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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Hawaii] 6.마우이의 하루

폭풍설사도 멎게하는 음식과 평화로움

by 이진희

푹 자고 나니 해가 중천이었다. 일단 코가 먼저 반응했다. 공기가 너무 맑다. 서울에서 아침마다 열어 본 공기질 측정 앱 AQI(Air Quality Index)를 열어보니미세먼지 수치가 제로. 몸 안의 먼지까지 빼내고 싶어서 자꾸자꾸 심호흡을 했다. 커튼을 걷어보니 하늘 반, 바다 반. 온통 파랬다.


풍경은 꿈 같았지만 컨디션엔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두 사람 모두 배가 아팠다. 처음엔 살살 앓더니 점점 심해져서 교대로 화장실로 뛰어갔다. 숙소에 화장실은 하나. 서로의 진통이 겹치지 않게 노력했다. 하지만 사람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니라서 때론...

(쾅!쾅!쾅!) 나도~ 나도~ 어떻게 해~
폭풍같은 시간을 보내고 화장실 문을 열면 보이는 풍경

좀 괜찮아지면 선베드에 누워있거나 바다를 거닐다가 소식이 오면 다시 뛰어 들어왔다. 물에도 들어갈 수 없었다. 아침도 거의 먹지 못하고 오전 내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어젯밤 늦게 먹은 멕시칸 음식이 문제였을까? 공항의 와퍼? 아님 하와이 산 생수를 마셔서일까? 아직도 이유는 모른다. 하지만 지나고보니 너무너무 재밌는 추억이 되었다.


나필리 선셋 비치 프런트 리조트(Napili Sunset Beach Front Resort), 깔끔하고 소박한 이 곳에 나중에 여럿이 함께 와서 오래 머물 수 있으면 좋겠다. 맛있는 것도 해 먹고 더 느긋하게 북적북적 놀다 가야지.


일기예보는 비올 거라더니 구름 한 점 없어서 차 뚜껑을 닫고 달렸다. 가는 내내 오른쪽으로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상점이나 시설이 없는 자연 그대로의 바닷가에서 어떤 사람은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책을 읽고, 어떤 사람은 서핑을 하고, 어떤 사람은 개와 함께 산책했다. 평화롭고 평화롭고 또 평화로웠다.

무보정, 달리는 차에서 한 손으로 찍은 사진

30분쯤 달리자 라하이나 시내에 접어들었다. 마우이의 원형이 남아있는 작은 마을이라고 들었는데 여기 다다랐을 즈음엔 둘러볼 기운이 전혀 없었다. '뭘 좀 먹긴해야겠는데...'


나는 지나다 괜찮아 보이는데 가는 편이다. 간단히 먹는 일도 잦다. 반면 일행은 먹는 것 자체가 일정일 때도 있고, 어디서 무얼 먹는지, 제때 챙겨먹는지가 중요한 스타일이라 본인이 맛집검색에 나섰다.


호누(Honu)라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바닷가 바로 옆, 역사가 느껴지는 해산물 레스토랑이었다.

https://www.google.co.kr/maps/place/Honu/@20.887303,-156.6848048,16z/data=!4m8!1m2!2m1!1smaui+LAHAINA+RESTAURANT!3m4!1s0x0:0x192553d0a2793438!8m2!3d20.887277!4d-156.6849357

아직 속이 성치 않아서 나는 스프를 시켰다. 일행은 내보낼(?) 때는 내보내더라도 맛있게 먹겠다며 서버가 추천해 준 그 날의 생선 요리를 시켰다.


맛은 솔직히 큰 기대 안했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든 슴슴한 맛. 단호박과 각종 야채를 곱게 갈고 오랫동안 끓인 건강함 그 자체였다.


반나절 내내 배앓이를 하고 굶은 탓이 아니라 정말 야무지고 정직한 맛이었다. 곁들인 레몬에이드도 전혀 달지 않고 레몬즙과 탄산수, 그리고 시원한 얼음에 충실했다.

몇 입 얻어먹은 생선요리도 너무 맛있었다. 각종 채소와 신선한 생선에 렌틸콩 같은 사이드도 함께 어우러져 식감을 비롯한 오감을 자극했다.


서버들도 평화롭고 능숙하게 음식을 주문받고 가져다주었다.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이 많이 오는 것 같았다. 이 풍요로운 식사 덕분에 원기가 많이 회복되었다. 호누~ 고마워요.


음식 외에도 바닷가에서 솔솔 불어오는 바람이나 멋진 풍광, 따뜻한 햇빛이 우리를 치료해 주었다.


식사를 하고 컨디션이 조금 회복되자 덩달아 자신감도 솟아올랐다. 그래! 놀아보자~ 이번 여행에서 무엇을 하고 싶었더라? 이제야 위시리스트를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한국에선 이상하게 알려졌는데 사실은 정말 매력적이야~


우리가 하와이에 간다고하자 일행의 동생이 추천해 준 게 떠올랐다. 그래, 로미로미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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