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의 고단함도, 여독도, 설사병도 안녕~
태국, 중국, 스웨덴... 나라별로 유명하다는 마사지를 한번씩 다 받아본 것 같다. 마사지만 종류별로 (길거리 싼 마사지부터 고급 스파의 3시간 짜리 프로그램까지) 받아보겠다고 방콕으로 여행을 간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하와이 마사지는 생전 들어본 적이 없다. 혹은 들었어도 '동남아 휴양지처럼 비슷비슷한 스파와 호텔 프로그램'이겠거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는지도 모른다. 정보도 별로 없었다. 업계(?)에 몸담은 가족이 권하기 전까지는...
'로미로미 마사지' 꼭 받고 와요. 팔과 다리 안쪽까지 사용해서 스킨십이 많은 편인데, 그래선지 우리나라에서는 약간 이상하게 알려진 것 같아요.
근데 전혀 이상한 마사지가 아니에요. 마사지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같이 춤추는 파트너처럼 교감하는 마사지랄까?
마사지 마니아가 이런 정보를 놓칠 리 없지. 더구나 우리는 몇 개월 결혼준비라는, 행복하지만 고된 시간을 보냈다. 24시간 가까이 못 잤으며, 낯선 땅에서 설사병까지 걸렸으니 이보다 더 치유가 필요한 때가 어디 있을까.
yelp라는 여행정보 앱으로 검색에 들어갔다. 여자 관리사 두 분이 하는 곳이 마음에 쏙 들었는데 아쉽게도 일요일은 휴무. 다른 날은 일정이 맞지 않았다.
그 다음으로 찾은 곳이 Ho’omana Spa였다. 섬의 동쪽 중산간에 있었다. 첫 날은 오래된 원시림을 구비구비 돌았고, 어제는 바닷가에 묵었으니 다시 숲 속에서 맑은 공기를 충전하는 것도 좋겠다. 몇 시간 뒤 가능하다기에 예약하고 달려갔다.
거리는 멀지 않았지만 규정속도를 맞추어 달리느라 약 40분 정도 걸렸다. 마우이에서 일정을 잡을 때는 거리에 비해 시간을 넉넉히 잡으면 좋겠다. 고속도로엔 생각보다 차가 많고, 무엇보다 제한속도가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해안을 벗어나 중산간으로 들어가자 다시 원시림의 맑은 공기가 훅! 달려들었다. 말할 필요없이 차 뚜껑을 열었다.
Ho'omana Spa는 숲 한 가운데 있다. 생각보다 크고작은 건물이 많았는데 그 중 한 채만 스파고 나머지는 B&B였다. 관리를 마치고 산책하다보니 요가 수련장처럼 보이는 건물도 있었다.
시설이나 건물이 화려하진 않다. 오래되었지만 잘 관리된 티가 나고, 깔끔하고 정성스런 느낌이 들었다.
이 스파를 이끄는 마스터가 직접 오일과 미스트를 만들었다. 체계적으로 교육받은 관리사 분들이 차근차근 몸상태를 묻고 프로그램을 설명해주었다.
마사지는 약 1시간 정도였다. 관리를 하기 전과 마친 후에 관리사 분들이 몸에 손을 얹고 하와이 말로 기도 비슷한 노래를 했다. 하와이 말을 전혀 모르지만 시작과 끝의 단어는 기억이 난다.
알로하예~
마치 내 몸에 좋은 기운을 잔뜩 불어넣고 봉인하듯 성호를 긋거나 ‘아멘'을 읖조려준 것 같았다.
추천받은대로, 지금까지 받아 본 어떤 마사지와도 달랐다. 근육에 압력을 가하는 중국 스타일도 아니고, 몸을 스트레칭하듯이 움직이는 태국 스타일도 아니고, 밍숭밍숭한 스웨덴 스타일도 아니었다.
동작 하나하나가 끊이지 않고 함께 춤추듯이 1시간 남짓 흘렀다. 한 순간도 아프거나 긴장되지 않았고 그렇다고 너무 물러서 싱겁지도 않았다. 마사지라기보다 치료를 받는 것 같았다.
내심 관리받는 사이 ‘소식’이 오면 어쩌나 걱정했다. 설사병이 완쾌되었다는 확신이 아직 없으니. 소식이 오면 영어로 뭐라고 해야하나. 익스큐즈 미?
다행히 별 사고없이 끝났다. 오히려 관리를 마치고 나니 속이 편안하고, 여행을 할 기운이 솟았다. 무엇보다 배가 고팠다.
스파에 가면서 중산간 마을 마카와오(Makawao)를 지나쳤다. 원주민과 초기정착자들이 세운 마을답게 경관이 독특했다. 해변과는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건물마다 언제 누가 세웠는지, 무엇으로 쓰였는지 판넬이 붙어있었다. 거리 자체가 박물관 같았다. 기분 탓인지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마저 옛날 사람들처럼 느껴졌다.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기념품 가게, 아기자기한 소품과 생필품 가게들 사이에 오래된 레스토랑이 있었다. 해변까지 공복으로 갈 자신이 없어서 그 곳에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메뉴는 소박하면서 튼튼했다. 잘 구워진 스테이크에 수십년 째 이어져 온 홈메이드 BBQ 소스를 곁들여 먹으니 기운이 솟았다. 아스파라거스는 한 묶음 통째로 구워나왔다. 매쉬 포테이토도 밥으로 치면 고봉밥 수준이었다.
양으로 보나 질로 보나 미국의 음식은 내게 차고 넘친다. 그 때는 더없이 필요했다. 짭쪼름하고 기름진 한 끼가.
이제 두번째 숙소로 향해야 할 시간이었다.
* Ho'omana Spa Maui
1550 Piiholo Rd, Makawao, HI 96768 미국
+1 808-573-8256
https://goo.gl/maps/3yhNMa3PGC42
* 시간이 안 맞아서 못 가 본 첫번째 샵, Mina Massage Therapy
505 Front St #203, Lahaina, HI 96761 미국
+1 808-205-7751
https://goo.gl/maps/NhzkRXEsvFx
* 마우이가 아닌 오아후에도 많은 마사지 샵이 있다. 호텔 스파에도 로미로미 프로그램이 있고 'lomilomi massage'로 검색하면 여러 업체가 뜬다.
나는 트립어드바이저 보다는 구글과 yelp의 후기를 보고 선택했다. 어디든 예약은 필수다.