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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기리니 Jan 15. 2024

-정리, 일단 그것부터 시작하자


 결혼반지를 잃어버렸다.     


결혼 6년 차만에 결혼반지를 잃어버렸다. 아니 잃어버린 걸 깨달았다. 불과 며칠 전에.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서 결혼반지를 뺀 건 오래됐다. 출산 후 손발을 비롯해 몸이 붓고, 아이들을 돌보고 살림하는데 거추장스럽다는 이유였다. 남편 또한 일의 특성상 반지가 불편한 건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명색이 부부인데 안팎에서 티는 내야지'라는 생각 얼마 전부터 반지를 끼로 했다. 그런 우리의 결심이 무색하게 겨우 몇 주 낀 결혼반지의 행방이 묘연해진 것이었다. 반지를 본 마지막 기억도 서로 달랐다. 나는 남편의 가방 앞주머니에 있을 거라 생각했고 남편은 반지 상자에 있을 거라 했다. 하지만 상자에도 가방 앞주머니에도 반지는 없었다.        


'나 왜 이렇게 깜빡하지.'     


비단 이번만 그런 건 아니었다.


남편이 물건을 찾을 때 가장 먼저 나를 애타게 부른다. 남편은 물건의 위치를 대강 말로 알려줘도 찾지 못할 때가 다반사다. 결국 내가 직접 가서 찾아줘야 한다. 하지만 때때로 물건을 정리한 나조차 물건을 못 찾는다 함정이다.

       

특히 자주 쓰지 않는 물건의 경우, 어딘가 보이지 않게 욱여넣고 기억 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분명히 정리한 사람은 나인데, 기억이 나지 않아 난감한 적이 많다. 머쓱해서 '나 요즘 치매인가.'를 남발하며 민망함을 대신해 보지만. 는 건  이곳저곳 들쑤셔지고 헤집어진 주변의 흔적들 뿐이다.


그때부터 또 다른 정리가 시작된다. 그 어딘가 즈음에 있는 물건을 찾을 때마다 헤집고 정리하고 쳇바퀴 돌듯 반복됐다.




 본인이 정리를 하고도 물건을 못 찾는 것, 그렇다면 정리가 아닌 청소를 한 것이다. -정희숙 정리수납전문가

     

이유를 찾았다. 매일같이 열심히 집안을 닦고 치우면서도 내가 물건을 못 찾는 이유!!!


그동안 정리가 아닌 청소를 하고 있었다.     


 정리 전문가의 영상을 보기 전까지 대단한 착각에 빠져있었다. 난 정리를 잘하는데, 기억을 못 할 뿐이라고 생각했다. 출산 후 부쩍  깜박하는 굳어버린 머리 탓이라 여겼다. 남편이 물건의 위치를 물어올 때마다 정확한 위치를 말해주기 힘들고, '거기 서랍 아니면 저쪽 상자 찾아봐' 라며 두리뭉실하게 이야기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우리 집 물건들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물건의 위치는 대강 '그 어디 즈음'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이 마저도 확실하지 않고 정확한 위치를 설명할 수 없다. 정리를 한다고 하는데 원칙 없이 여기저기 끼워 넣고 쌓아놓은 물건들은 한순간에 흐트러지고 만다.      


물건을 정리하는 내 정리법에 분명 문제가 있었다.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 생각했다.             




집이 당신과 닮아 있다. 정리의 종착역은 삶이다- 정희숙 정리수납전문가


집이 나를 닮아 있다고? 정리의 종착역이 삶이라니... 정리 전문가는 공간의 의미, 나 또는 가정의 생활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했다.


결국 반지를 잃어버린 건 기억력 때문이 아니고 정리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정리는 결국 나, 더 나아가 내 삶과 닮아 있다는 말에 집을 둘러보았다. 우리 집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나와 우리 가정의 삶을 담고 있는 집의 모습은 어떠한가.



내가 꿈꾸는 나, 우리 가정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가정의 생활과 가치관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집의 모습은 어떤 모양일까. 


'우리는 어떤 삶을 살기 원하나? 아이들에게 어떠한 가치관과 생활을 물려줄 것인가?'

 

잠깐이지만 내가 떠올려 본 이상적인 공간의 모습은 이러했다.


 쾌적하고 깨끗한 환경, 필요한 만큼만 소유하기(나누는 삶), 대화가 끊이지 않는 곳, 간결한 삶의 영위, 아이들이 자라서 기억할 때 행복하고 추억이 깃든 공간, 무언가를 읽고 쓰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




매일 청소와 빨래를 하고 나름 깨끗하게 산다고 생각해 왔다. 정리를 하고도 물건을 새롭게 찾는 이 행위의 굴레를 반복했다. 때로는  기억력을 탓했고, 한편으로 넓은 평수로 이사 가야 하나 생각했다.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으니 결과 또한 명쾌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결혼반지를 잃어버리고 수납 정리 전문가의 인터뷰를 보고 나는 반복되는 굴레를 끊어버리기로 했다.

 

전문가는 무엇부터 시작할지 막막할 때, 집의 사진을 찍고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대신 수납공간까지도 개방하고 찍어야 한다. 물건을 구겨 넣은 공간까지도 말이다.


전문가가 말하는 정리법의 순서는 이러하다.


1. 객관적으로 우리 집을 봐라: 사진을 찍어라_ 모든 문을 열고 개방된 상태로 사진찍어라.

2. 어디부터 정리를 시작할까? 내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공간부터 차근차근 시작해 봐라. (ex: 서재/옷방/주방)

3. 분류와 버리는 것은 같이 이루어지면 좋다.

4. 무엇을 버릴지 모를 때는? 기준이 확고한 것부터: 유효기간이 적혀 있는 것부터 버려라.


정리, 일단 그것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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