놀라 사진 몇 장 찍어보았다.
꼬까옷. 

꼬까옷. 아이들이 어렸을 때, 함께 외출할 때마다 애용했던 단어다. 내복에 셔츠에 조끼에 점퍼까지. 엄마는 추운 겨울날 아이들이 감기에 걸릴세라 껴 입힌 것이지만 어린 아기에게 여러 벌의 옷 입기는 매우 무겁고 번거로운 행사였을 것이다. 옷 입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달랠 때마다 나는 고갯짓으로 알 수 없는 어딘가를 가리키면서 주문처럼 말하곤 했다. 

"꼬까옷 입고 어~야(저기란 의미로 썼던 단어) 가자." 

이 말을 할 때의 내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이쁜 옷을 입는다는 기대감으로 번거로운 옷 입기를 감내해주길 바랐을까? 아이들은 내 주문을 들으면서 외출의 기대로 마음이 부풀어 번거로운 옷 입기가 즐거운 것이 되었을까? 여러 벌의 옷을 껴입어 동글동글해진 아이는 엄마의 손을 잡고 현관문을 나선다.


꼬까옷. 이 예쁜 어감의 단어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잊힌 단어가 되었다.  

2019년도 마을 만들기 통장 공동체 모임에서 인천 장수서창동행정복지센터 주변 나무에 꼬까옷을 입혔다.(출처 : 인천in 시민의 손으로 만드는 인터넷신문/2019.10.24.)

꼬까옷은 대체 뭐였을까? 입버릇처럼 그 단어를 썼는데도 돌이켜 생각해보니 정확히 무슨 뜻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이쁜 옷인데 뭔가 더 특별한 이쁜 옷이다, 뭐 그런 의미였을까?


이런 노래도 있었다. 


개나리 노란 꽃그늘 아래

가지런히 놓여있는 꼬까신 하나

아기는 사알짝 신 벗어 놓고

맨발로 한들한들 나들이 갔나

가지런히 기다리는 꼬까신 하나


초등학교 저학년 때, 꼬까신이 아직 낯설지 않았던 시절 배운 노래다. 귀엽고 앙증맞은 꽃신 하나가 노란 개나리의 색과 대비되어 예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이 정도면 꼬까신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 
그래서, 대체 꼬까가 뭐냐고!


궁금하다. 꼬까옷이 뭘까? 그래서 사전을 찾아보았다.

 

꼬까옷 : 어린아이의 말이나 어린아이를 상대하는 말로, 알록달록하고 고운 옷을 이르는 말. 


오, 그렇군. 알록달록 하고 고운 옷이 꼬까옷이구나.

이제 꼬까가 뭔지만 알면 되겠네. 꼬까옷은 꼬까+옷의 합성어일 테니까.


꼬까 : 어린아이의 말이나 어린아이를 상대하는 말로, 알록달록하고 고운 옷을 이르는 말.


여기에서 '어린아이의 말'이란 어린아이가 쓰는 말의 의미인 것 같다. 어려운 성인의 단어를 쓸 만큼 성장하지 않은 어린아이는 아무래도 단축어나 느낌을 강화시킨 단순한 단어를 많이 쓰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건 동어반복 아닌가? 사전이 이렇게 무책임해도 되는 거야?

 

그러고 보니 어린아이들의 옷에 관한 단어가 또 하나 있었다. 때때옷. 어린 시절, 우리 집에서 때때옷이라 함은 설빔을 말했다. 그래서인지 때때옷을 생각하면 알록달록한 색동저고리가 생각난다. 

(좌)추석이 다가오면 고운 빛깔의 한복이 매장을 점령한다. (우)알록달록 고운 빛깔의 아동복 매장. 이정도는 되야 꼬까옷이라고 할 수 있지.

때때옷은 또 뭘까? 이것도 찾아보았다.


때때옷:알록달록하고 예쁘게 만든 아이의 옷.


그럼 '때때'는? 이번에야 말로 정확한 의미가 나오겠지?


때때 : 알록달록하고 예쁘게 만든 아이의 옷이나 신발.


아, 마치 뫼비우스의 띠에 갇힌 느낌이다. 꼬까나 때때나 똑같이 어린아이의 알록달록한 옷을 이르는 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꼬까나 때때가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단다!


교무실에서 주변 선생님들에게 혹시 꼬까옷, 때때옷이라는 단어를 쓰는지 물어보았다. 다들 자녀들이 사춘기를 넘어서인지 오랜만에 듣는 단어라는 반응이다. 요새는 거의 안 쓰는 것 같다고도 한다. 그래서 혼자 상상해보았다.


 '선생님, 꼬까옷 입으셨네요.' '할아버지, 오늘 꼬까옷이 아주 잘 어울리십니다.' '이 매장에서 제일 예쁜 꼬까옷 주세요.'


아, 이건 아닌 것 같다. 꼬까 건 때때 건 어린아이에게만 사용하는 단어인 것은 분명하다. 어린아이에게만 사용하는 단어이다 보니 아이가 자라면서 자연스레 사용하지 않는 단어가 된 것일까?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상품 이름이나 닉네임으로 꼬까가 검색되는 것으로 보아 아주 사장된 단어는 아닌 것 같다.


참 예쁜 단어인데 뭔가 아쉽다. 입 속으로 때때, 꼬까를 가만히 말해본다. 입 속에서 귀엽고 가벼운 뭔가가 간질간질 피어오르는 느낌이 난다. 아, 예쁜 색깔의 물감들이 톡! 톡! 튀어 오르는 느낌.  다 자란 성인은 도저히 소화하기 어려운, 아기들만이 소화할 수 있는, 유치할 정도로 곱고 화려한 어떤 색깔이 귀엽게 물결치는 그런 느낌 말이다.

성인이 된 내 옷장 속은 블랙 앤 화이트. 나도 꼬까옷이 어울리던 시절이 있었을 텐데 똑같이 못생긴 저 옷들은 다 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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